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졌다. 이번에는 힘 한 번 제대로 써 보지 못 한 것이 역력하다. 9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19 신한은행 MYCAR KBO 프로야구' kt위즈와의 경기에서 롯데 자이언츠는 2-0으로 패하면서 5연패를 기록했다.

6월 총 7경기 동안 2승 7패. 올 시즌 롯데는 23승 42패로 승률 .354, 10구단 중 10위다. 팀 승률이 NC 다이노스 양의지 선수의 타율(.372)보다 낮다는 점은 롯데가 얼마나 심각한 상황에 놓여있는지 방증한다. 성적이 나지 않으니 롯데 경기에서 응원하는 관중들을 보기도 쉽지 않다.

특히 현재의 롯데는 꼼꼼히 들여다볼수록 총체적 난국에 놓여 있다. 롯데는 올 시즌 6연패, 5연패, 7연패, 7연패에 이어 다시 5연패에 빠진 상황. 반등하지 못하고 있는 롯데 자이언츠의 현재를 숫자로 살펴보려 한다. 

투수들을 궁지에 몰리게 만든 숫자 '1'

최근 10여년 간 롯데의 투수진을 이끌어 온 변화구는 스플린터(포크볼)다. 과거 조정훈을 필두로 구승민, 박진형 그리고 손승락까지 활용해 온 이 구종의 매력은 상대 타자의 헛스윙을 이끌어 내는 것이다. 직구처럼 오다가 홈플레이트 근처에서 수직으로 뚝 떨어지기 때문에 위기 탈출에 요긴하게 사용된다.

무엇보다 이 스플린터의 마력은 무엇보다 오로지 투수의 힘으로 위기 탈출하는데 큰 역할을 하는 것이다. 마치 최동원의 커브, 염종석의 슬라이더와 같은 맥락이다. 롯데는 올해도 스플린터의 구사율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 시즌에는 11.8%로 '1'위, 올 시즌은 (6월 9일 마감 기준) 11.4%로 10개 구단 중 2위다.

아래 표는 롯데 주요 투수들의 스플린터 구사 비율이다.
 
롯데 투수들의 스플린터 구사 비율 롯데 투수들의 스플린터 구사 비율

▲ 롯데 투수들의 스플린터 구사 비율 롯데 투수들의 스플린터 구사 비율 ⓒ 장정환

 
일각에서는 최근 KBO에서 활약하고 있는 투수들이 주로 투심(싱커)을 선호하는 데 반해, 롯데 선수들의 선택은 시대에 뒤떨어지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필자 생각은 조금 다르다. 

지금 롯데는 투수들이 마음 놓고 자신 있게 변화구나 직구를 구사할 수 없는 환경이다. 롯데는 올 시즌 포일과 폭투 66개로 압도적인 리그 '1'위다. 홈플레이트 앞에서 수직으로 떨어지는 스플린터는 블로킹이 필수적이다. 루상에 주자가 나가있을 때 블로킹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주자에게 한 베이스를 더 내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엔트리에 포함된 롯데의 포수들은 모두 블로킹에서 약점을 노출하고 있다.

대체 불가 '47' 

롯데의 안방마님이었던 강민호가 삼성 라이온즈로 이적한 이후 롯데 포수진은 더욱 부진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2017 시즌 한 번이라도 1군 경기에서 포수 자리에 앉았던 선수는 총 4명이었다. 4명의 포수는 폭투와 포일 총 81개를 기록했다. 강민호가 떠난 이후 2018 시즌, 폭투와 포일은 79개로 오히려 줄었다. 이렇게 보면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아직 시즌을 절반도 치르지 않은 지금 시점 롯데의 폭투와 포일은 벌써 66개다. 왜 이런 기록이 나온 것일까.

