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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도철새도래지에서 바라 본 일출
ⓒ 김민수
새벽 4시 30분이면 나의 하루의 일과는 시작된다. 시골에서 맞이하는 새벽은 쌀쌀하지만 상큼하면서 신선하고 볼거리도 많고 들을거리도 많다. 그래서 나의 새벽은 늘 설렘으로 다가온다.

일어나자마자 냉수 한 컵으로 밤새 가라앉은 몸을 깨우고, 세수를 한다. 지난 밤 잠자리에 들기 전 묵상했던 성경 말씀을 다시 한번 묵상하고 새벽 예배를 드리기 위해 교회로 향한다. 일기가 좋은 날이면 교회마당에 서면 이름 모를 산새들이 하루가 시작되었음을 알리고, 밤새 내린 이슬이 풀잎을 촉촉하게 적시고 있다.

새벽 예배를 마친 후 별다른 일이 없으면 카메라를 챙겨들고 산책을 나선다.

▲ 달래
ⓒ 김민수

자연은 단 한 번도 같은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그 자리를 찾아가 보아도 어제의 자연이 아니고, 어제의 그 모습이 아니다. 길게 어제가지 갈 것도 없이 산책길을 돌아 다시 그 자리에 서보아도 또 다른 모습으로 나를 기다리고 있다.

내가 보았던 그 설렘의 광경이 홀로 보기에는 너무 미안하다 싶으면 카메라를 들어 그들의 초상권을 침해한다.

▲ 달래의 본 모습
ⓒ 김민수
내가 보았던 풍경이 또 다른 사각의 세계 안에서 또 다른 풍경으로 자리를 잡고, 바라볼 때마다 다른 이미지로 다가온다.

이렇게 30여분 산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 6시쯤이다. 견공들 아침을 챙겨주고 텃밭을 돌아보며 간단하게 검질도 하고, 밤새 소담스럽게 자라난 채소들을 보기도하고, 솎아서 아침상에 내놓기도 한다.

▲ 민들레홀씨
ⓒ 김민수
물론 날씨가 좋은 날의 시작이 이렇고, 비바람이 치면 새벽 예배를 마친 후에 식전까지 독서를 하며 느낌들을 책의 빈 공간에 간단하게 메모한다. 책을 읽을 때마다 아쉬운 것은 좀 빈 공간이 넉넉한 책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활자로 꽉 차있는 책보다는 그림도 들어가 있고, 사진도 들어가 있는 책이 좋고, 그림이나 사진이 없어도 여백의 미가 들어있는 책이 살갑다.

▲ 민들레홀씨-꼭 솜사탕같이 생겼습니다.
ⓒ 김민수
민들레 홀씨가 이슬을 흠뻑 머리에 이고 있는 모습이 솜사탕을 보는 듯 하다. 솜사탕은 여백이 많은 군것질거리다. 풍성한 여백을 가진 솜사탕이 얼마나 아이들의 마음을 들뜨게 하는지, 아이들이 사달라고 조르면 이내 사주는 것도 풍성한 여백이 주는 아름다움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 씀바귀-홀씨의 모습도 각양각색입니다.
ⓒ 김민수
이렇게 식전의 시간은 거의 나만의 사색시간이다. 아침 후에는 일터에 나가 삶의 현장에서 일하는 보통 사람들처럼 교회와 관련된 일들도 하고, 설교를 위한 준비도 하고, 심방도 한다. 그 시간은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교회와 교인들을 위해서 열린 시간이다.

오후 4시가 되면 방과후 교실이 시작되는 시간이다.
6시 30분까지 동네 꼬마들을 위해서 봉사하는 시간이고, 저녁을 먹은 후에는 아이들 공부도 봐주고, 놀아도 주고, 가족을 위해서 할애를 한다.

어느 새 하루가 저물어간다.
밤 9시가 되면 아이들은 씻고, 일기를 쓴 후에 책을 읽거나 내가 그토록 싫어하는 바보상자(TV)를 보다가 잠이 든다. 아빠의 잔소리가 있으면 영어 테이프을 듣다가 잠을 청하기도 하다. 공부의 필요성을 스스로 느끼길 바라기에 대체로 아이들끼리 깔깔거리며 놀도록 내버려 두기도 한다. 그러다 '이제 그만 자라!'는 말이 떨어지면 그제야 아이들은 잠자리에 든다.

10시쯤이면 다시 집이 조용해지고, 그 이후 1시간 또는 1시간 30분이 다시 나만의 시간으로 찾아온다. 새벽 예배 준비를 한 후에 책을 읽으며 취침을 한다. 이렇게 나의 하루는 또 저물어가지만 또 다른 새벽을 설렘으로 맞이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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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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