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디저트: 러브 사라> 영화 포스터

▲ <세상의 모든 디저트: 러브 사라> 영화 포스터 ⓒ 티캐스트


영국 런던의 베이커리 오픈을 앞두고 사라가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다. 딸 사라와 다툰 후 연락을 끊었던 미미(셀리아 아임리 분), 사라의 친구이자 베이커리의 동업자인 이사벨라(셀리 콘 분), 엄마 사라를 잃은 상실감에 무용을 포기한 딸 클라리사(섀넌 타벳 분), 그리고 사라의 옛사랑이며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의 셰프였던 매튜(루퍼트 펜리 존스 분)가 함께 베이커리 '러브 사라'를 오픈한다.

그러나 많은 이가 찾을 거란 기대와 달리 이들의 베이커리는 관심을 끌지 못 한다. 어느 날, 이민자 출신의 택배원을 본 미미가 아이디어를 떠올린다. 그녀는 '러브 사라'를 다른 나라에서 온 사람들을 위한 빵, 케이크, 디저트를 파는 '고향 같은 곳'으로 만들자고 제안한다.

음식을 통해 관객에게 특별한 힐링을 제공하는 영화는 하나의 장르에 가까울 정도로 많다. 마음을 치유하는 맛깔스러운 음식이 나오는 <카모메 식당>(2007), 행복을 전하는 레시피로 가득한 <줄리&줄리아>(2009), 오감을 만족시키는 프랑스의 정통 와인과 프렌치 푸드가 등장하는 <파리로 가는 길>(2016) 등이 대표적인 '힐링 푸드 영화'다.
 
<세상의 모든 디저트: 러브 사라> 영화의 한 장면

▲ <세상의 모든 디저트: 러브 사라> 영화의 한 장면 ⓒ 티캐스트


영화 <세상의 모든 디저트: 러브 사라>는 갑작스러운 사고로 사라가 세상을 떠난 후, 엄마 미미, 딸 클라리사, 친구 이사벨라 세 사람이 사라의 꿈을 이루기 위해 베이커리를 오픈하며 벌어지는 일을 담는다. 연출은 유니레버, 펩시 등 광고 영상과 TV 시리즈 <지골로>(2014)를 작업하고 단편 <크리노포브>(2013)로 2013년 IMDB 뉴 필름메이커스 어워즈에 노미네이트되며 주목을 받은 엘리자 슈뢰더 감독이 맡았다.

엘리자 슈뢰더 감독의 첫 장편 데뷔작 <세상의 모든 디저트: 러브 사라>는 그녀의 자전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한다. 대가족 사이에서 자라 다양한 세대가 소통하고 화합하는 과정을 자연스럽게 경험한 엘리자 슈뢰더 감독은 여성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 영감을 받는 것에 흥미를 느꼈다고 한다. 

여성을 강하게 만드는 건 다른 여성들과의 관계와 연대란 점에 주목하여 각기 다른 세대의 여성들이 서로를 통해 성장하는 스토리를 쓰던 중 어머니를 여인 엘리자 슈뢰더 감독은 깊은 상실을 경험한다. 이후 그녀는 상실을 고통스럽지만, 다시금 살아갈 수 있는 삶의 원동력이 된다는 사실을 깨닫고 영화를 새롭게 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감당하기 어려운 슬픔에 처한 세 여성이 서로 상처를 치유하는 이야기로 녹였다.
 
<세상의 모든 디저트: 러브 사라> 영화의 한 장면

▲ <세상의 모든 디저트: 러브 사라> 영화의 한 장면 ⓒ 티캐스트


세 여성의 연대만큼이나 눈길을 사로잡는 건 이국적이고 다채로운 빵, 케이크, 디저트다. 영화엔 호주의 케이크 레밍턴, 터키의 바클라바, 라트비아의 크링글, 프랑스의 딸기 프리지에, 이탈리아의 오렌지 세몰리나 케이크, 이란의 페르시안 러브 케이크 등 다양한 문화권의 먹거리가 나온다. 푸드 스타일리스트 레베카 우즈, 영국의 간판 베이킹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우승자 캔디스 브라운, 스타 셰프가 운영하는 레스트로아 '오토렝기'의 합작하여 다양한 레시피를 만들었다는 후문이다. 

<세상의 모든 디저트: 러브 사라>가 여러 인종과 문화의 빵, 케이크, 디저트를 빌려 표현하는 건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뜻하는 용어) 시대를 사는 영국의 오늘이기도 하다. 극 중에서 미미는 "런던은 세계 최고의 다문화 도시"라고 이야기한다. 영화는 다른 나라에서 온 사람들을 위한 베이커리 '러브 사라'를 통해 분열된 도시와 국가가 아닌, 다양한 곳에서 온 사람들이 서로 균형을 이루며 더불어 사는 것이 이상적이란 메시지를 전한다.
 
<세상의 모든 디저트: 러브 사라> 영화의 한 장면

▲ <세상의 모든 디저트: 러브 사라> 영화의 한 장면 ⓒ 티캐스트


엘리자 슈뢰더 감독은 "각자의 삶과 길을 제쳐 놓고 불확실성 앞에 뭉친 세 여성의 이야기가 오늘을 살아가는 관객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길 바란다"는 바람을 전한다. 그녀의 말처럼 세 여성의 연대는 분명 단단하게 묘사되어 감동과 힐링을 선사한다. 

반면에 이사벨라와 메튜, 미미와 펠릭스(빌 패터슨 분)의 러브 라인은 거슬린다. 로맨스 자체도 진부하거니와 남성에게 의존하는 모습마저 보여주어 가부장적 질서를 강화하는 느낌마저 든다. 특히 미미가 하수도에 빠진 귀걸이를 남자친구가 없으면 꺼낼 엄두조차 못 낸다는 장면은 왜 넣었는지 모르겠다. 여성 감독이 연출한 작품, 여성 작가가 각본을 쓴 작품, 여성 캐릭터가 주요 역할을 맡은 작품을 모두 충족한 트리플 F 등급 영화가 정작 여성을 남성의 그늘에 머무는 것처럼 그린 점이 아쉬움을 남긴다.
덧붙이는 글 세 여성 연대 그린 작품에 힐링 '오점' 된 장면
엘리자 슈뢰더 셀리아 아임리 섀넌 타벳 셀리 콘 루퍼트 펜리 존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초당 24프레임의 마음으로 영화를 사랑하는 남자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