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하면 전방의 빠른 역습 축구의 대명사로 비칠 때가 있었다. 불과 얼마 전 일이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은퇴한 이후 여럿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지만 맨유는 전진하기는커녕 후방으로 패스하는 데 익숙한 팀이 됐고, 기어코 승점을 쌓던 마법을 잃었다.

프리미어리그의 절대 강자가 그렇게 밋밋해져 갈 때 조세 무리뉴 감독이 맨유에 입성했다. 서로의 명분을 채워줄 만남이었다. 위기도 있었으나 맨유는 무리뉴 감독과 함께 점점 예전의 위용을 찾고 있다. 최근 리그에서 15경기 무패(8승 7무)를 달리며 퍼거슨 감독 시절의 향수를 느끼게 하고 있다.

#부족한 득점과 스피드

물론 아직은 2% 부족하다. 갈 길이 멀다. 골망을 흔드는 횟수는 적고 상대를 제압하는 스피드는 보이지 않는다. 현재 6위(24라운드 기준)에 위치한 맨유는 올 시즌 리그에서 36득점을 기록했는데 자신들보다 높은 순위의 팀 중 가장 적은 득점을 기록한 토트넘보다 무려 '13골'이나 적다. 최다 득점 팀 아스널, 리버풀보다는 16골이 뒤쳐졌다.

맨유가 이렇게 빈공에 시달린 건 최근 영국 언론 '스카이스포츠'가 지적했듯 맨유의 슈팅 당 득점률(20팀 중 8위, 8.8%)이 현저히 떨어지는 데 있다. 반대로 경기당 슈팅 시도가 리그 내 3위(17회)인 걸 감안하면 17번 찼을 때 비로소 한 골이 들어갈 정도로 정확도가 낮은 것이다.

스피드도 아쉽다. 영국 통계 전문매체 '후스코어드닷컴'에 따르면 맨유는 올 시즌 기록한 득점 중 카운터어택을 통한 득점이 한 골도 없다. 오픈 플레이에서 29골, 세트피스에서 6골, 페널티킥을 통해 1골을 넣었다.

#그러니 무승부도 많더라

사정이 이렇다 보니 무승부 수가 많았다. 지난 2016년 10월 24일 열린 첼시와 리그 9라운드 이후 15경기 연속 패배하지 않은 건 고무적인 사실이지만 8승 7무로 무승부의 비율이 높다. 수비의 힘으로 근근이 버텼다.

맨유는 지난 15경기 중 6번의 클린시트을 기록하면서 나머지 9경기에선 한 골만 내줄 정도로 단단한 모습을 보였다. 멀티골 이상을 내주지 않았기에 득점이 부족한 맨유가 무승부 이상의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셈이다. 맨유는 현재 토트넘, 첼시에 이어 리그 최소 실점 3위다.

과거 퍼거슨 감독은 무승부 숫자가 많은 걸 경계했고 약팀을 상대로 확실한 승리와 강팀에 무승부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 그렇게 '퍼기타임'이 생겼고 퍼거슨 감독은 26년의 재임기간 중 13번의 리그 우승 신화를 달성할 수 있었다. 무리뉴의 맨유가 곱씹어 볼 만한 대목이다.

#믿을 맨, 즐라탄 딜레마

맨유 공격의 핵은 단연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다. 즐라탄은 현재 맨유가 리그에서 기록한 36골 중 15골을 책임졌다. 즐라탄이 팀 득점에 기여한 비율은 42%에 육박하는데 즐라탄보다 팀 기여도가 높은 선수는 선덜랜드의 저메인 데포(14골/24골, 58%)뿐이다.

그만큼 즐라탄에 의존하고 있는 맨유지만 반대로 즐라탄 없인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과 즐라탄을 최전방 공격수로 투입하면서 부각된 단점이 딜레마로 떠올랐다. 즐라탄은 개인의 힘과 기술, 득점력을 바탕으로 차이를 만드는 선수다. 반면 나이에 따른 체력, 스피드와 수비 가담에선 부족하다.

