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신:14일 오후 8시30분> 아시안, 한겨레 아쉬운 작별

아시안은 부산에서 하나가 되었다. 열전 16일 대단원의 막이 내려졌다. 훨훨 타오르던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의 성화도 이제 꺼졌다. 아시안의 가슴 속에는 진한 감동과 환희가 오랫동안 남아 있을 것이다.

제14회 부산아시안게임 폐막식이 14일 저녁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렸다. 아시안게임은 4년 뒤 카타르 도하에서 개최된다. 이날 폐막식에서 OCA기가 도하아시안게임조직위원회에 인계되었다. 관중석이 꽉 찬 가운데 열린 폐막식은 대회 경기장면 하이라이트가 영상으로 상영되면서 시작되었다. 이어 고적대가 경기장에 입장하자 오후 6시40분경 북한 응원단이 관중석에 모습을 나타내기도 했다.

▲ 제14회 부산아시아경기대회 폐막식이 열린 부산아시아드경기장.
ⓒ 오마이뉴스 권우성
▲ 여자마라톤에서 금메달을 딴 북한 함봉실 선수(왼쪽에서 세번째)가 남측선수들과 함께 가념촬영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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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일된 조국에서 다시 만나기 바랍니다. -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마라손 함봉실" 여자마라톤 우승자인 북한 함봉실 선수가 남측 선수에게 써 준 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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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곤한 모습으로 폐막식에 참석한 북한 선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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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장을 떠나는 북측응원단을 향해 부산시민들이 손을 흔들며 작별 인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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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막식은 김동건 민은경씨의 사회로 진행되었으며, 각 나라 선수들은 국기를 들고 입장했다. 남북한은 '한반도 단일기'를 들고 입장했다. 이어 '가족음악회'가 열렸는데 현철 김수희 신효범 홍종영이 차를 타고 운동장을 한 바퀴 돌면서 노래를 불렀고, 가수들은 <돌아와요 부산항에>를 함께 불렀다.

이어 대회기와 OCA기, 태극기가 게양되었다. 정순택 부산아시안게임조직위원회 위원장은 폐막을 선언했고, OCA 회장이 안상영 부산시장에게 '감사 메달'을 전달했다. 이어 '삼성MVP' 시상식이 열렸고, 대회기 전달과 성화 소화 순서로 진행되었다.

아시안게임 폐막식 식후공개행사로 '귀향'이 공연되었다. 북춤과 바라춤이 운동장에서 펼쳐졌으며, 마지막에는 '아시아의 태양'을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축하불꽃으로 폐막식을 마쳤으며, 사회자는 "4년 뒤 2006년 카타르 도하에서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합니다. 안녕히 가십시요"라고 말했다.

이번 아시안게임은 44개 회원국이 참가해 역대 최대 규모로 열렸으며, 운영과 경기기록 등에 있어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약소국들을 위해 서포터즈를 조직해 지원과 응원을 하면서 대회 분위기를 살린 것이 주효했다는 반응이다.

뿐만 아니라 북한팀이 참가해 더 의미가 컸으며, 북한응원단은 선수보다 더 많은 인기를 끌면서 대회 기간 내내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북한 사람들 뿐만 아니라 남한 사람들도 "부산에서의 작은 통일을 이루었다"는 사실이 제일 큰 성과라 말할 정도다.

성적에서 한국은 금메달 96개(은 80, 동 84)로 종합 2위를 차지했다. 1위는 중국(금 150, 은 84, 동 74), 3위는 일본(금 44, 은 73, 동 72)이 차지했다. 북한은 금 9개로 44개 참가국 가운데 9위를 차지했다. 44개 참가국 가운데 동메달 1개라도 딴 나라는 39개국이며, 브루나이 아프가니스탄 팔레스타인 예멘이 동메달을 하나씩 땄다.

"북남 하나되는 분위기 계속 이어지길"
폐막식 참석한 조총련 간부 변성기씨

개회식 때도 그랬고 폐막식에도 반가운 손님들이 아시안게임을 지켜보았다. 일본에 있는 조총련 인사 500여명이 폐막식에 참석, '뜨거운 동포애'를 보여주었다. 이들은 아시아드주경기장 본부석 오른쪽 편에 자리잡았는데, 북한 응원단이 앉은 자리 뒤쪽에서 폐막식을 지켜보았다. 조총련 인사들은 동경과 오사카에서 단체로 왔으며, 폐막식 관람 이후 각자 고향을 방문할 예정이다.

