이번 선거 결과 중 눈에 띄는 점은 자민당(FDP)의 약진이다. '미래를 위한 금요일'(Fridays for Future, 기후변화 대응 행동을 촉구하는 각국 청소년들의 시위)부터 지금까지 독일의 환경 운동을 주도해 온 기후 세대가 녹색당을 지지하는 건 예상되는 결과였다. 하지만 자민당의 약진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25세 이하 정당 득표율을 보면 녹색당 23%, 자민당 21%로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이번에 첫 투표를 한 18세 득표율만 따지면 녹색당과 자민당 모두 23%로 똑같은 지지율을 보였다.
이 결과에 독일도 조금 '충격'을 받은 모양새다. 친기업, 소수 부자들의 정당이라는 이미지를 가진 자민당이 청년들의 지지를 받은 배경은 무엇일까.
<슈피겔>은 지난 1일 "젊은이들이 미쳤나"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자민당 지지자들은) 보통 호텔을 소유하거나, 적어도 약국을 소유했다"면서 "이들을 지지한 청년들에게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라고 선거 결과에 의문을 표했다.
마르쿠스 펠덴키어헨 기자는 칼럼에서 자민당 당수인 크리스티안 린트너(Christian Lindner)가 자유주의의 '힙스터화'를 이끌었다고 분석했다. 자민당은 SNS 홍보 활동에 집중하고, 지지자들과 셀카를 찍으며 일찍이 청년층에 구애했다.
환경 의제의 급진적인 도덕성에 동의하지 못하는 이들의 지지를 이끌어냈다는 분석도 있다. 녹색당은 탄소배출 감축을 위해 많은 것을 제한하고 금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단거리 비행을 금지하고, 고속도로 속도를 제한한다.
반면 자민당은 모든 종류의 금지에 반대하며 기후 문제를 혁신적 기술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기후 의제는 동의하지만, 급진적인 방법론에 부담을 느낀 청년들이 자민당을 지지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