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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구-이 놈이 바로 그 문제의 견공입니다. 심려를 끼쳐 드려서 죄송합니다.
ⓒ 김민수
먼저 가출했던 황구라는 놈 얼굴부터 먼저 보여드려야겠습니다.
똘똘하게(?) 생긴 놈이 형 백구와 백팔이의 뒤를 따라 마실을 나갔다가 길을 잃고 이젠 영원히 이별하게 되었나보다 하는 순간에 주인의 품에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황구의 가출사건 이후 하루가 멀다하고 동네를 돌았습니다. 학교에 가서 아이들에게 혹시라도 돌아다니는 개가 있으면 신고해 달라면서 포상금까지 걸었지만 신통한 결과가 나오지는 않았습니다.

거의 포기하고 지낼 무렵, 막내는 비어 있는 황구집을 보면서 '황구 배고파서 어떡하냐?'하며 여간 걱정을 하는 게 아니었습니다. 오일장이 서면 장에 나가서 비슷한 것이라도 한 마리 사와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던 차에 아내가 정보를 얻어왔습니다.

황구 한 마리가 어떤 개를 따라다니는 것을 보았다는 목격자가 나타난 것입니다. 그런데 어제부터는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 제보의 전부였습니다.

▲ 백팔-반가워서 짖어대고 난리를 핍니다. 그러나 10분도 안 되어 밥그릇 싸움을 합니다.
ⓒ 김민수
동네 골목길을 몇 차례 돌아보기로 했습니다. 그러다 어느 독자분께서 혹시라도 누구네 집에 매어놓았을지도 모른다는 의견을 주신바 있어서 집집마다 개소리가 나면 들여다 보았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만만히 보이질 않더군요.

거반 포기하고 또 다시 연락해주십사 부탁을 하고 돌아오는 길이었습니다. 어디선가 개 짖는 소리가 들리는데 많이 들어본 듯해서 그 집 담장을 넘어 가만히 보니 황구가 묶여 있는 것이었습니다.

'아, 드디어 찾았구나!'

그러나 그동안 그 집 주인이 먹여준 것이 얼만데 그냥 가져옵니까. 집주인과 안면이 있는 터라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다가 저 개가 가출한 우리 황군데 돌려달라고 하니 가져가라고 합니다.

▲ 백구-이제야 안심이 되는지....아니면 내가 그렇게 생각해서인지 이젠 두 다리 쭉 펴고 잘 수 있겠다고 생각하는 듯 합니다.
ⓒ 김민수
그냥 가져오기 미안해서 아이들에게 줄 과자를 사다주고 황구를 데려왔습니다. 주인을 알아보고는 얼마나 좋아하든지 찾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백구와 백팔이도 난리가 났습니다. 서로 코를 비비고 난리를 치더니만 황구에게 맛난 밥을 주었더니 언제 그랬냐는 듯이 으르렁거리며 서로 제 밥그릇 넘보지 말라고 합니다.

황구에게 한마디했습니다.

"마, 너 때문에 아빠 개망신 당할 뻔했다. 다음부터는 그러지 말아라 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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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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