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측 응원단 '만나서 반갑습니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위해 방남한 북측 응원단과 취주악단이 20일 오후 강원도 평창 올림픽플라자에서 준비한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 유성호
▲ 북측 응원단 반기는 시민들 "우리끼리 통일"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위해 방남한 북측 응원단과 취주악단이 20일 오후 강원도 평창 올림픽플라자에서 준비한 공연을 선보이자, 시민이 한반도기를 흔들며 화답하고 있다. ⓒ 유성호
"마침내 남한 사람들과 북한 사람들이 한 자리에서 만나는 순간을 봤네요.(Finally, I saw that. South Korean, North Korean met. one place)"파나마에서 평창까지 온 이암(20)씨가 20일 오후 평창 올림픽 플라자에서 열린 북측 응원단의 공연을 보고 남긴 첫 소감이었다. 그는 이날 평창에 도착했다. 서울에 있는 친구 한나리(27)씨를 만나러 한국에 왔다가 "이왕 한국에 왔으니 올림픽도 보고 가자"는 생각에 평창으로 향했다. 하지만 북측 응원단의 공연을 보게 될 줄은 상상하지 못했다.
북측 응원단 취주악단의 연주나 노래를 이해하진 못했기에 '느낌'엔 한계가 있었다. 다만, 이암은 "북한 사람들의 외모가 사실 남한 사람들과 다를 거라 생각했다"라며 "(북측 사람들이) 촌스러울 줄 알았는데, 예상 외로 세련됐다"고 평가했다.
"평창올림픽의 캐치프레이즈 하나가 평화올림픽인데, 북측 응원단의 공연을 보니 실감이 나느냐", "공연이 끝날 때, 관중 일부가 '우리는 하나다'라고 외치는 걸 들었느냐"는 질문엔 멋쩍은 웃음만 지었다. 한나리씨는 "옆에서 여러 설명을 해줬는데 (이암은 북측 응원단이) 귀엽다고만 했다"면서 웃었다.
그는 이암 대신 "저도 (공연을) 볼 땐, '북한 사람을 보다니 신기하다' 이 정도였는데 끝나고 나서 옆에 있던 분이 (북측 응원단에게) '다시 만나요'라고 말을 건네는 걸 보면서 뭉클했다"라며 "평화올림픽, 그런 느낌이 있었다"고 전했다. 이암은 "정말 좋은 경험이었다(Really, Good experience)"라고 덧붙였다.
동요 3중창과 현대 안무 추가한 '업그레이드' 공연 선보여
▲ <고향의 봄> 노래 합창하는 북측 응원단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위해 방남한 북측 응원단과 취주악단이 20일 오후 강원도 평창 올림픽플라자에서 준비한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 유성호
▲ 세련된 율동 선보이는 북측 응원단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위해 방남한 북측 응원단과 취주악단이 20일 오후 강원도 평창 올림픽플라자에서 준비한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 유성호
▲ 세련된 율동 선보이는 북측 응원단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위해 방남한 북측 응원단과 취주악단이 20일 오후 강원도 평창 올림픽플라자에서 준비한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 유성호
이번 취주악단 공연은 시민과 마주하는 네 번째 공연이었다. 앞서 북측 취주악단은 지난 13일 강릉 오죽헌, 15일 강릉 올림픽 파크, 17일 평창 상지대관령고등학교에서 시민을 대상으로 공연을 펼쳤다.
