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시즌 뛰어난 성적을 유지하기 힘들다. 한 번은 번뜩일 수 있지만, 고비는 찾아오기 마련이다. 자신만의 문제는 아니다. 무엇인가 쟁취하면 견제하려는 세력은 많아진다. 축구에서도 마찬가지다. 절대 강자는 없다. 매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UCL) 왕좌의 자리가 바뀐다.

시즌에 앞서 많은 감독이 새로운 직장을 찾고 선수 또한 야망을 위해 이동한다. 균열이 생기고 그 가운데 모든 일어날 수 있는 토대가 만들어지는 까닭이다. 현대 축구에서 팀의 모든 것을 책임질 감독의 영향은 커졌지만, 반대로 감독의 능력을 제어할 수 있는 요소도 많아졌다. 결국, 계속 변화하고 혁신할 수밖에 없다.

변화와 혁신의 과르디올라

 주제프 과르디올라 또한 진화하고 있다.

주제프 과르디올라 또한 진화하고 있다. ⓒ 맨체스터 시티 공식 페이스북


주제프 과르디올라 감독이 1부 리그 감독으로 데뷔한 건 2008년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FC 바르셀로나 지휘봉을 잡으면서다. 당시 과르디올라 감독은 티키타카와 펄스 나인 전술로 전무후무한 6관왕을 달성했다. 세계 최고의 선수인 안드레스 이니에스타, 챠비 에르난데스, 리오넬 메시가 있었지만, 당시 팀의 상징이었던 호나우지뉴를 과감히 제외하고, 세 선수로 팀을 뼈대를 구성한 건 오로지 그의 능력이었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바르셀로나의 네 번째 시즌(2011/2012)을 끝으로 사임하기로 했다. 전 세계적으로 관심받았던 티키타카와 펄스나인 전술은 이제 모두가 깨뜨리고자 하나의 타깃이 됐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시즌 막판에 '너무 완벽한 상황을 만들어서 득점하려 한다', '짧은 패스에 너무 집착하는 거 아니냐'는 비판을 들었다.

바르셀로나 사임 이후 1년의 안식년을 가진 과르디올라 감독은 분데스리가의 거함 바이에른 뮌헨의 지휘봉을 잡았다. 세 시즌 연속 리그 타이틀을 포함해 과르디올라의 바이에른 뮌헨은 매 시즌 자신의 기록과 싸웠다. 리그 최단 기간 우승확정, 리그 최다 승점 그리고 최소실점 등. 작성할 수 있는 모든 기록과 싸웠다.

전술의 폭은 한층 더 유연해졌다. 약점을 상쇄하기 위해 매 시즌 새로운 실험을 했다. 중앙에서의 티키타카를 고집했던 과르디올라 감독은 시즌 말미 더글라스 코스타와 킹슬리 코망을 활용하며 측면 돌파에 이은 크로스 공격을 가미했다. 전통적인 원톱 공격수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를 주전 공격수로 삼았다. 간헐적으로 괴체를 활용한 제로톱 시스템도 보였다.

풀백으로 나선 다비드 알라바는 경기 중 중원과 최전방까지 폭넓게 움직이며 '프리롤 수비수' 역할을 수행하게 했다. 조슈아 킴미히, 킹슬리 코망 등 팀의 장기적으로 도움이 될 유망주를 영입하고 발굴하는 데도 끊임없이 노력을 기울였다. 바르셀로나에서 고집했던 4-3-3포메이션은 상황에 맞게 4-1-4-1로 수정됐다. 자신의 철학과 함께 현재 선수단의 능력을 고려한 처방이었다.

성공적인 그의 새로운 도전

과르디올라 감독은 올 시즌을 앞두고 새로운 도전을 나섰다. 지난 8년간(1년은 안식년) 6번의 리그 타이틀을 들어 올린 그는 "새로운 경험을 하기 위해서"라는 말과 함께 세계에서 가장 치열하다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 입성했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프리시즌 동안 자신의 축구와 부합할 수 있는 선수를 선별했다. 동시에 일카이 귄도간, 놀리토 등 즉시 전력감과 함께 르로이 사네, 마를로스 모레노, 가브리엘 헤수스 등 장기적으로 팀의 주축이 될 선수들도 영입했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현재의 영광에만 집착하지 않고 미래를 위한 선택을 하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했다.

과르디올라의 맨시티는 시즌 초반부터 폭발적이다. 맨체스터 시티는 현재(9월 18일 기준)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공식 경기 8경기(리그5 + 유럽클럽대항전3)에서 전승을 달리고 있다. 과르디올라 감독이 바이에른 뮌헨 막판에서부터 사용했던 4-1-4-1전술은 맨시티에 빠르게 녹아들었다. 그 가운데 자신의 축구를 완성하고자 팀의 레전드인 조 하트를 내치는 결단을 보였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15살부터 나는 항상 좋은 빌드업이 더 많은 찬스를 만들 수 있다고 배웠다"며 "우리는 롱볼을 따낼 수 있으나 공이 빠르게 앞으로 나가면 그만큼 빠르게 되돌아온다, 그것이 내가 선수단에게 뒤에서부터의 빌드업의 중요성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말하며 자신의 철학을 밝힘과 동시에 클라우디오 브라보 골키퍼를 영입한 배경을 설명했다. 언론과 팬들을 상대로 자신의 생각을 공유하며 오해가 쌓이지 않게 하는 처신 역시 과거와는 다른 부분이다.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있어도 동기부여와 함께 팀의 전술에 녹아내게 하는 건 감독의 역량이다. 과르디올라 감독의 도착과 함께 맨시티 선수단에서 가장 변한 건 선수단의 뛰고자 하는 의지다. 자신감을 잃었던 라힘 스털링에겐 대화를 통해 자신감을 심어주자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 있다. 케빈 데 브루이너와 다비드 실바는 공을 소유하고 있을 때와 그렇지 않을 때 냉철한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 팀과 함께 성장한 과르디올라 감독은 맨시티를 빠르게 정상화하고 있다.

특히 지공 상황에서만 강점을 보였던 과르디올라 감독은 맨시티를 역습에서도 충분한 파괴력이 있는 팀으로 변모시켰다. 최근 있었던 프리미어리그 5R 본머스와 경기에서도 보여줬듯 순간적으로 역습을 단행한 맨시티의 데 브라이너와 스털링 그리고 켈레치 이헤나초는 적은 인원에서 가장 효율적으로 상대를 파괴할 수 있는 역습의 정석을 보여줬다. 오히려 "본머스와 경기에서 전방 압박이 완벽하지 못 했다"며 팀의 분발을 촉구했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지난 바르셀로나 시절만 하더라도 센세이션 했지만 '초보감독'이었다. 바이에른 뮌헨 시절 자신의 축구의 약점을 보완했다. 그리고 8년 차 감독이 된 그는 맨시티의 현재뿐만 아니라 미래를 내다보는 선택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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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르디올라 맨시티 바르셀로나 바이에른뮌헨 데 브라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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