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울리는 미세먼지와 황사 경보로 인해 어느 때보다 환경오염에 많은 이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구의 건강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보기에 안성맞춤인 환경 다큐멘터리 몇 편을 소개한다. 이름하여 '넷플릭스에서 볼 만한 환경 다큐 시리즈'.

1. <빙하를 따라서>
2012년 / 74분 / 제프 올로우스키

<빙하를 따라서> 영화의 한 장면

▲ <빙하를 따라서> 영화의 한 장면 ⓒ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빙하를 따라서>는 토네이도, 허리케인, 가뭄 등 전 세계적인 이상 기후는 지구 온난화와 관계가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려주며 시작한다. 미국의 기상 채널 설립자 존 콜맨은 "만년설이나 극지는 녹지 않을 겁니다. 바다가 해안을 범람하지 않을 거예요"라고 공언할 정도다.

환경사진작가인 제임스 발로그가 세계 곳곳에 저속 촬영 카메라를 설치하여 변화하는 빙하의 모습을 다년간 포착한 <빙하를 따라서>는 그들에게 던지는 반박할 수 없는 '광산의 카나리아(과거 광부들이 광산에 유독가스가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공기에 민감한 카나리아를 데리고 가는 것을 뜻함)'다.

제임스 발로그는 내셔널지오그래픽에 실린 사진 '대규모의 해빙'으로 널리 명성을 떨쳤다. 빙하로부터 "마치 늙고 쇠약한 사람처럼 땅으로 떨어져 죽어간다는 느낌"을 받았던 그는 녹아버린 빙하를 비교하고자 극지빙하조사단을 꾸리고 2007년 3월 알래스카, 그린란드 아이슬란드, 몬태나 등에 카메라를 설치한다.

지구상에서 가장 가혹한 환경 조건을 갖춘 지역에 민감한 전자 장비를 설치하는 일은 만만치 않았다. 기술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재정적인 어려움도 컸다. 제임스 발로그의 건강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숱한 고난을 겪은 끝에 2008년 3월 겨우내 빙하의 변화를 기록한 2300여 장의 사진을 얻는 데 성공한다. 인간의 이기심 때문에 죽어가는 빙하를 생생히 기록한 첫 파노라마였다.

제임스 발로그는 세계의 빙하가 녹는 모양을 사진으로 시각화함으로써 기후 변화의 무서움을 보여준다. 한편으로 빙하가 얼마나 아름다운 풍경을 지녔는지를 담았다. 제임스 발로그의 사진과 영화 <빙하를 따라서>는 인간과 자연이 주고받는 상호작용과 인간이 자연 유기체임을 일깨워 준다. 그리고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우리가 알았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2. <소에 관한 음모>
2014년 / 91분 / 킵 안데르센, 키건 쿤

<소에 관한 음모> 영화의 한 장면

▲ <소에 관한 음모> 영화의 한 장면 ⓒ 넷플릭스


지구 온난화를 다룬 다큐멘터리 <불편한 진실>을 보고 충격을 받은 킵 안데르센 감독은 일상에서 지구와 공존하며 살아가는 여러 가지 방법을 시도한다. 우연히 UN에서 발행한 온라인 보고서를 보고 생각이 바뀐다. 미국의 주요 환경 단체들의 홈페이지를 검색했지만, 어느 곳에서도 가축을 기르며 발생하는 온실가스가 모든 교통수단의 대기 가스보다 많다는 내용을 찾을 수 없었다.

<소에 관한 음모>(넷플릭스에선 '카우스피라시'로 서비스)는 축산업이 환경오염의 가장 큰 원인이나 다수 환경 단체들은 침묵하는 '불편한 진실'을 정면으로 건드린다. 킵 안데르센과 키건 쿤은 '온실가스를 측정하는 기준을 적용하면 인간이 초래한 기후 변화의 51%는 축산업이 원인'이란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정부 관계자, 주요 환경 단체와 접촉한다. 어떤 이는 만남을 거부하고, 다른 이는 대답을 회피한다. 화석 연료만 언급하는 사람도 있다. 축산업이란 단어는 들리질 않는다.