북측 취주악단이 북을 두드리면서 응원단과 함께 올림픽 플라자 내 '만국기 광장'으로 들어오자, 순식간에 시민들이 몰려들었다. 취주악단은 여느 때처럼 <반갑습니다>를 연주하면서 공연을 열었다. 이중삼중으로 모여든 시민들은 북측 응원단의 모습을 촬영하기 위해 휴대폰을 든 손을 이리저리 뻗었다. 일부 시민들은 폴리스라인 안에 있는 북측 기자단과 경찰 등을 향해 "아저씨 좀만 비켜주세요", "키 좀 줄여주세요"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특히 취주악단은 지난 19일 같은 장소에서 공연을 하려다 음향 장비 등을 문제로 취소한 바 있다. 그 취소 이유는 이날 밝혀졌다. 지난 17일 공연 때 새로 추가한 안무를 선보였던 응원단이 마이크를 잡고 취주악단 앞에 섰다. 또 다시 공연을 '업그레이드' 시킨 셈이다.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로 시작하는 동요 <고향의 봄>와 동요 <까치 까치 설날은>이 북측 응원단 세 명의 화음을 타고 평창 올림픽 플라자를 메웠다. 시민들은 <고향의 봄> 3중창이 끝날 땐 박수를 치며 앵콜을 외치고 <까치 까치 설날은> 3중창 땐 일부 따라부르기도 했다.
새로 추가된 안무도 있었다. 흰색 바탕에 파란 색 띠가 그려진 옷을 입은 응원단 일부는 취주악단의 연주에 맞춰 세련된 안무를 선보였다. 일부 단원들은 빙글빙글 회전을 거듭하면서 시민들의 탄성을 자아내기도 했다. 다른 응원단원 10명은 두 개 조로 나누어 발레와 같은 안무를 췄다. "인형 같아"라는 탄성이 나왔다.
시민들의 반응은 다양했다. 칼바람이 부는 상황에서 맨손으로 금관악기 등을 연주하는 취주악단들을 향해 "맨손에 손 시려서 어쩌나"하며 안타까워하고, <아리랑>이 연주될 땐 "왠지 짠하다"면서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었다. 곡이 하나씩 끝날 때마다 박수와 환호는 점점 커졌다. 마지막 곡 <다시 만납시다> 공연을 마치면서는 응원단을 향해 손을 흔들면서 아쉬움을 달랬다. 올림픽 플라자를 빠져나가는 북측 응원단 양측에 서서 "다시 만나요"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었다.
"이 순간, 아빠와 함께 있었다고 딸에게 얘기하려 한다"
▲ 북측 응원단, 올림픽 플라자 공연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위해 방남한 북측 응원단과 취주악단이 20일 오후 강원도 평창 올림픽플라자에서 준비한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 유성호
▲ 북측 응원단, 올림픽 플라자 공연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위해 방남한 북측 응원단과 취주악단이 20일 오후 강원도 평창 올림픽플라자에서 준비한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 유성호
취주악단 공연 모습을 열심히 휴대폰에 담던 이아무개(63, 여)씨는 이날 오전 7시 전북 전주에서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마지막 경기를 응원하고 올림픽 플라자를 방문했다가 응원단 공연을 보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응원단원 두 명이 떨어져 있다가 다시 만나서 손도 잡고, 안고 그러는데"라며 취주악단의 마지막 곡이 가장 인상적이었다고 꼽았다. <다시 만납시다> 연주에 맞춰서 서로 떨어져 있는 남과 북의 모습을 안무로 표현한 것을 이르는 말이었다.
딸 지유(4)를 무등 태운 채 공연을 본 양홍석(39)씨는 추위에 몸을 덜덜 떨면서도 응원단의 공연을 지켜보길 잘 했노라 말했다.
"아이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딸이 올해 4살이 됐는데, 지금 본 것들이 기억은 안 나겠지만. 언젠가 아빠하고 같이, 북측 분들이 공연하는 것 지켜봤다고. 이 순간을 함께 느꼈다는 것을 나중에 얘기해주고 싶다. 정말 뭉클했다."한편, 북측 응원단은 오는 25일 폐막식 이후 선수단과 함께 귀환할 예정이다.
▲ 손 흔들며 인사하는 북측 응원단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위해 방남한 북측 응원단과 취주악단이 20일 오후 강원도 평창 올림픽플라자에서 공연을 마친 뒤 손을 흔들며 자리를 나서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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