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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에서 맺게 된 커피와의 인연을 계기로 '바리스타'가 되고 싶다는 꿈이 생겼습니다. 전역하자마자 문화센터에서 주최하는 '홈바리스타 강좌'를 신청해 열심히 커피공부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커피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던 한 남학생이, 난생 처음 커피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재밌게 풀어내보고자 합니다. - 기자 말

'커피'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사람들에게 이런 질문을 던지면, 각양각색의 답이 나올 것이다. 그만큼 커피는 우리에게 매우 친숙한 음료인 데다가, 그 종류도 다양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역시 커피 하면 많이 떠오르는 이미지 중 하나는 '보기만 해도 강렬한 향미를 풍기는 듯한 원두'의 이미지일 것이다. 많은 커피 광고들이 진한 갈색의 커피콩, 원두의 이미지를 활용하는 것도, 원두가 주는 이미지가 대중들에게 시각적으로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기 때문이 아닐까.

커피의 원료인 원두. 생두를 로스팅하여 만든다. 진한 갈색을 띠는 것이 특징이지만, 로스팅의 정도에 따라 조금씩 색의 차이가 발생한다.
▲ 커피의 원료인 '원두' 커피의 원료인 원두. 생두를 로스팅하여 만든다. 진한 갈색을 띠는 것이 특징이지만, 로스팅의 정도에 따라 조금씩 색의 차이가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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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한 갈색의 강한 향을 품고 있는 원두. 하지만 원두는 처음부터 스스로 원두로 존재했던 것이 아니다. 우리가 마시고 있는 커피는 매우 무미건조하며, 볼품 없어 보이기까지 하는 작은 콩 한 알에서부터 시작된다.

커피의 시작 '생두'

커피는 커피나무 열매 속의 씨앗을 분리하고, 그것을 건조해 볶은 후 물에 녹는 성분만을 추출한 것이다. 커피나무 열매는 붉은 체리와 닮아서 '커피 체리' 혹은 '베리'라고도 불린다. 커피 농장에서 커피 체리를 수확하게 되면, 외피와 과육, 내피와 은피를 벗겨내고 '정제'라고도 하는 일종의 가공 과정을 거치게 된다. 이렇게 탄생한 것이 바로 '생두'다.

우리가 마시는 커피는 원두를 갈아 만드는 것이지만, 원두가 처음부터 원두였던 것은 아니다. 사진 속 콩이 바로 커피열매를 가공하여 만든 생두다. 생두를 로스팅하면 원두가 된다.
▲ 커피의 시작, 생두 우리가 마시는 커피는 원두를 갈아 만드는 것이지만, 원두가 처음부터 원두였던 것은 아니다. 사진 속 콩이 바로 커피열매를 가공하여 만든 생두다. 생두를 로스팅하면 원두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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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두는 원두가 되기 직전의 상태인데, 씹거나 삶아도 아무런 맛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대체 이 볼품 없는 콩이 어떻게 원두로 재탄생하며, 또 한 잔의 커피로 내려지게 되는 것일까. 여기에는 '로스팅(배전)'이라는 비밀이 숨어있다. 아무 짝에도 쓸모 없을 것 같던 생두는 바로 이 로스팅이라는 마법을 통해 '신의 음료'로 재탄생하게 된다.

난생 처음 만져본 생두

강의를 듣기 시작한 지 8주 만에 드디어 생두를 만져볼 수 있었다. 난생 처음 만져보는 생두였다. '니가 바로 생두렷다' 신기함에 만져보기도 하고, 한두 알 입 안에 집어넣고 씹어보기도 했지만, 도저히 이 콩만으로는 커피의 맛이 연상되지 않았다. 그만큼 로스팅 유무의 차이는 컸다. 볶은 생두인 원두는 씹으면, 커피의 고소하면서도 쌉싸름한 풍미가 입안에 퍼진다. 하지만 생두는 무미건조해서 도저히 이 콩으로 어떻게 커피를 내린다는 것인지 상상이 가지 않았다. 바로 그래서, 로스팅이라는 과정이 필요한 것이다.

