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2017' 개막전이자 FC서울과 수원삼성의 80번째 슈퍼매치는 1-1 무승부로 끝났다. 전반전은 원정팀 수원이 압도적인 경기력 속에 선제골을 넣었지만 후반 교체로 반등을 이뤄낸 홈팀 서울이 기어코 동점을 만들었다. 양 팀 모두 패배라는 최악의 상황은 모면했지만 1-1 무승부 속에 고민이 드러난 경기였다.

S#1. '2017 ver. 서울타카' 황선홍표 축구는 언제 구현될까?

흔히 황선홍 감독의 축구를 티키타카(스페인어로 탁구공이 왔다 갔다 한다는 뜻, 짧은 패스 플레이를 주로 하는 전술)에 빗댄다. 과거 포항 스틸러스를 이끌 당시 짧은 패스를 통한 플레이로 '스틸타카 포항'을 K리그 정상급 구단에 올려놓았다.

지난 시즌 중반 최용수 감독이 장쑤 쑤닝(중국)으로 감독직을 옮기면서 서울 감독이 된 황선홍은 스리백이었던 서울의 전술은 포백으로 전환하면서 자신의 색깔을 입혔다. 급기야 황선홍의 서울이 됐던 시즌 최종전 전북현대와 일전에서 승리를 거둬 극적인 역전 우승을 일궈냈다.

디펜딩 챔피언으로서 올 시즌 기대감은 높았다. 황 감독이 동계훈련부터 서울을 이끌며 신광훈, 이상호, 하대성 등 자신의 입맛에 맞는 선수를 영입했기 때문이다.

시즌 첫 공식전도 좋았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1차전 상하이 상강과 경기에서 0-1로 패했지만 짧은 패스와 측면 윙어를 바탕으로 뛰어난 경기력을 보였다. 2017 서울이 보여주고자 한 서울타카가 베일이 벗고 화려하고 등장했다.

상승세는 오래 가지 못했다. ACL 2차전 우라와 레즈(일본)와 경기에서 2-5로 대패했다. 서울이 보이고자 했던 짧은 패스 플레이는 자취를 감췄고 우라와의 공격 패턴에 연이어 무너지면 5실점 했다. 발 느린 수비수와 헐거운 수비 조직력이 비판의 대상이 됐다.

개막전에서도 문제점이 개선되지 않았다. 곽태휘의 부상으로 새롭게 호흡을 맞춘 김근환과 김동우의 수비 조직력은 여전히 불안했다. 전반 8분 실점 상황은 김민우의 수팅이 워낙 뛰어났지만 후방에서 조나탄이 볼을 공급했을 때 김근환 등 박스 안에 있던 다수의 수비 대응이 부족했다. 전반 25분 조나탄의 압박에 김근환이 볼을 뺏기며 결정적 기회를 내주기도했다.

전반 서울은 수원에 고전했다. 오스마르를 축으로 내세운 고요한과 윤일록이 수원의 중원에 압도당하면서 공격 상황에서 우위를 가져가지 못했다. 전반 18분 염기훈의 날카로운 중거리 슛과 전반 25분, 36분 조나탄이 1대 1찬스를 살렸다면 예상외로 서울은 전반에 침몰할 수 있었다.

경기력은 후반에 살아났다. 후반 시작과 함께 미드필더 주세종과 이석현을 투입하면서 서울의 중앙 밀도가 높아졌다. 전반 부진했던 고요한도 기동력을 회복했다. 중원의 힘을 회복한 서울은 후반 수원의 중원을 압도하며 시종일관 몰아붙였다.

후반 동점을 기록하며 패배는 모면했지만 전반은 여전히 실망스러웠고, 후반 교체를 통해 만든 반등은 지난 ACL 1차전 서울이 보였던 호쾌한 서울타카와는 거리가 멀었다. 후반 서울이 경기를 압도한 건 전반 오버페이스로 인해 후반 힘을 쓰지 못한 수원의 몫도 있었다. 서울은 매 경기, 전·후반마다 전혀 다른 팀이 되고 있다.

S#2. 터지지 않은 추가골, 수원의 고질적인 문제점

지난 시즌 K리그 클래식, 챌린지를 통틀어 가장 많은 무승부를 기록했던 팀은 수원이다. 수원은 10승 10패를 하는 동안 18번의 무승부를 기록했다. 급기야 수원 팬들은 "오늘도 무밭이다"라며 비아냥거리기도 했다.

