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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우진 “독립유공자 공적 전수 조사하겠다” 피우진 국가보훈처장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국정감사에 참석해 최근 불거진 가짜 독립유공자 논란과 관련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피우진 “독립유공자 공적 전수 조사하겠다” 피우진 국가보훈처장이 지난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국정감사에 참석해 최근 불거진 가짜 독립유공자 논란과 관련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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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운동가 후손으로 인정해줬으면 됐지, 뭘 더 바라느냐."

가짜 독립운동가 집안의 실체를 고발한 '진짜' 독립운동가 후손 김세걸씨가 국가보훈처 직원으로부터 들었던 말이라고 한다. 

김씨는 독립운동가였던 부친(고 김진성)의 행세를 하며 현충원에 대신 잠들어있던 가짜 김진성의 실체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또 다른 가짜 독립운동가 김정수 일가의 존재를 밝혀낸 장본인이다.

그러나 보훈처가 그의 주장에 손을 들어주기까지 무려 20년이란 시간이 걸렸다. 그 과정에서 김씨는 크고 깊은 상처를 입었다. (관련 기사: 20년 만에 밝혀진 가짜 독립운동가 집안의 진실)

지난 9월, 서울 노원구 자택에서 만난 김씨는 보훈처의 '김정수 일가 서훈 취소' 결정에 대해 "늦었지만 다행한 일이고 참 기쁘다"고 했다. 그러나 표정 한 켠엔 여전히 그늘이 드리워져 있었다. 이 당연한 결정이 내려지기까지 20년이란 세월이 걸렸다는 사실에 대해 그가 느끼는 허탈감과 상실감은 매우 커보였다.

그는 보훈처에 강한 불신을 드러냈다. 사연을 들어보니 김씨의 심정이 충분히 이해됐다. '가짜 독립운동가' 문제를 제기했음에도 보훈처가 미적지근한 태도로 일관하자 김씨는 홀로 국사편찬위원회 등을 찾아다니며 김정수 일가의 공훈이 조작됐음을 입증하는 증거들을 모아 제출했다. 그러자 보훈처 공무원은 "어떻게 그걸 찾으셨느냐"며 "나는 머리가 나빠 못 찾는다"는 궤변을 늘어놓았다고 한다. 

심지어 계속해서 문제를 제기하는 김씨에게 "독립운동가 후손으로 인정해줬으면 됐지, 뭘 더 바라느냐"는 식으로 대꾸하기까지 했단다. 부친의 명예회복과 가짜 독립운동가 집안의 진실을 밝히겠다는 신념으로 중국에서의 안락한 생활도 포기하고 고국으로 돌아온 그였기에 그 상처는 더욱 클 수밖에 없었다.
 
 가짜 독립운동가 김정수 일가의 실체를 밝혀낸 김세걸씨
 가짜 독립운동가 김정수 일가의 실체를 밝혀낸 김세걸씨
ⓒ 김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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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가 나간 후 쏟아진 뜨거운 반응… 왜 이제야

김씨의 사연을 담은 기사가 나간 후 폭발적인 반응이 쏟아졌다. 독립운동가와 그 후손들의 복지를 위해 만들어진 보훈처가 오히려 독립운동가 후손을 멸시하고 가짜 독립운동가가 활개치고 다니는 현실을 수수방관하는 태도에 누리꾼들도 분노한 것이다. 일부 누리꾼들은 보훈처 누리집을 찾아 성토글을 올리기도 했다.

김세걸씨를 취재한 기자의 핸드폰도 불이 났다. 이름만 대면 알 만한 매체들이 "후속 취재를 하고 싶다"며 김씨의 연락처를 요구해왔다. 어느 국회의원 비서실에서도 국정감사 때 이 문제를 공론화하고 싶다며 연락을 해왔다. 

예상치 못했던 뜨거운 반응에 어안이 벙벙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씁쓸했다. '왜 이제야...'하는 마음 때문이었다. 김씨가 이 문제를 처음 제기한 것은 20년 전의 일이다. 보훈처 직원이 '머리가 나빠' 찾지 못했다는 각종 기록들도 한 개인의 힘으로 찾아낸 그였다.

그런 그가 그동안 과연 언론과 정치권에 문 한 번 안 두드려 봤을까? 그러나 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던 이들은 얼마나 됐던가. 마치 이제야 처음으로 진실이 알려진 것처럼 취재 경쟁에 뛰어들며 호들갑을 떠는 언론을 보니 씁쓸함을 감추기 힘들었다.

말 그대로 '만시지탄'이지만 이제라도 이 문제가 언론과 대중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게 된 것은 참으로 반갑고 다행한 일이었다. 지난 16일 국가보훈처를 상대로 열린 국정감사에서는 여야 의원들이 이구동성으로 이 문제를 지적하기에 이르렀다. 결국 보훈처의 수장인 피우진 처장이 "독립유공자를 전수조사하겠다"며 진상조사를 약속했다.

여전히 미온적인 보훈처, 진정 해결 의지가 있나

하지만 피우진 처장의 메시지를 보면서 나는 한 가지 의아함을 느꼈다. 조사 대상에 대해 '1970년 이전에 포상 받은 독립유공자들'이라는 단서를 달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오랫동안 가짜 독립운동가 문제를 추적했던 친일문제연구가 정운현은 "1970년 이후로도 가짜 독립운동가가 많다"며 "한 줌도 안 되는 숫자를 조사하면서 전수조사 운운하는 것은 말장난"이라고 꼬집었다. 여전히 정신 차리지 못한 보훈처의 '면피성 발언'이라는 지적도 뒤따랐다.

또 한 가지 아쉬웠던 것은 실질적인 조치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는 점이다. 이미 가짜로 판명난 김정수 일가의 경우 서훈이 취소됐지만, 김정수의 묘는 여전히 현충원에 있다. 김정수와 그 후손들이 몇십 년간 받아챙긴 수억 원에 달하는 보훈연금과 훈장 역시 회수하지 못했다.

김씨의 말에 따르면 보훈처에서 "강제로 김정수의 묘를 파묘하고 연금과 훈장을 회수할 권한이 없다"고 했단다. 당시 김씨는 "압수수색을 통해서라도 훈장을 회수해오겠다는 생각은 왜 못하는지..."라며 여전히 미온적인 보훈처의 태도에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보훈처가 이 문제에 대한 적극적인 해결 의지가 있었다면 보다 실질적인 조치에 대한 언급이 있었어야 마땅했다. 법적인 한계가 있다면 그를 개선할 수 있는 입법안을 모색해 보겠다는 말이라도 했어야 했다. 하지만 그러한 언급은 일언반구도 하지 않은 채, 반쪽짜리 전수조사를 '대단한 결단'이랍시고 내놓은 보훈처와 피우진 처장에 대해 실망을 금할 길이 없다.

 
 <미스터 선샤인>의 의병
 <미스터 선샤인>의 의병
ⓒ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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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의병들의 활약을 그린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이 높은 시청률로 막을 내렸다. 드라마가 방영될 당시 '션샤인 열풍'이 불면서 독립운동사에 대한 대중의 관심도 부쩍 늘었다. 나라를 지키기 위해 싸운 이들을 기억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졌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는 우리 주변의 독립운동가와 그 후손들이 처한 현실에 대해 무관심한 것처럼 보인다. "친일을 하면 3대가 흥하고, 독립운동을 하면 3대가 망한다"는 자조 섞인 푸념을 하기 전에 먼저 그들을 위해 우리는 과연 무엇을 했는지 돌아볼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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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국선열을 기억하기 위해 기록하고자 하는 역사학도 / 以茶靜心 以武健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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