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대전지역 민족단체 등 27개 단체는 10월 10일 오후 2시, 대전지방보훈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독립유공자 서훈 전수조사 즉각 실시”를 요구했다.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는 윤석경 전 광복회 대전지부장.
 대전지역 민족단체 등 27개 단체는 지난 10일 오후 2시, 대전지방보훈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독립유공자 서훈 전수조사 즉각 실시”를 요구했다.
ⓒ 임재근

관련사진보기

 
필자는 충남 공주에서 활동한 독립운동가 김해인 선생의 아들로 광복회 회원이다. '광복회 회원'이라는 소개는 부끄럽고, '보훈 회원'이라는 소개도 그리 좋지는 않다. 차라리 '대한민국 국민'이 좋다.

나는 태어나서부터 선친 작고까지 딱 반세기를 한 지붕 아래 살아왔고 가업을 이었다. 선친께서는 생전에 '가짜 독립운동가'에 대해 수차례 말씀하셨고, 당신 유고 후에는 광복회에 발을 들이지 말라고 당부했다. 그곳 회원 일부는 인성이 좋지 않고 가짜가 섞여 단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으니 물들지 말라는 말씀이었다.

"아편장사하다 감옥살이... 독립운동가로 변신한 가짜들"

선친은 공주고보 시절 동교생들과 단체를 만들어 활동한, 이른바 '국내항일' 독립유공자다. 선친은 일부 독립운동가의 국외 활동에 대해 못마땅해 하셨다. 

선친은 "별별놈 다 섞여 있다"라며 "아편장사, 사기꾼, 도둑놈이 붙잡혀 징역 살고는 독립운동으로 감옥 다녀왔다 하고, 남에 공적 훔쳐다 자기 것으로 등록하기도 하고, 해방 후 환국선 갑판에서 옆자리 광복군 모자를 빌려 쓰고 사진 찍어 포상 받은 사기꾼도 있다"며 통탄해 하셨다.

그런데 이같이 허위로 제출한 독립유공자 공적심사는 한번 결정되면 바꾸기 어렵다. 그 결과, 광복회 내부에도 진짜 독립운동가와 가짜 독립운동가가 뒤섞여 버리고 말았다. 가짜는 죽어서도 국립묘지에 묻혀 후손들에게 거짓 영광을 이어준다.

이들은 독립유공자가 아니라 '국고 도둑'이다.

안 잡는 걸까 못 잡는 걸까

이른바 '가짜 독립 유공자'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 1991년 초 독립유공자 재선정이 국회의 국정감사에서도 거론되었으나 30년이 가까워지는 지금까지도 독립유공자에 대한 재심사·재선정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간간이 드러나는 '가짜 독립유공자'는 민간이 주도해서, 빼도 박도 못하는 확실한 증거에 의한 것이거나 언론, 여론에 의한 고발이 고작이다.

국가보훈처가 스스로 가짜를 드러내지 않는 이유는 뭘까.

첫째, 보훈처 내부 연루자가 드러나 논란에 휩쓸리는 것을 걱정하거나
둘째, 재심된 '가짜'의 막강한 반발로 소송에 휘말려들게 겁나거나
셋째, '국세 낭비'라는 국민의 뭇매를 맞게 될 것이 두려워 

'내 임기만, 이 시간만' 지나기를 바라며, 이른바 '가짜 드러내기'를 소홀하기 때문이 아닐까.

이같은 안일함과 비양심, 과거의 적폐를 답습하고 있는 사람들, 가짜를 만드는 데 돈 받고 도운 자를 색출해 고발하여야 한다. 무엇보다 피우진 보훈처장은 국민이 들어올린 촛불정부의 보훈처장으로서, 자신의 책무인 '보훈적폐 청산'을 즉시 실행해야 한다. 

최근 보훈처는 '가짜 독립유공자'의 서훈을 취소했다(관련기사: 국가보훈처, 가짜 독립운동가 4명 서훈 취소). 이를 계기로 독립유공자 공적 전수조사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자료 수집과 조사 비용 등등 민간이 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이번에 드러난 가짜는 민간조사에 의해 밝혀졌는데, 그야말로 돌 던져 우연히 맞춘 꼴이라고 보면 된다. 첫 문제 제기 후 밝혀지기까지 20년이 걸렸다. 보훈처 스스로 가짜를 적발한 사례는 거의 없다고 본다.

그럼 가짜 적발에 앞장서야 하는 보훈처는 어떻게 했나? 보훈처는 독립유공자에 대한 모든 정보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철저히 조사하지 않는다. 도리어 민간이 직접 조사하겠다며 정보청구를 하면 '개인정보 비공개'를 명분으로 거절한다. 아니면 '의심가는 사례가 있으면 제출해 봐라, 한번 검토해 보겠다'는 식으로 뜨뜻미지근하게 나온다.

내가 신뢰하지 않는 까닭
   
 가짜로 드러난 김정수의 묘(서울 동작동 국립묘지) . 김정수의 본적은 평북 영변군 용산면이다. 하지만 묘비에는 진짜 독립운동가인 김정범의 원적지인 '평북 초산'이라고 새겨 넣었다. 지난 2014년 12월에는 그의 처를 합장했다. (지난 2015년 사진)
 가짜 독립유공자로 드러난 김정수의 묘(서울 동작동 국립묘지).
ⓒ 김세걸

관련사진보기

 
나는 왜 이토록 보훈처를 불신하게 됐을까.

필자는 지난 2015년 민족문제연구소 대전지부와 광복회 대전지부, <오마이뉴스> 등과 함께 대전의 대표 독립운동가인 김태원의 가짜 공적 의혹을 조사한 바 있다. 당시 보훈처에 정보공개 청구를 했지만 그때마다 '부존재(존재하지 않음)' 또는 '비공개' 답변이 돌아왔다.

