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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주필이 정기적으로 쓰는 칼럼이 심한 이슈 편식과 정치적 편파성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선일보 김대중 주필이 지난 1년간 쓴 26건의 '김대중 칼럼' 중 절반이 넘는 15건이 현직 대통령 DJ를 비판한 것이며 야당총재인 이회창 총재를 비판한 것은 단 한 건도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DJ집권 3년간(2000.3 - 2001.3)의 '김대중 칼럼'을 모두 분석한 결과다.

반면 김주필은 YS의 집권 3년째(1995.3-1996.3)에 똑같이 26건의 '김대중 칼럼'을 썼는데 이 중 YS 비판은 2건에 불과했고 제1야당 총재였던 DJ에 대한 비판은 3건이어서 DJ 3년째와 현격한 대조를 보였다.


<표> YS 3년째와 DJ 3년째의 김대중 칼럼 이슈
구 분YS 3년째DJ 3년째
대통령 비판 2건15건
야당총재 비판 3건0건
정치권 비판 13건4건
사 회 비 판 7건5건
기 타 1건2건
합 계 총 26건총 26건



또, 김주필은 YS집권 3년째에는 '경찰과 사회기강' '지방자치 전국시대' 등 사회 정치적인 여러 이슈를 고루 다뤘으나 DJ 3년째에는 절반이 넘는 칼럼(26건 중 15건)이 DJ비판에 집중하는 이슈 편식 증상을 보였다.

김주필은 또 YS집권 3년째에는 YS를 비판하는 기사에서도 그 강도가 높지 않았고, 야당지도자인 DJ를 싸잡아 비판하는 양비론적 모습을 보였지만 DJ집권 3년째에는 DJ를 비판하는 강도가 인신공격적인 수준으로까지 높아졌으나 야당이나 이회창 총재를 싸잡아 비판하는 모습은 거의 보여주지 않았다.

왜 김주필의 칼럼을 분석했나

김주필은 최근 부시 행정부와 DJ의 대북 정책조율 실패를 '반DJ-사대주의' 시각에서 쓴 <대북 원맨쇼에 걸린 제동>(2001.3.16) 으로 비난을 사고 있다. 한상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김민웅 목사(재미언론인) 등은 오마이뉴스를 통해 그의 칼럼이 국민들에게 "해악"을 끼치고 있으며 "역사의 흉기"로 변하고 있다면서 "절필 하십시오"라고 제안하기에 이르렀다.

관련기사
조선일보 김대중 주필을 말한다 1:
계산된 용미당쟁(用美黨爭)의 해악 - 한상진 기자


조선일보 김대중 주필을 말한다 2:
"김대중 주필, 절필(絶筆)하십시오" - 김민웅 기자



그 전부터 언론계 일부에서는 김주필이 칼럼을 "오로지 DJ 미워하는 재미로만 쓰는 것 아니냐"면서 "신문지면을 사용화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이런 비판은 조선일보 내부에서도 제기되어 왔다.

한 언론인은 "현직 대통령에 대한 비판은 언론의 정당한 임무이지만 그 내용이 이성적이지도 못하고 빈도수도 도가 지나치다"면서 "그런 칼럼들은 국민들의 감정에 기대어 친DJ, 반DJ로 편가르기만 조장할 뿐 나라의 미래를 걱정하는 생산적 문제제기와는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다.

그런 지적들이 왜 일어나는가를 보기 위해 기자는 김주필이 '반환점에 선 대통령' YS와 DJ를 어떻게 다뤘는지 비교분석해 봤다.


2건과 15건의 차이...심한 소재 편식증

DJ정권 3년차인 2000년 3월부터 올해 3월까지, 그리고 YS정권의 3년차인 95년 3월부터 96년 3월까지 김주필이 써낸 칼럼은 공교롭게도 각각 26건씩으로 같다.(아래 표 참조)

먼저 YS정권 3년째에 김주필이 직접 대통령을 비판한 칼럼은 2건이다. 반면 당시 야당총재였던 DJ를 비판한 칼럼은 3건을 썼다. 나머지 칼럼 중 13건은 정치권 전체를 싸잡아서 비판하는 이른바 '양비론적' 칼럼이며 7건은 사회비판, 1건은 대미 관계에 관한 것이다.