하지만 수원은 후반기에 터진 주포 조나탄의 득점과 선수단의 투지를 바탕으로 반등을 이뤄냈다. 구단 최초로 경험한 하위 스플릿에서 가장 높은 위치(7위)에서 시즌을 마쳤고 FA컵 결승에서 라이벌 서울을 꺾으며 반등했기 때문이다. 2013년 수원에 부임한 서정원 감독체제에서 들어 올린 첫 트로피였다.

시즌 막판 성과를 거둔 수원은 팬들의 지지를 받으며 새 시즌을 시작했다. 시즌 전 떠난 스페인 전지훈련에서 지난 시즌 성과를 냈던 3-4-3 포메이션을 가다듬었다. 디나모 키예프(우크라이나 1부), 슬라비아 프라하(체코 1부) 등의 강팀과 상대한 8차례의 연습경기 중 3승 4무 1패를 기록했다. 한창 시즌 중인 유럽 강호들을 상대로 거둔 성과여서 호평을 받았다.

ACL 1차전 가와사키 프론탈레(일본)와 경기에선 졸전을 펼쳤지만 이후 홈에서 치른 광저우 에버그란데(중국)와 경기에선 파괴력 있는 경기력을 보였다. 특히 동계훈련 동안 준비한 세트피스가 또 하나의 무기로 자리 잡았다.

광저우전의 상승세를 슈퍼매치까지 이어갔다. 수원은 전반 8분 김민우의 선제골을 비롯해 시종일관 서울을 몰아부쳤다. 중앙 미드필더로 출전한 이종성과 김종우가 투지 넘치는 플레이를 통해 서울의 중원을 압도했다.

하지만 추가골이 터지지 않았다. 전반 염기훈과 조나탄이 결정적 기회를 놓치면서 한 골 차 불안한 리드가 이어졌다. 결국 후반 교체를 통해 중원은 정비한 서울에 흐름을 내줬고 동점골을 허용했다.

아직 시즌 초반이지만 지난 광저우전에 이어 서울과 경기에서도 추가골 기회를 놓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시즌처럼 '무밭'이 되지 않으려면 확실한 찬스에서 쐐기골이 필요하다.

S#3. 슈퍼매치를 관통한 '23세 룰'

시즌 초 화두가 됐던 '23세 룰'이 슈퍼매치에서도 어김없이 변수로 나타났다. 프로축구연맹은 유망주 육성을 위해 지난 2013년부터 '23세 룰'을 도입했다. 출전 명단에 23세 이하 선수 2명 이상을 반드시 포함, 1명의 선수를 선발 라인에 내보내야 한다.

23세 룰을 지키지 않으면 교체카드를 2장밖에 쓸 수 없다. 양 팀 모두 앞서 치른 ACL 1, 2차전에서 모두 23세 이하 선수를 내보내지 않았다. 기회비용에 따라 선택해야 하는 문제다. 서울과 수원 모두 기존과 다른 선발라인업을 통해 23세 룰을 해결했다. 좀 더 과감한 변화를 한 건 서울이다.

황선홍 서울 감독은 아주대학교를 졸업하고 이번 시즌 합류한 신인 김한길 카드를 꺼내는 강수를 뒀다. 지난 시즌 K리그 최종전과 FA컵 결승 2차전에서 윤승원을 깜짝 기용했듯 그의 선택은 과감했다. 김한길을 왼쪽 미드필더를 투입하면서 전문 윙어 윤일록을 중앙 미드필더로 이동했다.

서정원 수원 감독은 지난 시즌 입단한 고승범을 미드필더로 투입하며 본래 미드필더에 섰던 김민우를 스리톱으로 올렸다. 결과적으로 '23세 룰' 변수에서 웃은 건 수원이었다. 고승범의 미드필더 배치로 오른쪽 윙어로 나선 김민우가 전반 8분 만에 환상적인 터닝 슛으로 선제골을 넣었다.

고승범 역시 후반 교체로 빠져나갈 때까지 무난한 활약을 펼쳤다. 반면 서울은 김한길을 투입하면서 선수들의 연쇄적인 이동이 불가피했고, 이것이 중원 싸움의 열세로 이어졌다. 황선홍 감독은 후반 시작과 23세 룰 역할로 내보낸 김한길과 수비 실책을 범한 김근환을 불러 드리고 중앙 미드필더 이석현, 주세종을 투입해 전력을 정비했고 후반전 경기력을 회복했다.

올 시즌 전력을 다해야 할 슈퍼매치이자 개막전부터 변수로 떠오른 '23세 룰'은 앞으로도 중요한 화두로 떠오를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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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이종현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fff156)에도 게재합니다.
슈퍼매치 FC서울 수원삼성 황선홍 서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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