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영덕군 해맞이공원.
권우성
간간이 내리는 비도 소용이 없었다. 허벅지 근육이 팍팍해졌다.
"아니, 대체! 해를 맞이하는 게 이렇게도 힘든 겨?"
혼잣말을 하면서 지저리골을 내려가자마자 견농골이 나왔다. 행골을 걸어서 올랐고, 내려가자마자 메농골이 나왔다. 해맞이공원으로 올라가는 마지막 고갯길인 높은재골에 오르기 시작하면서부터 정상에서 풍력발전기의 날개가 힘차게 돌아가는 게 보였다.
"뭐야 이게? 대단한 해맞이 타운이 조성된 줄 알았는데..."
고생스레 오른 해맞이공원, 그 대가치고 외양은 볼품이 없었다. '대게 품은 오뎅'이라는 간판을 건 구멍가게 옆에 '영덕 해맞이공원'이라고 적힌 표지석이 덩그러이 놓여 있었다. 하지만 표지석 뒤로 돌아가니 깎아지른 절벽 아래 동해바다가 훤히 내려다보였다. 절벽 아래쪽으로 내려갈 수 있는 해파랑길 앞 현판에 적힌 시가 있었다.
"그려내지 못한 그리움이/가슴으로 쏟아지는/오늘밤//별빛 드는 뜨락의 채송화/빨강 노랑 파랑으로/물들어가는 꿈길//찾아오실 때/그리움은 내려놓고 오소서/내리지 못한 그리움에/보내기조차 힘들기에"(별빛 내리면. 박승렬)
해맞이가 아니라 달맞이공원인가? 대게를 품은 오뎅국물이라도 먹고 출발하려고 했지만, 현찰이 없었다. 마침 창포말등대를 지나니 멍게비빔밥을 파는 횟집이 나왔다. 한 입 떴더니 입 안 가득 멍게향이 퍼졌다. 바로 옆 커피 가게에서 따뜻한 아메리카노 커피로 비에 젖은 몸을 데우며 비바람 부는 벼랑에 한동안 앉아 있었다.
▲ 참빗같이 빽빽, 먹줄처럼 곧은 솔밭... 탄성이 터졌다 해안선 1만리 자전거 여행을 떠났다. 첫 행선지는 강원도 고성통일전망대부터 부산 을숙도 생태공원까지. 이 영상은 8편으로 망양정에서 영덕해맞이공원까지 두 바퀴 인문학 여정을 담았다. 이 영상과 관련한 자세한 기사를 보시려면 “참빗같이 빽빽, 먹줄처럼 곧은 솔밭... 탄성이 터졌다” 기사를 클릭하시면 된다.
ⓒ 김병기
[내가 간 길]
망양정-월송정-후포항-도해단-영해장터거리-신돌석생가-영덕 해맞이공원
[인문·경관 길]
월송정 : 경상북도 울진군 평해읍 월송리에 있는 고려시대 정자. 관동팔경의 하나이다.
도해단 : 경상북도 영덕군 영해면 대진해수욕장 남쪽 끝에 있는 의병장 김도현의 유적지. 국가보훈처 현충시설이다.
영해장터거리 : 경북 영덕군 영해장터거리는 문화재청의 '근대역사문화공간 재생활성화사업'에 지정돼 문화재 복원 사업을 벌이고 있다.
신돌석 생가 : 경북 영덕군 축산면 도곡리에 있는 평민 출신 의병장 신돌석의 생가. 경북 기념물 제87호이다.
[사진 한 장]
영덕 해맞이공원에서 찍은 동해바다
[추천, 두 바퀴 길]
망양정로 촛대바위 주변 해안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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