앞서 언급했듯 맨유는 올 시즌 리그에서 단 한 번도 역습 득점을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 역습이란 게 수비부터 공격까지 약속이 되어있는 것이지만 결정적으로 최전방 2~3명 공격수의 스피드에 절대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맨유는 최근 4-3-3이란 최적의 포메이션을 찾았고 구성을 완성했다. 2선엔 마스커스 래시포드와 앤서니 마샬, 헨릭 미키타리안 등 스피드를 갖춘 선수가 많다. 하지만 즐라탄과 2선의 연계와 공격 작업 방식은 역습으로 나가는 적절하지 못한 구조다.

즐라탄은 역습에서도 줄곧 중심축으로 영향을 끼치길 원한다. 역습 상황에서 즐라탄이 후방으로 내려와 마지막 패서의 역할을 하려는 시도가 빈번하다. 물론 이 경우엔 결정적 있는 선수의 부재로 가장 중요한 '마무리'가 되질 않는다. 반대로 즐라탄이 상대 수비를 압도하기엔 스피드가 부족하다.

#좋은 롤모델은 첼시

현재 압도적으로 리그 선두를 달리고 있는 첼시는 오픈 플레이에서 36골, 카운터어택 3골, 세트피스 9골, 페널티킥 2골, 상대 팀 자책으로 1골을 만들었다. 첼시의 강점은 후방에서부터 빌드업뿐만 아니라 세트피드와 역습에도 능하다는 사실이다.

최전방 디에고 코스타는 188cm의 장신이지만 스피드를 갖췄고 코스타를 지원하는 에덴 아자르와 페드로(혹은 윌리안) 모두 스피드가 뛰어난 선수들이다. 전방의 세 선수가 스피드를 갖춰 역습 상황에서 상대 수비를 압도하는 역습을 만든다.

지난 리그 14라운드 맨체스터 시티와 리그 원정 경기에서 첼시는 경기 내내 밀렸지만 후반 세 번의 역습 찬스를 모두 성공시켜 맨시티를 침몰시킨 바 있다.

현대축구에서 역습은 강팀이 갖춰야 할 하나의 공격패턴이 아닌 '필수템'이다. 자신과 비슷한 전력을 구축한 팀을 상대하거나 혹은 조건과 환경이 불리할 때 사실상 가장 효율적인 방식은 선수비·후역습이다.  

#가능성을 보았노라 싸웠노라 이겼노라

철옹성 같았던 맨유의 4-3-3에 최근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수비형 미드필더로 나선 마이클 캐릭이 전반을 마치고 그라운드를 빠져나오는 경우가 빈번해지더니 최근엔 아예 벤치로 내려섰다.

무리뉴 감독은 최근 펼쳐진 레스터시티와 리그 24라운드 경기에서 4-4-2 전형을 들고 나왔다. 즐라탄과 래시포드를 최전방에 기용하고 미드필더에 미키타리안과, 폴 포그바, 안데르 에레라, 후안 마타로 구성한 전형이었다.

전반 변화의 영향이 미묘하면서 왼쪽 측면 미드필더로 나선 미키타리안을 후반 즐라탄과 짝을 이루게 했다. 이른바 '미키타리안 시프트'다. 그러자 맨유 공격이 활로를 찾았다. 그동안 오른쪽 측면 미드필더에 배치되면서 제한적인 움직임을 보였던 미키타리안은 즐라탄과 함께 전방에서 활약하며 공격진의 부족했던 스피드와 창의성을 불어 넣었다.

스피드가 뛰어나지만 결정력이 좋지 못한 마샬과 래시포드, 결정력과 패싱력은 좋지만 스피드가 부족한 마타의 단점을 상쇄할 스피드와 결정력을 지닌 선수는 사실상 미키타리안이 유일하다. 미키타리안이 자유로움을 허락하면서 맨유는 부족했던 스피드와 득점에 대한 고민을 덜 가능성을 봤다.

현재 6위를 달리고 있는 맨유의 1차 목표는 안정적인 유럽클럽대항전 복귀다. 현재 2위 토트넘과의 승점 차도 5점으로 가시권이다. 하지만 맨유가 퍼거슨 감독 시절의 명성을 회복하려면 한 번 찾아온 기회에 득점할 결정력과 역습 능력은 필수여야 한다. 앞으로 남은 기간 맨유는 어떤 식으로 자신들의 약점을 극복할까. 2016/17시즌도 이제 후반부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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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이종현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fff156)에도 게재합니다.
무리뉴 맨유 스피드 골결정력 이브라히모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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