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간절곶.
권우성
휴일이어서 그런지 왕복 2차선의 해맞이로는 제법 붐볐다. 하지만 대바위공원에서 간절곶까지 3.4km, 호미곶을 오를 때처럼 고개가 많지 않았다. 대형주차장과 회센터를 지나 오른쪽으로 돌아서니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은 하늘색 지붕의 풍차였다. 몽돌해변 앞 낮은 구릉의 푸른 초원 위에서 돌고 있는 모습이 이국적이었다.
아이들은 제주도의 넓은 풀밭에 방목한 말처럼 뛰어놀았다. 비가 흩뿌리기도 했지만 거칠 것 없는 하늘에 연을 날리면서 뒹굴었다. 간절곶 소망 우체통 앞에 자전거를 세워놓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높이 5m 넓이 2.4m인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우체통이다. 모형이 아니라 실제 우체통처럼 편지를 걷어서 배달까지 한다.
간절곶에 해가 떠야 한반도의 아침이 온다. (艮絶旭肇早半島)
울산읍지에 기록돼 있다는 글귀가 우체통 위쪽 간절곶의 커다란 표지석에 적혀 있었다. 그렇다면 호미곶은? 포항시와 울산시가 해돋이 시간을 둘러싸고 논쟁을 벌이기도 했는데, 지구의 자전축이 기울어져 있어서 계절에 따라 해돋이 시간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는 모양이다. 1분 정도 차이지만, 이들에겐 '1등'이 누구냐가 중요했다.
간절곶은 "먼 바다를 항해하는 어부들이 동북방이나 서남방에서 이곳을 바라보면 지형이 뾰족하고 긴 간짓대(대나무 장대)처럼 바다로 길게 뻗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란다. 간절곶 정상에 서 있는 유럽풍 레스토랑에서 돈가스를 먹었다. 2층 창 밖으로 내다본 넓은 풀밭 풍경은 평화로웠다.
[달맞이공원] 걸어서 오른 열다섯 구비 고갯길
해맞이로는 도로 양쪽으로 고압 송전탑이 줄지어 선 봉대산을 넘어갔다. 월성원전을 지날 때보다 허공을 가르는 고압 전류, 거미줄은 더 촘촘했다. 해변을 독차지한 고리원자력발전소를 돌아가는 길이다. 칠암항, 동백항, 이동항을 지나면서 울산에서 부산으로 진입했고, 기장군의 대변항에 도착했다. 기장 멸치로 유명한 곳이다.
멸치 조형물이 선 멸치광장 주변에 '멸치회집' 간판도 눈에 띄었다. 도로 맞은편 노점상들은 멸치와 오징어 등을 그물망에 널어서 말렸다. 조형물 타일에 적힌 '멸치털이 노래' 가사를 보고 웃었다. 아마도 이 고장의 멸치잡이 배에서 그물을 털면서 불렸던 노동요인 듯한데 1절 첫 구절부터 직설적이었다.
멸치 니가 죽어야 우리가 산다 어야디야~ / 대멸이 걸렸다 대멸이 걸렸네 어야디야~ / 멸치 잡아 어디다 쓸꼬 어야디야~ / 장가 밑천 하세 장가 밑천 하세 어야디야~
'오시리아 산책로'. 해광사 근처의 오랑대공원쪽, 부산도시공사가 조성한 걷기 코스의 길이다. 자전거에서 내려서 산책하듯이 걸었다. 해안을 따라 그리 높지 않은 절벽길 위로 바람이 불었다. 바람 부는 언덕, 탁 트인 바다뿐만 아니라 화강암 바위 끝에 세워진 용왕단과 거북바위 등 눈요깃거리도 많았다.
하지만 여기까지였다. 홀로 페달을 밟고 있자니 자연 풍경과 마음의 풍경이 시시각각 변하듯 길도 변했다. 해운대 달맞이공원으로 오르는 길은 험난했다. 왕복 2차선 도로 옆에 있는 산책로를 따라 자전거를 끌고 걸었다. 달맞이길을 소개하는 시와 글귀, 안내판들을 산책로 곳곳에 설치했지만, 지친 여행자의 눈에는 들어오지 않았다.
"달을 맞는 게 이렇게 힘든 일이여?"
"아이고~ 아이고~"
달맞이길은 해운대에서 송정까지 해안 절경을 따라 15번이나 굽어지는 고갯길로 '15곡도'(曲道)로도 불린다. 나에겐 고생길이었다. 산책로로 나무들이 치고 들어와서 자전거를 탈 수 있는 형편도 아니었다. 해발 230m 신곡산 고개를 걸어서 넘고 와우산 정상의 달맞이동산에 도착하니 날이 컴컴해졌다. 해월정에 올랐지만 구름에 가려 달은 보이지 않았다.
대신 와우산 벼랑에 부딪쳐 솟구쳐 오른 바람을 맞았다. 비를 머금은 바람에선 솔향기가 진했다.
▲ “난 고래 잡았다”... 장생포에 남은 배는 단 한 척뿐 해안선 1만리 자전거 여행을 떠났다. 첫 행선지는 동해안 고성부터 부산까지. 이 영상은 12편으로 울산병영성에서 해운대달맞이공원까지 두 바퀴 인문학 여정을 담았다. 관련기사를 보시려면 “"난 고래 잡았다"... 장생포에 남은 배는 단 한 척뿐”(http://omn.kr/1w83p) 기사를 클릭하시면 된다.
ⓒ 김병기
[내가 간 길]
울산병영성-장생포-간절곶-대변항-해운대 달맞이동산
[인문·경관 길]
장생포 : 울산 남구 매암동에 있는 고래문화특구이다. 장생포 고래박물관, 고래생태체험관 등이 볼거리가 많으며, 바다에 나가 돌고래를 조망할 수 있는 고래바다 여행선도 있다.
간절곶 : 울산 울주군 서생면 대송리 일원에서 돌출한 곶이다. 해돋이 명소이다. 절벽 해안 위에 넓게 펼쳐진 초원이 일품이다.
대변항 : 부산 기장군에 있는 항구인데 멸치·장어 등의 해산물로 유명하다. 항구 주변에 횟집들이 즐비하며, 기장대변멸치축제도 개최한다.
[사진 한 장]
간절곶 표지석
[추천, 두 바퀴 길]
오시리아 해안산책로(자전거에서 내려서 걷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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