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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저녁 농민들의 시위로 발이 묶인 일행은 근처 시꾸아니(Sicuani) 마을에서 하룻밤을 묵고 이른 아침 다시 푸노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상쾌한 아침 공기를 맞으며 달리길 한 시간여, 도로 좌측으로 이곳이 온천임을 알리는 커다란 표지판이 설치되어 있었다.

▲ 도로 좌측으로 설치된 라라야(La Raya) 온천 간판
ⓒ 배한수
차에서 내려 도로 아래쪽을 내려다보니 수증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커다란 온천지구가 눈앞에 펼쳐졌다. 땅 여기저기에서 솟아오르는 물을 이용해 온천을 만들어놓은 이곳은 해발 4000m에 위치한 안데스 고산온천인 라라야(La Raya).

▲ 라라야 온천지구의 전경
ⓒ 배한수
도로에서 아름다운 풍경 속에 들어선 넓은 온천지구를 내려다보니, 온천은 뜨거운 물에서 피어오르는 하얀 수증기들로 뒤덮여 그 모습이 참으로 장관이다. 아름다운 안데스의 만년설이 보이는 가운데 노천온천지구가 형성되어 있는 이곳은, 안데스 산맥의 수많은 열점 중 하나라고 한다. 온천은 이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바닥 여기저기에서 뜨거운 온천수를 뿜어내고 있었고, 솟아오른 물들은 한곳으로 합쳐져 계곡을 형성해 거대한 수증기를 일으키며 흘러 내려가고 있었다.

▲ 거대한 수증기를 일으키며 흘러 내려가고 있는 계곡
ⓒ 배한수
온천 한쪽 구석에서는 예전 화산 활동의 흔적도 찾아볼 수 있었다.

▲ 과거 화산활동 때 생겼다고 하는 분화구 (꼭대기에선 뜨거운 온천수가 솟아오른다)
ⓒ 배한수
작은 화산모양을 한 이것은 예전 화산활동 때 생겼다고 하는 분화구. 그런데 이곳에서 아직도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나고 있어 궁금한 마음에 정상에 올라가 보니, 뜨거운 온천수가 펄펄 끓어오르고 있었다. 일행이 신기해 하며 한참동안 눈을 떼지 못하자, 주변에 있는 인디오 아주머니는 "많은 사람들이 이것이 온천수에서 나온 미네랄이 굳어 퇴적된 것으로 알지만, 예전 화산활동 때 마그마가 분출되어 만들어진 곳이다. 현재 이 분화구에서는 온천지구에서 가장 뜨거운 물이 솟아오르고 있다"고 설명해 주었다.

"그렇다면 이 물로 하는 온천욕은 과연 어떨까?"

주변 구경을 마친 일행은 바로 온천지구로 내려갔다. 온천지구로 내려가니 온천수에서 뿜어져 나오는 하얀 수증기로 분위기는 신비스러움 그 자체다. 온천수는 장소를 가릴 것 없이 바닥 여기저기서 부글부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 바닥 자갈틈에서 솟아오르고 있는 온천수
ⓒ 배한수
온천장 내의 물은 이렇게 땅에서 갓 솟아오르는 것을 모아 공급하고 있었다. 처음 자갈 틈에서 솟아져 나오는 물은 작은 개울로 모아지고, 이렇게 모아진 물은 시멘트로 만든 긴 수로를 지나 네개의 온천장으로 각각 유입된다.

▲ 자갈틈에서 솟아오르는 물은 작은 개울을 형성하고 시멘트로 만든 긴 수로를 따라 온천장에 공급된다 (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 배한수
갓 뿜어져 나오는 온천수를 만져보니 목욕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상당히 뜨겁다. 하지만 온천장은 이 물들이 긴 수로들을 거치면서 온도가 내려가고, 수로가 네 개의 욕탕을 차례로 거치면서 욕탕마다 다른 온도를 가질 수 있게 설계되어 있었다. 이곳을 맞이한 방문객이 자기가 좋아하는 온도에서 온천욕을 즐길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 온천욕을 즐기는 사람의 모습
ⓒ 배한수
일행은 각 욕탕에 손을 담가보고 두 번째로 뜨거운 욕조에 몸을 담갔다. 아침이라 꽤 쌀쌀한 날씨였지만 뜨거운 온천수에 몸을 담그니 추위는 금세 달아나 버렸다. 더구나 욕탕에 기대 정면으로 보이는 하얀눈이 덮인 안데스 산의 정상을 보고 있으니 신선놀음이 따로 없었다. 몸으로 느끼는 온천수의 따뜻함과 눈으로 느끼는 안데스의 아름다운 풍경이 완벽하게 어울리는 이곳은 분명 천국과 같았다.

▲ 안데스의 아름다운 풍경속에 위치한 온천장의 모습
ⓒ 배한수
온천장에는 외국 관광객들, 나들이 나온 가족들, 지역 인디오들 등 다양한 사람들이 방문에 즐겁게 온천욕을 즐기고 있었다. 아름다운 풍경 속에 몸을 풀어주는 안데스의 온천욕은 방문한 모든 이들이게 즐거움을 선사하기에 충분했다.

두 시간여 온천욕에 푹 몸을 담근 일행은, 온천지구내 음식을 파는 오두막으로 향했다. 이곳에서는 단일 메뉴로 "깔도 데 까베사 데 꼬르데로(Caldo de cabeza de cordero)를 팔고 있었는데, 이 음식은 양의 머리를 감자, 추뇨(얼렸다 녹였다를 반복해 만든 감자), 유까 등과 함께 고아 만든 것이다.

▲ 깔도 데 까베사 데 꼬르데로(Caldo de cabeza de cordero)
ⓒ 배한수
주문을 하고 기다리자 인디오 아주머니가 양머리가 통째로 들어 있는 음식을 가져다 주셨다. 안 그래도 양고기와 별로 친숙하지 않은 나에게 양머리로 고아 만든 요리는 먹기도 전에 거부감부터 일으켰지만, 국물을 한 숟가락 떠 맛을 보니 진한 국물 맛이 생각 외로 훌륭했다. 게다가 국물 속에 함께 들어 있는 감자와 추뇨, 유까 등은 배를 든든히 하는데 아주 좋았다. 이래서 생소함에서 오는 거부감은 가끔 훌훌 털어버려야 할 때가 있나보다.

▲ 온천지구의 아름다운 전경
ⓒ 배한수
걷기만 해도 숨이 차오르는 해발 4000m 안데스 고산지대에서의 온천체험. 자갈 틈에서 솟아오르는 신비스러운 온천수로 아름다운 풍경을 벗 삼아 즐기는 온천욕, 색다른 요깃거리 등은 분명 찾는 이들에게 훌륭한 추억을 선사할 것이다. 먼 이국땅을 여행하면서 빡빡한 여행일정보다는 한번쯤 이렇게 외곽으로 나와 자연을 벗 삼아 온천욕을 즐겨보는 건 어떨까?

덧붙이는 글 | 쿠스코-푸노 여행기는 총 8부로 연재됩니다. 

현재 페루에 체류 중입니다. 

본 기사는 중남미 동호회 "아미고스(http://www.amigos.co.kr)에 칼럼으로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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