이번에 남한을 방문한 조총련 인사 중에 대표격이라 할 수 있는 변성기(61· 조총련 오사카본부 관리부 주임)씨를 만나 소감과 함께, 최근 일본 사회 조총련의 변화상에 대해 물어보았다.

변씨의 고향은 제주도로, 그는 일본에서 태어나 줄곧 살았다. 묻는 말에 우리말로 또박또박 답했다. 아시안게임 참관을 위해 처음으로 남한을 방문했다고 밝힌 그는 소감을 묻자 "부산이 많이 달라졌다"면서, "훌륭한 건물도 많고, 부산 사람들이 한결같이 친절하며,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보여주었듯이 북남이 하나 되어 빨리 조국통일이 되었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어떻게 아시안게임 동포응원단을 조직하게 되었는지에 대해 물었다. 그는 "북남공동선언 이후 평화가 조성되었다. 이번에 공화국(북측) 응원단도 남쪽에 와서 더 의미가 크다. 공화국도 응원하고 남쪽 선수들도 응원하자는 차원에서 오게 되었다. 자주 왕래를 했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변씨는 "조총련 회원 중에 희망을 받아 아시안게임 응원단으로 조성했다"면서, "고향에 가고 싶어하는 절절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 지원자가 몰렸다"라고 설명. 그러면서 그는 "이번 일이 계기가 되어 하루 속히 조국이 하나가 되고, 통일되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최근 북측과 일본의 관계 개선, 신의주 경제특구 조성 등 북측의 변화에 대한 조총련계의 입장을 물었다. 그러자 변씨는 "조선(북측)과 일본 관계가 잘 되면, 공화국도 좋고 남조선(남측)도 좋고 일본도 좋은 일이다. 재일동포들도 좋아질 것이다. 그래서 기대가 크다"라고 말했다.

<2신: 오후 6시30분>

남남북녀, 아시안게임 마라톤 동반 우승


▲ 결승점을 가장 먼저 통과한 뒤 대형 태극기를 들고 트랙을 돌고 있는 이봉주 선수.
ⓒ 오마이뉴스 권우성
영웅은 민족의 바람을 저버리지 않았다. '봉다리' 이봉주(32·삼성전자) 선수가 제14회 아시안게임 남자마라톤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98년 방콕 아시안게임에 이어 2연속 우승했다. 이제 아시아에서는 그의 철다리를 넘볼 자가 아무도 없다.

이봉주 선수는 대회 마지막날인 14일 펼쳐진 마라톤에서 2시간14분4초의 기록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준우승은 일본 시미즈 선수, 3위는 일본 다케이 선수가 차지했다. 15명의 선수와 함께 오후 3시 아시아드주경기장을 출발한 이봉주 선수는 부산전시컨벤션센터를 앞두고 20km 지점에서부터 앞질러 나갔다.

한국의 임진수 선수(4위)와 일본의 두 선수와 함께 선두 그룹을 유지하며 달리다 20킬로미터 지점에서 단독 질주한 것이다. 마라톤 레이스가 펼쳐진 서면과 해운대 일대의 거리에는 많은 시민들이 나와 마라톤 선수들을 격려했다.

한민족이 남자와 여자 마라톤을 휩쓸었다. 하루 전날 북한의 함봉실(28. 2시간33분35초) 선수가 여자 마라톤에서 우승한데 이어 남자 마라톤에서 남한의 이봉주 선수가 우승한 것이다.

이봉주 선수가 아시아드주경기장에 들어서자 1만여명의 관중들은 모두 일어나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이봉주 선수는 결승점을 눈앞에 두고 손을 번쩍 들어 환호에 답했으며, 결승점을 통과한 뒤 태극기를 들고 운동장을 한 바퀴 돌았다.

이봉주 선수는 시상식을 마친 뒤, 오후 5시50분경 경기장 기자실에 들러 기자회견을 가졌다. 다음은 이봉주 선수와 나눈 대화 내용이다.

- 독특하게 우리옷을 입고 시상식에 섰는데 어떻게 된 것인가?
"한복은 결혼식 때 옷을 해주신 김혜진 선생이 우승하면 시상식 때 입으라고 해 준 것이다. 선물로 받았다."