도기는 곧 도자기를 의미한다. 생두를 넣고 볶으면 열전도율이 높아 단시간 내에 로스팅이 가능하지만, 그만큼 뜨거워져 오래 잡고 입기가 힘들다. 화상에 유의해야 한다.
▲ 로스팅 도구의 하나인 '도기' 도기는 곧 도자기를 의미한다. 생두를 넣고 볶으면 열전도율이 높아 단시간 내에 로스팅이 가능하지만, 그만큼 뜨거워져 오래 잡고 입기가 힘들다. 화상에 유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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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팅이란 '커피에 열을 가해 볶는 것'을 의미한다. 로스팅의 단계는 총 9단계로 나뉜다. 초기 3단계는 약 로스팅(약배전), 중간 3단계를 중 로스팅(중배전), 마지막 3단계를 강 로스팅(강배전)이라고 부른다. 생두를 볶는 데도 무려 9단계나 있다니, 프라이팬에 볶기만 하면 원두가 짠하고 완성되는 줄 알았던 초보자들에겐 막연한 이야기일 수도 있겠다.

물론 어느 단계로 볶아야 한다는 정석이 존재하는 건 아니다. 개인의 기호에 따라 로스팅은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어야 하는데, 각 단계에 따라 추출되는 커피의 종류도 다양하다. 로스팅의 종류에 따라 추출 방식도 제각각이다. 진한 맛을 추구하는 에스프레소의 경우 강 로스팅으로 볶는다. 결국 로스팅의 단계가 올라갈수록 맛과 향이 강해진다는 뜻이다.

[로스팅의 단계]

1. 약 로스팅(약배전)

- 커피콩에 열을 가하면 성분에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한다. 비로소 생두에 숨겨져 있던 커피의 맛과 향이 일어나기 시작하는 시점이다. 옅은 황색을 띠는 것이 특징으로, 향기는 나지만 약 로스팅의 원두로는 커피의 특징을 거의 느낄 수 없다. 그래서 음료보다는 테스트용으로 많이 쓴다. 쿠바와 킬리만자로에서 나는 원두가 적합하다.

2. 중 로스팅(중배전)

- 로스팅을 진행하면 할수록 원두의 색이 옅은 황색에서 진한 갈색으로 바뀌기 시작한다. 중 로스팅의 초기 단계에서는 신 맛이 강하게 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쓴 맛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신 맛과 쓴 맛이 조화를 이루며 단 맛까지 나기 시작하는 단계다. 커피의 맛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는 단계이기에, 가정이나 카페에서는 주로 중 로스팅의 원두를 선택한다. 에티오피아, 과테말라, 코스타리카, 콜롬비아, 쿠바, 탄자니아, 브라질, 블루마운틴의 생두가 중 로스팅에 어울린다.

3. 강 로스팅(강배전)

- 로스팅의 마지막 단계다. 여기까지 이르면 쓴 맛이 강해지고 신 맛이 약해진다. 최종 단계에 이르러서는 '탄 맛'까지 난다. 커피의 성분과 향이 원두의 표면으로 드러나서 매우 강한 향을 뿜어내지만, 그만큼 금세 사라지므로 재빨리 밀폐용기에 담아 보관해야 한다. 강 로스팅을 거친 원두의 표면에는 기름기가 좔좔 도는 것이 특징이다. 이를 커피오일이라고 부른다. 커피 맛이 절정에 이르는 단계라고도 하는데, 진한 에스프레소에 적합하다. 인도, 케냐, 브라질, 인도네시아(만델링), 파푸아뉴기니, 볼리비아 등의 생두가 강 로스팅에 어울린다.

강 로스팅으로 볶은 원두는 그 색이 검은 색에 가까울 정도로 매우 진하며, 커피오일이 표면으로 드러나 기름기가 좔좔 흐르는 것이 특징이다.
▲ 강 로스팅으로 볶은 커피 원두 강 로스팅으로 볶은 원두는 그 색이 검은 색에 가까울 정도로 매우 진하며, 커피오일이 표면으로 드러나 기름기가 좔좔 흐르는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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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 반복의 연속, 결점두 골라내기

본격적인 로스팅에 들어가기에 앞서, 반드시 거쳐야만 하는 단계가 있다. 바로 '핸드픽(Handpick)'이라고 하는 과정이다. 결점두(불량콩)를 일일이 손으로 골라내는 과정을 말한다.