그러나 DJ정권 3년째에 김주필은 대통령을 직접 비판한 칼럼을 무려 15건이나 썼다. 반면 야당인 이회창 총재에 대한 칼럼은 1건도 없다. 전체 26건 중 나머지 11건은 정치권 비판(4건), 사회비판(5건), 그리고 남북관계(1건)과 국정원에 관한 칼럼(1건)이다.

김주필은 YS를 비판하기 위해 야당의 주장을 동원할 때에도 "야당의 주장은 김대통령과 개혁보좌진 노력에 찬물을 끼얹으려는 정치적 발언이기는 하지만"(1995. 12.31)이라는 전제를 뒀지만 DJ 3년째엔 그런 표현이 거의 없다.

YS엔 애정어린 훈수, DJ엔 인신공격성 비판

김주필은 두 정권에서의 관심사도 판이하게 다르다.

YS정권 시절에는 <한국의 물류기지화>(1996.1.14), <이땅에 대학만 있나>(1995.6.4), <경찰과 사회기강>(1995.10.22) 등 그때 그때 일어나는 사회적 문제들에 관심을 집중했다.

그리고 그런 사회문제들을 YS정권의 실책으로 연결하지 않았다. 김주필은 대구가스폭발이 일어났을 때 "누가 누구를 손가락질하거나 화풀이하거나 비판할 성질의 범주가 아니다"(1995.5.7)라고 했다. 청와대 고위보좌관의 뇌물사건인 '장학노 사건'을 다루는 칼럼도 인사청문회가 필요하다는 주장만 잔뜩하고 말미에 스쳐지나가면서 "작게는 김대통령의 가신정치에..."라면서 YS와의 연관성을 최소화했다.

또 일부 현상에 YS를 연결시키더라도 반드시 DJ를 함께 포함시켰다. 지자체 정당공천 여부를 다루는 칼럼에서 "이 싸움은 YS와 DJ의 자존심 싸움이고 여당과 야당은 그 싸움의 도구에 불과하다"(1995.3.12)고 했다. 유일하게 YS를 제목에서 직접 언급한 <김대통령이 할 일>에서도 "김대중 총재도 협조해야 한다"(1995. 11.5)고 두 사람을 연결시켰다.

그러나 DJ정권에 들어와서는 끊임없이 DJ개인에 대한 비판을 중심으로 두고 '대북정책'과 '경제문제'를 물고 늘어졌다. 또 DJ에 대한 인신공격도 서슴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

김주필에 따르면 DJ는 대북 정책에 "원맨쇼"(2001.3.16)를 하며 "뚜렷한 경제 철학도 밝히지 않는"(2000.10.20) 대통령이다. 또 원래 똑똑하던 DJ는 대통령이 되면서 "독선적"(2000.10.6)으로 변했고, 심지어 나이가 들어 국민들에게 "슬로모션을 보는 듯한 둔탁함과 원기없음"(2001.3.2)을 보이기도 한다. "한마디로 김대통령은 이전의 총명함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2000.8.11)라는 다분히 모멸적인 표현까지 동원한다. 그는 YS 3년째에서 DJ를 향해 "어쩔수 없이 구시대의 막내이며 권위주의 정치의 최종주자"(1995.10.8)라고 비판했는데 그때보다 강도가 더해졌다.

반면 YS에 대해서는 "김대통령이 하루를 25시로 삼아 혼신의 힘을 다해 나라를 생각하고 국정을 이끌고 있는 것을 모르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면서 "어찌 보면 그는 나라와 국민을 위해 청교도 같은 정신으로 하루 하루를 살고 있다"1995.7.30)고 추켜세우기도 한다.

또 "집권 후반기로 갈수록 대통령의 장악력이 점차 전 같지 않아질 것"이라며 "이미 내세웠던 목표와 구호들을 명실상부한 정권의 단일화된 업적으로 만들어가야 한다"(1995.3.26)라든가 "마음을 비운 통찰이 요구된다"(1995.4.23)는 등의 애정어린 훈수가 주조를 이룬다.