- 어제 여자 마라톤에서 북한 함봉실 선수가 우승한 데 이어 남자마라톤에서 우승했는데 소감은?
"어제 북한 선수가 우승했고, 오늘 남자 마라톤에서 우승해서 역시 '남남북녀'라는 사실을 실감나게 해주고 싶었다. 한국에서 경기를 하고, 연도에 많은 선수들이 나와 함성을 질러주고 해서 많은 힘이 되었다."

- 지금까지 27번 정도 마라톤 완주를 했는데, 앞으로 세계선수권대회와 올림픽까지 뛸 생각인지?
"아직 뛸 힘이 남아 있다. 운동하는데 있어 목적이 있어야 한다. 이번 경기가 마지막이 아니다. 다른 경기를 위해 준비할 것이다."

남자 농구, 만리장성 넘어 '극적인 역전 드라마'

▲ 결승전 승리 후 관중들의 환호에 답하는 남자농구 선수단
ⓒ 오마이뉴스 권우성

ⓒ 오마이뉴스 권우성
이봉주 선수가 남자 마라톤 우승을 향해 질주하고 있을 시간인 오후 5시경이었다. 주경기장 바로 옆에 있는 사직체육관에서는 남자 농구 결승전이 벌어지고 있었다. 여자는 중국의 벽을 넘지 못했고, 남자도 과연 만리장성을 넘지 못할 것인지에 관심이 쏠렸다.

이봉주 선수가 주경기장 진입을 앞두고 있을 무렵, 옆 사직체육관에서 환성이 들렸다. 3쿼터까지 10점차를 들락거리며 뒤지던 한국팀이 4쿼터에 들어 연속 골인을 터뜨리며 중국을 따라붙었다. 4쿼터까지 경기 결과는 90 대 90. 4점과 2점차로 뒤지다가 따라 붙어 무승부를 기록한 것이다.

이어 경기는 연장전에 들어갔다. 이미 주경기장에서는 이봉주 선수의 금메달이 확정되었다. 이봉주 선수가 이번 대회 마지막 금메달리스트가 될 것으로 보였지만, 시간상으로 볼 때 마지막 금메달은 남자농구팀이 차지했다. 102 대 100으로 중국을 누른 것이다.

삼성MVP, 일본 기타지마 고스케 선수 수상

37억 아시안의 축제인 제14회 부산아시안게임에서 최고의 기량과 페어플레이를 보인 선수에게 시상하는 '삼성MVP'에 일본의 기타지마 고스케(20) 선수가 선정됐다. MVP운영위원회는 지난 12일과 13일 이틀간 실시된 각국 취재진의 투표 결과, 총 1082표 중 513표를 얻은 일본 선수가 차지했다고 발표했다.

이 선수는 남자평형 200미터에서 2분9초97을 기록, 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마이크 베로우먼(미국)이 보유한 세계기록(2분10초16)을 경신하여 10년 동안 깨지지 않던 세계기록을 갈아치웠을 뿐 아니라 어깨 부상에도 불구하고 100미터 평영 등 수영부문에서 3관왕을 차지했다.

운영위원회에 따르면, 고스케 선수는 이봉주 선수와 치열한 경합을 벌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최종 경합을 벌인 선수는 중국 장난 선수(97표), 위펑 선수(84표), 알 오타이비 선수(72표) 등이다. '삼성MVP' 시상은 OCA 수석부회장 사미 마달라의 MVP트로피 수여와 함께, 삼성전자 윤종용 부회장이 상금과 부상을 전달했다.

<1신 대체: 오후 5시20분>

ⓒ 오마이뉴스 권우성
아시안의 화합과 평화 뿐만 아니라 '남·북한의 작은 통일'이란 큰 성과를 달성한 제14회 부산아시안게임. 오늘은 열전 16일 대단원의 막을 내리는 날이다. '성공적'인 대회를 잘 마무리하기 위한 대회 관계자들의 발걸음이 분주한 가운데, 마지막날 첫 경기인 여자 농구 결승경기가 사직체육관에서 시작되었다.

마라톤 이봉주, 남자농구 우승

오후 1시부터 시작된 한국과 중국의 여자 농구결승에서 시드니올림픽 4강 신화의 주역들이 뭉친 한국팀은 98년 방콕대회 3연속 우승을 놓치고 3등에 머물렀던 설욕과 함께 세계선수권대회 4위의 자존심을 걸고 금메달에 도전했으나 중국에 76대 80으로 져 결국 만리장성을 넘지 못했다.