보통 생두는 선별기로 결점두를 제거한 후, 크기와 형태, 비중 등으로 등급에 맞게 분류한다. 그럼에도 결점두가 섞여있는 경우가 있어, 전문 로스터나 바리스타들은 반드시 로스팅 전에 생두를 한 알, 한 알 점검하며 결점두를 골라내는 작업을 거친다.

생두 중에 골라낸 결점두(불량콩)들. 비정상적인 모양을 하고 있거나, 벌레가 파먹은 흔적이 있는 콩들은 모두 제외해야 한다. 결점두가 많으면 많을수록 커피의 맛이 변질되고, 가치가 떨어진다.
▲ 골라낸 결점두들 생두 중에 골라낸 결점두(불량콩)들. 비정상적인 모양을 하고 있거나, 벌레가 파먹은 흔적이 있는 콩들은 모두 제외해야 한다. 결점두가 많으면 많을수록 커피의 맛이 변질되고, 가치가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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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점두를 골라내는 작업은 결코 쉽지 않았다. 강사 선생님은 "모양이 마냥 못 생겼다고 버리면 마실 게 없다"며 "벌레가 파 먹은 흔적이 있거나 곰팡이가 낀 것들, 깨진 콩들만 골라내라"고 주문했다. 콩을 한 알, 한 알 골라내는 작업은 대단히 높은 집중력을 요구한다. 또한 단순 반복의 연속으로, 굉장히 지루한 과정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한 순간도 방심해서는 안된다. 결점두가 많으면 많을수록 시중에 유통할 수 있는 원두의 양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실제로 결점두로 인하여 커피의 맛이 탁해지거나, 시큼해지는 등 그 맛의 차이가 커진다고 한다.

로스팅에 도전하다

결점두를 다 골라낸 뒤에는 본격적으로 로스팅을 체험해 보았다. 전문 로스터들은 카페에 대형 로스터(기계)를 들여놓고 다량으로 로스팅을 하기도 하지만, 소형 카페나 가정에서는 핸드로스팅이라고 하여 손으로 로스팅을 할 수 있는 기구들을 활용하기도 한다. 특히 가정에서는 대형 로스터를 쓰는 것이 불가능하므로, 가정에서도 손 쉽게 활용할 수 있는 로스팅 도구들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로스팅 기구 종류]

1. 도기 : 도자기 재질로 만들어진 팬으로, 예열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예열이 끝나고 나면 다른 기구보다 훨씬 로스팅 속도가 빠르다. 또한 콩을 집어넣고 배출하는 구멍을 제외하고는, 사방이 막혀있어 먼지가 날리지도 않아 청소하기도 편하다. 하지만 도자기라 무겁고, 열전도가 빨라 뜨거워서 오래 잡고 있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

2. 통돌이 : 마치 다람쥐 쳇바퀴처럼 생긴 철제 기구로, 콩을 넣고 손으로 계속 돌려가며 콩을 볶는 방식이다. 큰 힘이 안 들고 편하지만, 사방으로 콩껍질이 날리고 연기도 많이 나서 가정용으로 쓰기엔 다소 불편함이 있다.

3. 수망 : 냉면 거름망처럼 생겨서 가볍고 편하나, 시간이 제일 오래 걸리는 단점이 있다. 도기와 통돌이가 이미 로스팅을 마친 뒤에도 한참을 더 볶아야 비로소 반응이 오기 시작한다. 하지만 가장 간편한 도구이며, 집에서 쓰는 냉면 거름망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통돌이는 다람쥐 쳇바퀴처럼 생긴 로스팅 도구다. 안에 생두를 넣고 계속 돌려주어야 한다. 힘은 덜 들지만, 생두가 타면서 나는 연기와 날리는 커피껍질 탓에 로스팅 후 뒷처리에 소요되는 노력이 더 크다.
▲ 로스팅 도구의 하나인 '통돌이' 통돌이는 다람쥐 쳇바퀴처럼 생긴 로스팅 도구다. 안에 생두를 넣고 계속 돌려주어야 한다. 힘은 덜 들지만, 생두가 타면서 나는 연기와 날리는 커피껍질 탓에 로스팅 후 뒷처리에 소요되는 노력이 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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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순간도 방심할 수 없는 로스팅 반응