<표> YS정권 3년째 김대중 주필 칼럼 내용들(26건)
제목날짜내용
염불엔 마음이
없고
1995.3.12지자체 정당공천에 대한 정쟁 비판
'화'자 돌림 구호들1995.3.26신한국, 국제화, 세계화 등
구호 남발에 대한 여당 비판
역 '3당통합'
감상법
1995.4.23선거를 앞둔 여당의 분열 우려
언론거인 언론머신1995.4.9신문의 질적 향상 촉구
우리 안을 들여다 볼 때1995.5.7대구가스폭발 사고에 대한 사회 비판
일의 종말1995.5.21노동자들의 파업 비판
이 땅에
대학만 있나
1995.6.4대입 위주의 교육개혁 조치 비판
지방자치 전국시대1995.6.18인물 위주의 지자체 선거 우려
대통령의 겸손1995.7.2지자체 선거 패배에 대한 여당 비판
변명없는 까닭1995.7.16DJ복귀 비판
개혁과 윤활유1995.7.30YS의 개혁 지속을 위한 제안
정치자금과
세대교체
1995.8.13은밀한 정치자금에 대한 비판
두 김씨
통일힘겨루기
1995.8.27두 김씨로 인한 대북 정책 혼선 비판
'후계'
그 때와 지금
1995.9.24YS의 후계 구도에 대한
인위적 제약 비판
2인자 없는 정당1995.10.8DJ의 1인 당 운영체제 비판
경찰과 사회기강1995.10.22경찰 쇄신 촉구
김대통령이 할 일1995.11.5노태우 비자금 문제 등
정치자금의 관행 해결 촉구
이해할 수 없는
나라
1995.11.19비자금 등 정치권의 관행은
언론이 먼저 바꿔야 함
'5.18'과 정쟁1995.12.3DJ가 YS의 정책을 비판하는 것을 비난
두 토끼 사냥?1995.12.31개혁과 안정을 동시에 추구하는
YS정책 우려
21세기를 사는 길1996.1.14정쟁보다 경제에 관심을 기울여야
사생결단의 정치1996.1.28구태의연한 3김 정치 비판
미국은
변하고 있는가
1996.2.11미국은 여전히
한국 정부의 후견인임을 강조
NO라고 말할 수
없는 사회
1996.2.25이의를 용납하지 않는 사회 풍토 비판
한국외교의
'우쭐증'
1996.3.10미국, 일본, 러시아를
자극하는 외교 행태 비판
청문없는 인사1996.3.24장학노 사건을 통해
인사청문회 도입 필요성 강조


<표> DJ정권 3년째 김대중 주필 칼럼 내용들(26건)
제목날짜내용
상도동행 16인2000.3.10총선을 앞둔 정치인들의 3김 방문 비판
여소야대와
직접 민주주의
2000.3.24직접 민주주의 루머에 관한 DJ 비판
'병,납,전' 선거2000.4.7병역, 납세, 전과 외
쟁점 없는 총선 비판
'평양가는 길'의
복병들
2000.4.22DJ가 자신의 치적에 집착해
남북정상회담을 이끌지 않도록 요구
여권의 '말'들이
튀고 있다
2000.5.5총선 패배후
여당 지도자들의 반응을 비판
SOFA와
매향리와 반미와
2000.5.19SOFA개정 미비로 인한 반미 시위 비판
'왕회장'의 퇴장2000.6.3현대 정주영 회장에 대한 비판
DJ의 꿈과 멍에'2000.6.16남북 공존을 위해서는
북의 도발이나 남한의 반체제 운동이
일어나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촉구
너희 경제부터
챙겨라?
2000.6.30우리 경제가 먼저이며
대북 지원은 나중이라는 비판
'조선기자들
암발생 기쁜 소식'
2000.7.14'조선'기자에 대한
한 네티즌의 '독자의견' 비판
임동원 국정원장의 '두 얼굴'2000.7.29정보 기관의 장을
대북 창구로 활용하는 DJ정책 비판
반환점에
선 대통령
2000.8.11DJ의 집권 후반기 시작이
총체적 위기라는 비판
집단이기주의
대 자존심
2000.8.25의사들의 파업에 대해 DJ가
그들의 자존심을 묵살한다는 비판
김 대통령,
당적 떠나야
2000.9.8정쟁 격화, 대북 저자세 등 DJ 비판
DJ 달라졌다2000.10.6DJ가 독선적으로 변했음을 비판
DJ의 선택2000.10.20뚜렷한 철학없는 DJ 경제정책 비판
경제위기보다
더 위기인 것
2000.11.3국민들의 도덕적 법적 아노미현상 비판
사과할 줄
모르는 정부
2000.11.17천문학적 숫자의
공적자금 투입 사과없는 정부 비판
문제는
대통령에게 있다
2000.12.3외곬수적인 DJ 정치 행태 비판
국정원의 한계2000.12.15정보기관인 국정원이
대통령의 하수인이 됨을 비판
막가는 싸움20001.1.11여야의 파행 정치 비판
도토리 사회2001.1.26DJ정부의 교육 정책이
국민들을 바보로 만든다는 비판
강성 정치의 한계2001.2.2DJ의 강한 정부, 강한 여당은
결국 야당죽이기라는 비판
양극으로
가는 사회
2001.2.16지역대립, 계층대립 등이
심화되는 사회현상 비판
정치에는
정년이 없다
2001.3.2DJ의 나이를 거론하며
나이로 인한 능력 저하 비판
대북 원맨쇼에
걸린 제동
2001.3.16 DJ의 대북청책 실패가
국민지지 획득 실패 때문이라고 비판