한국은 경기 중반까지 중국에 계속 끌려다니다 4쿼터에 들어서면서 분발, 한때 70대 65로 앞서기도 했으나 경기 종료를 앞두고 역전을 허용해 아깝게 무릎을 꿇었다.

오후 3시부터 시작된 남자농구 결승에서는 한국이 중국팀을 상대로 연장까지 가는 접전 끝에 극적으로 승리, 82년 뉴델리대회 이후 20년만의 정상탈환에 성공했다.

▲ 결승점을 향해 뛰어오고 있는 이봉주 선수
ⓒ 오마이뉴스 권우성
오후 3시부터 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시작된 이번 대회 마지막 경기 남자 마라톤에선 이봉주 선수가 98년 방콕대회 금메달에 이어 2연속 우승에 성공했다.

남자 마라톤 경기는 오후 3시 아시아드주경기장~연산광장~중앙로~서면~범일광장~경성대 앞~광안해수욕장~수영2호교~동백로~해운대역~벡스코~수영강변도로~원동광장~동래광장~온천장지하철역~송원삼거리~주경기장의 구간에서 열렸다. 부산의 번화가인 서면을 거쳐 아시안게임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벡스코를 돌아오는 구간에서 레이스가 펼쳐졌다.

이밖에 강서체육관에서 열린 배드민턴 남녀 복식 결승 경기에서 한국 남녀팀이 동반 우승을 차지했다.

제14회 아시안게임 폐막식이 오후 7시 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다. 개회식 때와 마찬가지로 남한과 북한 선수들이 동시에 입장한다. 대회 MVP 선수 시상과 함께, OCA기가 2006년 개최지인 카타르 도하의 아시안게임조직위원회 관계자에게 인계될 예정이다. 폐막식은 "귀향"을 주제로 한 각종 공연이 펼쳐질 예정이다.

북측 선수단·응원단, 김해공항·다대포항 통해 15일 출국

북측 선수단 2진 161명은 15일 오후 1시 김해공항에서 고려항공 편으로 출국할 예정이다. 박명철 조상남 문시성 장웅 리수호씨 등 NOC 및 IOC 대표들도 이번에 함께 출국한다. 임원 64명과 선수단 83명, 심판 5명과 함께 북측 응원단 4명도 비행기를 타고 북한으로 갈 예정이다.

대회 기간 동안 선수보다 인기를 더 끈 북측 응원단 291명은 15일 오후 1시 부산다대포항에서 출항할 예정이다. 낮 12시부터 다대포항에서 환송식이 열릴 예정이며, 많은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정부는 11일 제103차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를 서면으로 열고, 북한 선수단과 응원단의 아시안게임 참가에 따른 소요 경비 중 21억2000만원 범위 내에서 주관기관별로 기금지원을 하기로 승인했다. 부산아시안게임조직위에서 선수단 지원 경비 9억9000만원, 부산광역시에서 응원단 편의제공경비 9억2000만원, 대한체육회에서 공동입장 관련 경비 2억1000만원을 각각 지원하기로 했다.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 조직위 기자회견 가져

2006년 아시안게임은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다. 타밈 빈 하마드 알타니 DAGOC 위원장과 압둘라 부마이드 사무국장, 세이크 사우드 알타니 조직위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도하아시안게임 조직위 관계자들은 13일 MMC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대회 계획을 밝혔다.

2006년 대회 정식 종목은 잠정적으로 33개이며, 새로운 종목들을 고려하고 있다고 대회 관계자가 밝혔다. "미국이 만일 이라크를 침공할 경우 대회에 미칠 영향"에 대해, 도하아시안게임 조직위 관계자는 "4년이나 남았으므로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카타르는 회교국가인데 대회에서 여성 참가문제"에 대해, 조직위 관계자는 "IOC 규칙에 따르겠다. 현재 사격에서 있을 것으로 보지만 더 늘어날 것"이라 말했다. 또 경기장 준비상황도 밝혔는데, "현재 카타르엔 44개 경기장이 있고 더 필요한 경기장과 부대시설들을 준비중이다. 2005년이면 완공된다"라고 밝혔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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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10-14 15:04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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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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