분명 2017 시즌보다 2018 시즌, 포일과 폭투가 적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그리 긍정적인 신호는 아니었다. 강민호는 2017 시즌 1032.2 이닝을 소화하며 폭투 44개, 포일 9개를 기록했다. 하지만 2018년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한 나종덕은 548이닝 동안 폭투 26개, 포일 7개를 기록했다. 그 다음으로 많은 이닝을 소화한 안중열 역시 26개의 폭투와 2개의 포일을 내줬다. 두 사람의 이닝을 합쳐도, 강민호 혼자 책임진 이닝보다 적은 상황에서 이러한 기록은 롯데 포수들의 약점을 분명히 보여준다.
 
 강민호 이적 전과 후 롯데의 포일, 폭투 기록

강민호 이적 전과 후 롯데의 포일, 폭투 기록 ⓒ 장정환

 
그렇다고 내야 수비가 뛰어나 투심 계열의 변화구를 마음 놓고 던질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롯데의 내야 최다 실책 역시 리그 3위로 상위권이다.
  
투수 입장에서는 상대 타격을 유도해 평범한 타구를 만들었을 때, 내야 수비를 믿어야 한다. 그러나 내야 실책이 많은 상황에서 투수는 땅볼조차 불안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타자에게 삼진을 빼앗을 수 있는 스플린터를 구사하는 패턴을 선택했을 거라는 추측도 가능하다. 이러한 순환이 폭투가 속출하게 된 원인이지 않을까. 현재 롯데의 팀 전체 탈삼진은 리그 2위다.
 
롯데 자이언츠 팀 내야 실책 롯데 자이언츠 팀 내야 실책

▲ 롯데 자이언츠 팀 내야 실책 롯데 자이언츠 팀 내야 실책 ⓒ 장정환

 
'3 X 5 = 15'

'5'는 야구에서 '3'루수를 가리키는 숫자다. 그리고 '15'는 롯데의 '3'루수가 만들어 낸 실책의 숫자다. 현재 롯데의 3루 실책은 리그 1위. 그렇다면 롯데의 3루는 어느 정도 수준일까. 롯데가 6월 9일 경기까지 3루수로서 한 번이라도 그라운드를 밟아 본 선수가 총 9명이다. 작년 시즌도 9명이었다. 팬들이 지적하는 부분이 바로 이 부분이다. 3루가 약하다는 것이 이미 수차례 드러났다. 시장에 매물이 2번(황재균, 김민성)이나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프런트가 단 한 번도 제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하다못해 수비 전문 요원 영입도 없었다.
 
롯데와 LG의 3루수 수비 성적 롯데와 LG의 3루수 수비 성적

▲ 롯데와 LG의 3루수 수비 성적 롯데와 LG의 3루수 수비 성적 ⓒ 장정환

 
이 부분은 LG와 비교해 보면 더더욱 안타까운 행보다. LG는 3루를 메우기 위해 당시 키움의 김민성을 사인 앤 트레이드로 진행 후 영입했다. 김민성 선수와 계약이 틀어질 것을 대비한 수비 백업 요원으로 양종민 선수까지 품에 안았다. 결국 양종민 선수가 완벽하게 김민성 선수가 LG에 녹아들 수 있게 시간을 벌어주었다. LG가 3루를 지키면서 만든 실책 숫자는 9개로 롯데의 60% 수준에 불과하다.

현재 롯데는 한동희 선수를 차세대 주력 선수로 꼽고 있다. 거포 내야수로 성장할 가능성을 본 롯데가 2017 시즌 1차 드래프트로 그를 지명했고 2018 시즌 80경기 출장하며 타율 .232 홈런 4개를 기록하는 등 가능성도 보여줬다. 올 시즌 초반에도 두산과의 3연전에서 유일한 타점을 솔로 홈런으로 기록하는 등 발전하는 모습이 엿보이기도 했다.

문제는 한동희의 수비다. 지난 시즌 그는 80경기에 12개의 실책을 범했다면 올 시즌은 28경기에 벌써 절반이 넘는 7개의 실책을 기록했다. 물론 어린 선수가 성장하기까지 그를 위한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 특히 '핫코너'라고 불리는 3루수의 경우 경험이 중요한 포지션이다. 하지만 이렇다 할 주전 3루수가 없는 상황에서 부상 전까지 한동희는 북극의 얼음판 위에서 그저 버티고 있을 뿐이었다. 한동희의 부상 이후 주전으로 나왔던 강로한 역시 마찬가지다. 두 선수가 충분한 성장을 보여주지 못한 데는 롯데의 얇은 선수층 탓을 하지 않을 수 없다.