이런 대접의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이처럼 김주필의 칼럼은 똑같은 시기의 DJ와 YS에 대해 매우 상반된 논조를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두 '반환점에 선 김대통령'(2000년 8월 11일자의 제목)에 대한 이런 대접의 차이는 어디에서 온 것일까?

두 대통령의 집권 3년째에 DJ는 실패하고 있는 대통령이고 YS는 비교적 성공하고 있는 대통령이기 때문일까? 김주필은 YS가 실패하고 있다는 징조를 보지 못했기 때문에 '애정어린 훈수' 정도에 머물렀을까? 김주필이 "그 역시 실패한 대통령으로 기록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1995.7.2)고 적은 것을 보면 꼭 그런 것 같지는 않다.

김주필은 왜 또 야당총재에 대한 접근법에서도 큰 차이를 보이고 있을까? 야당총재였던 DJ를 향해 그는 이렇게 지적했다.

"우선 김총재(DJ - 편집자)가 사사건건 김대통령과 청와대를 거론하는 방식을 좀 지양했으면 하는 것이다. 상대방은 대통령이다. 합리적인 비판과 합목적적인 정책대결을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문제마다 현 정권을 건드리는 방식이 상대방을 견제하기보다는 비하하는 쪽으로 너무 습관화된 것 같아 보는 사람들이 민망할 때가 많다... 거듭 말하거니와 김총재를 비롯한 야당 지도자들의 대통령에 대한 적절한 배려와 합리적 태도다. 이 나라는 김대통령과 김총재 두 사람이 정치게임하는 독무대도 아니고 여-야 정치지도자들의 싸움터도 아니다." <'5.18'과 정쟁>(1995.12.3)

그런데 왜 김주필은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에게는 이런 지적을 하지 않을까?

그 많은 칼럼 중 '이회창'이라는 이름 석 자가 들어간 문장은 딱 2개일 뿐이며 그것도 이회창 총재를 옹호하거나 걱정하는 용도로 쓰인 것이다.("안기부 돈의 선거유입과 관련한 야당 흔들기와 이회창 옥죄기..."<2001.2.2>,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는 이번 선거에서 실패할 경우 3년 후의 대권도전은 커녕 정계에서 물러나야 하는 정치적 최후를 맞을 수도 있다"<2000.3.24>)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신문의 주필이 왜 이런 편파성을 보이고 있을까?
"언론도 우리 사회, 정치의 '잘못된 관행'의 한 부분을 이루고 있다는 것이 그 대답이다"(1995년 11월 19일자 칼럼에서 김 주필은 잘못된 정치에 포섭된 언론의 모습을 그렇게 적었다).

이쯤에서 김주필은 다음과 같은 자신의 칼럼을 한 번쯤 기억해 봐야 할 것이다.

"우리가 언론으로서, 또 언론 종사자로서 살아 남을 수 있는 길은 정확하고 공정하며 교만하지 않는 취재로 사려깊고 도덕적이며 문제의식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것뿐이다.(1995.4.9)"


이삭줍기...김 주필 칼럼의 유일한 일관성은 미국 사대주의

(2001.3.16) "지금 우리는 경제도, 남북도, 안전도, 평화도 특히 미국에 결정적으로 달려 있다. 나라의 장래가 걸린 문제는 '머리'로 하는 것이지 '가슴'으로 하는 것은 아니라는 평범한 수사조차 번거로운 것이 미국에 관한 우리의 숙명이다"

(1996. 3.10) "우리 외교의 최고책임자들은 우리가 완전히 '독자적 힘'을 가진 더 나아가 중심국가로 나아갈 수 있는, 준비가 끝난 상태인 것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사실 오늘 우리가 이만큼의 위치에 서 있게 된 것도 우리 주변의 우방국가들 덕택이며 그 도움때문인 것으로 여기는 자세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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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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