결국 조사단은 국립도서관에서 법흥김씨 족보를 뒤져야 했으며, 국가기록원에서 몇날 며칠 동안 일일이 자료를 찾아야 했다. 그런 피나는 노력 끝에 가짜임을 증명할 증거를 찾을 수 있었다.

그렇게 해서 증거를 내놓자 보훈처는 '이미 2011년에 조사했고 현재도 조사 중이다, 2011년에 유족을 조사 질의했던 담당 공무원은 퇴직했다'는 어처구니 없는 답변을 내놓았다.  

보훈처는 왜 2011년에 시작한 조사를 2015년까지, 장장 4년간이나 끌어왔을까. 2011년에 조사를 했다면 조사 결과를 내고 종결시키면 된다. 그런데 왜 4년간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끌어왔을까. 보훈처는 그 시간 동안 대체 무얼 한 걸까.

가짜 독립유공자 전수조사, 복잡하지 않다

혹자는 '독립유공자 공적 전수조사'가 너무 방대하고 복잡한 작업이 될 거라며, 몇몇 '가짜' 때문에 그런 분란을 만들 필요까지 있느냐고 한다.

현재 독립운동으로 서훈을 받은 사람은 약 1만5천여명이다. 그 중 광복회원은 약 7천여명이다. 어찌 보면 엄청나게 많은 수도 아니다. 게다가 보훈처에는 독립유공자에 대한 공적조서 같은 정보가 있다. 조사는 당사자를 우선하되 유족이 조작했을 가능성이 있으니 그들도 포함한다.

1차 조사 대상은 '동명인'이다. 같은 이름의 다른 독립운동가의 공적을 훔쳐 독립유공자 행세를 하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2차 조사 대상은 광복회 본회나 지부의 간부들이다. 또 과거 독립유공자 등록 신청시 보훈처 공직자였거나 그후 사무관급 이상으로 퇴직한 자들도 조사해야 한다. 그들은 당시 일반인이 접근할 수 없었던, 무연고 독립운동가 정보를 빼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빼낸 정보를 가지고 가짜 독립유공자를 만드는 '브로커' 일을 했을 가능성도 있다.

3차 조사 대상은 유공자 신청 당시 유공자와의 관계자가 사후 양자, 양손자, 양자인 유족 순이다. 이외에도 친인척, 지인 등을 조사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인데, 대부분 친인척은 독립유공자로 선정되기까지의 비리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동명인, 고위 공직자 출신, 지역 정치인, 양자, 양손자, 사후 양자만 조사해도 더 많은 가짜를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2대 유족보다는 3대 유족이 가짜일 가능성이 높다. 특히 중국에서 항일운동을 한 사례를 재조사하는 게 절실하다. 상당수 유족들이 국내에 들어오지 않고 중국에 남으면서 한국 상황에 어둡기 때문이다.

가짜 독립유공자는 신청자 혼자 만들기 어렵다. 브로커와 보훈처 내부 조력자가 있어야 가능하다. 보훈처가 가짜로 의심되는 유공자의 상세자료를 공개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가 내부 조력자의 표출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보훈처 스스로 전수조사를 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가짜 독립유공자를 만든 내부 조력자가 자신이거나 선배이거나 현직에 있을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스스로 칼을 들이대겠는가? 따라서 강력한 권한을 지닌 별도의 검·경·민으로 구성된 특별위원회를 만들기 전에는 보훈처 스스로 '가짜 소탕'은 불가능하다.

추측하건데 보훈처에는 오래 전부터 내려오는 가짜 의혹 리스트가 있을 가능성도 있다. 필자 같은 평범한 민간인도 할 수 있는 일을 정부기관에서 하지 않았을 리 없다. 다만 사회적 파장을 고려해 공개를 꺼리는 게 아닌가 한다.

어이없는 광복회
 
 피우진 국가보훈처장이 14일 오전 서울 용순구 백범 김구 기념관에서 한국광복군 창군 제77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해 참석자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있다.
 피우진 국가보훈처장이 지난 2017년 9월 14일 오전 서울 용순구 백범 김구 기념관에서 한국광복군 창군 제77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해 참석자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있다.
ⓒ 이희훈

관련사진보기

 
가짜 독립유공자임이 발각되면 어떻게 될까. 발각되어봤자 5년치 보상금만 도로 내주면 된다. 그동안 학자금이나 취업가산점 등은 어찌 할 방법이 없다. 형사문제도 따르지 않는다. 이마저도 소송으로 수년간 발각을 지체할 수 있으니 누가 이를 마다하겠는가?

앞서 언급한 대로 2015년에 가짜 독립유공자를 밝혀낸 후 광복회 안에선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광복회는 가짜 독립유공자를 밝혀낸 사람을 '내부고발자'로 몰아 공식석상에서 배제하거나 블랙리스트에 올려 동태를 살폈다. 한 광복회 고위 간부는 '아까운 사람이 희생돼 안타깝다'면서 '앞으로 그를 도와주겠다'고까지 했다고 한다.

이처럼 가짜를 드러내면 광복회는 포상은커녕 치부를 드러낸 배신자로 몰아 탄압했다. 이는 내가 직접 겪은 일이다.

보훈처는 지금까지 총 19명의 서훈을 취소했다. 독립유공자의 공적을 모두 조사해 가짜를 걸러내고 진짜만 남기는 것이, 독립유공자들의 명예를 제대로 지켜내는 것이 촛불정부 보훈처의 소임일 것이다.

2018. 10. 15.
김영진

댓글24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모든 시민은 기자다!" 오마이뉴스 편집부의 뉴스 아이디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