'2018년 203 → 2019년 89'

작년 시즌 거포 군단 3팀을 꼽아보면 SK, 롯데 그리고 kt였다. 이 세 팀 모두 팀 홈런이 '200'개를 넘었다. SK는 200홈런과 강한 투수력을 바탕으로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였다. 롯데는 뒤늦은 발동이 아쉬웠지만 가을야구 막차 합류를 위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다. kt는 창단 이후 처음으로 최하위 탈출에 성공했다.
 
2018시즌 홈런 및 도루 숫자.  2018시즌 홈런 및 도루 숫자.

▲ 2018시즌 홈런 및 도루 숫자. 2018시즌 홈런 및 도루 숫자. ⓒ 장정환

  
그런데 올 시즌 시작부터 변수가 발생했다. 새로 도입된 공인구가 그 이유다. 반발계수가 줄어들면서 올해 리그 전반적인 홈런과 장타율도 크게 줄어들었다. 아래는 작년 시즌 SK와 롯데의 팀 공격 기록. SK는 지난 시즌 200홈런이 넘는 숫자를 기록했지만 도루도 '108'개로 리그 전체 3위였다. 반대로 롯데는 200홈런 이상을 기록했지만 도루 숫자는 리그 최하위였다.

바뀐 공인구 때문인지, 올해 롯데는 장타력을 상실했는데 기동력마저 제자리걸음이다. 점수를 낼 수 있는 방법이 안타밖에 없는 셈이다. 담장 밖으로 넘기지 못하면 뛰어서라도 홈플레이트까지 가야 한다.
 
2019 시즌 홈런 및 도루 성적 2019 시즌 홈런 및 도루 성적. 6월 9일 마감 기준

▲ 2019 시즌 홈런 및 도루 성적 2019 시즌 홈런 및 도루 성적. 6월 9일 마감 기준 ⓒ 장정환

 
2019 시즌 종료 홈런 및 도루 환산 성적 2019 시즌 종료 홈런 및 도루 환산 성적

▲ 2019 시즌 종료 홈런 및 도루 환산 성적 2019 시즌 종료 홈런 및 도루 환산 성적 ⓒ 장정환

 
롯데 팬들을 화가 나게 만드는 숫자 '2' 

롯데는 올 시즌 조원우 감독을 교체하고 양상문 감독을 영입했다. 구단은 조원우 감독을 잔여 계약 '2'년을 남기고 경질했다. 그리고 양상문 감독은 성적을 내겠다고 다짐했다. 양상문 감독은 지난 2004, 2005 시즌 롯데에서 감독을 맡은 이후 14년 만에 다시 롯데 감독으로 돌아왔다. '2'번째 롯데 감독인 만큼, 팀을 잘 파악하고 성적을 내리라 팬들은 기대했다. 그러나 양상문 감독은 팬들의 기대를 저버리고 있는 모습이다.

최근 롯데는 외국인 선수 '2'명을 교체하는 강수를 띄웠다. SK 와이번스에서 소사를 영입하며 웨이버 공시한 다익손을 데려왔다. 이를 두고 롯데 팬들 중 일부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열정으로 '2(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롯데 팬들을 가장 화나게 만드는 숫자는 실책과 폭투 그리고 '10'위라는 숫자도 아니다. 리그 최하위로 떨어진 지금까지도 별 다른 노력을 하지 않은 채, '2(두)'손 놓은 듯한 롯데 구단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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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모든 지표는 스탯티즈에서 가지고 왔습니다.
롯데자이언츠 최악의지표 숫자로본롯데자이언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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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SEBALL KID. 옳고 그름을 떠나서 다양한 이야기를 해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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