환경 작가와 몇 명의 변호사를 만나면서 영화의 의문은 풀린다. 축산협회는 미국에서 거대한 로비 그룹 중 하나이고 환경 단체는 육식을 반대하면 기부금 모금에 어려움을 겪기 때문이었다. 영화 원제 '카우스피라시(cowspiracy)'의 소(cow)와 음모(conspiracy)의 의미는 비로소 연결된다.

공장식 축산 경영이 지구를 어떻게 훼손하고, 이런 문제점을 환경 단체들은 왜 무시하는가를 살피는 <소에 관한 음모>를 보노라면 햄버거 하나에 물 2500리터가 필요하단 현실에 경악하게 된다. 기후 변화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육류, 유제품, 달걀의 소비를 줄이는 것이다. 그러면 유전자를 조작한 곡물과 콩을 경작하는 땅을 다시 숲과 동물에게 돌려줄 수 있다. 

분명히 공감 가는 내용이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 이런 식습관으로 산다는 건 실로 어렵다. 환경 다큐멘터리 <비포 더 플러드>에서 환경 물리학 연구 교수인 기돈 예셜은 한층 현실적인 해법을 제시한다. "쇠고기는 지구상에서 가장 비효율적인 자원이다. 쇠고기를 다른 거로 바꿔라. 닭고기라도 좋다"(미국은 전 세계 쇠고기 소비량의 25%를 차지하고 있다)

3. <비포 더 플러드>
2016년 / 96분 / 피셔 스티븐슨

<비포 더 플러드> 영화의 한 장면

▲ <비포 더 플러드> 영화의 한 장면 ⓒ 넷플릭스


2016년에 열린 제8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레버넌트>로 남우주연상을 받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기후 변화는 현실입니다"라고 수상 소감을 전했다. 그가 환경 문제를 언급한 건 우연이 아니다. 그는 20대 시절, 앨 고어 부통령에게 지구 온난화란 단어를 접한 후부터 다양한 방식으로 환경 캠페인에 참여하고 목소리를 냈다. 2014년 9월에는 UN 평화 대사로 임명되었다.

다큐멘터리 <비포 더 플러드>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2014년부터 2016년까지 2년간 UN 평화 대사로 활동하며 지구 온난화로 인한 환경 파괴의 심각성을 피부로 접하고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여정을 담은 기록이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미국, 중국, 인도 등 여러 국가를 누비며 각계각층의 사람들과 만난다.

영화엔 몇 가지 흥미로운 장면이 등장한다. 인도의 한 지도자는 전기 혜택도 못 받는 인도의 다수 국민이 최소한의 생존을 위해 하는 일을 미국 NGO가 반대하는 건 대단한 모순이라고 비판한다. 화석 연료에 중독되어 있고, 오랫동안 온실가스 최대 배출국이었던 미국이 먼저 모범을 보이라고 지적한다. 전기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은 빛과 열을 원하고, 미국은 그간 누렸던 생활 방식을 포기하지 않는 현실의 벽 앞에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표정은 어둡기만 하다.

<비포 더 플러드>를 제작하는 동안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레버넌트>를 촬영하고 있었다. 그런데 예상치 않았던 이상 기온으로 인해 눈이 필요한 장면을 아르헨티나까지 가서 찍는 상황이 발생한다. 기후 변화의 여파가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일상에 침입하는 대목이다.

영화의 도입부에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어릴 적 자신의 방에 걸려있던 히에로니무스 보스의 작품 <쾌락의 정원>을 이야기한다. 그는 아름다운 낙원이 어떻게 타락하고 파괴되는가는 보여준 그림이라고 설명한다. 히에로니무스 보스는 <쾌락의 정원>을 3단계로 보여주었다. 처음은 에덴동산이고 다음은 연옥인지 유토피아인지 알 수 없는 공간이 등장한다. 보스는 이걸 '범람 전의 인류'라고 표현했다.

제목 <비포 더 플러드>(Before the Flood)은 여기에 기인한다. <쾌락의 정원>의 마지막 장인 종말이 점차 다가오는 지금,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영화를 빌려 외친다.

 "지구를 지킵시다. 아니면 우리와 우리가 아끼는 모든 생물이 역사가 되고 말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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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당 24프레임의 마음으로 영화를 사랑하는 남자

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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