수망을 예로 들어 설명해보자. 가장 먼저 수망에 생두를 넣고 불 위에 쪼여가며 볶으면 되는데, 이때 불에 너무 가까이 대면 안 되고 불로부터 수직으로 15cm 이상 떨어뜨린 상태에서 계속 볶아야 한다. 특히 콩이 골고루 볶아질 수 있도록 흔들어 주어야 하는데, 수평으로 밀듯이 흔들어주는 것이 특징이다. 팔이 아프다고 이 과정을 소홀히 할 시에는 아까운 생두만 날리게 된다.

수망은 냉면 거름망처럼 생긴 도구다. 두 개의 거름망 사이에 생두를 넣고 불에 쪼이며 로스팅한다. 시간이 제일 오래 소요되지만, 가정에서 쓰는 거름망을 활용할 수 있어 비용 면에서 가장 경제적이다.
▲ 로스팅 도구 중 하나인 '수망' 수망은 냉면 거름망처럼 생긴 도구다. 두 개의 거름망 사이에 생두를 넣고 불에 쪼이며 로스팅한다. 시간이 제일 오래 소요되지만, 가정에서 쓰는 거름망을 활용할 수 있어 비용 면에서 가장 경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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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생두를 볶기 시작하는 초기 단계를 '흡열단계'라고 한다. 이때는 생두가 열을 흡수하는 단계다. 그러다가 '발열반응'이 오기 시작하는데, 더 이상 열을 견뎌내지 못한 콩이 열을 밖으로 방출하는 것이다. 이를 '크랙'이라고 하는데, 팝콘 터지는 소리처럼 '딱! 딱!' 소리가 나서 '팝핑'이라고도 한다.

이 발열반응은 1차, 2차로 나뉘며, 1차에서 팝콘 터지는 소리가 난 뒤에도 계속 볶다보면 2차 반응이 온다. 2차 반응의 소리는 1차와는 달리 모닥불 타는 '타닥타닥' 소리가 나며, 이 2차가 왔을 때 즉각 로스팅을 멈추고 쿨링(급속냉각)하면 핸드드립용 중로스팅 원두가 탄생하고, 2차 소리가 온 뒤에도 불을 올려 계속 볶게 되면 또다시 '타다다닥' 하며 2차와는 조금 다른 소리가 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때부터 강로스팅 단계에 진입하게 된다.

이처럼 로스팅은 한순간도 방심할 수 없을 정도로 섬세한 감각(촉각, 시각, 청각, 후각)을 요구하는 작업이다. 원하는 수준의 로스팅이 이루어졌다고 판단이 되면, 재빨리 불을 끄고 원두를 냉각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별도의 냉각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원두가 품고 있는 열로 인해 자체 로스팅이 계속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혹여나 집에 냉각기구가 없다고 울상 짓지 마시라. 선풍기나 드라이어로 식히면 된다.

본인이 원하는 로스팅 단계에 이르면 재빨리 불을 끄고 쿨링(냉각)을 해야한다. 쿨러가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상관은 없다. 선풍기나 드라이어를 활용하면 된다.
▲ 원두를 식히는 과정 '쿨링' 본인이 원하는 로스팅 단계에 이르면 재빨리 불을 끄고 쿨링(냉각)을 해야한다. 쿨러가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상관은 없다. 선풍기나 드라이어를 활용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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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팅을 마친 원두는 다시 한 번 핸드픽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 생두 상태에서는 멀쩡해보이던 콩도, 로스팅 후 결점두임이 드러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결점두가 많으면 많을수록 커피 맛이 변질되므로, 항상 최상의 커피 맛을 즐기고 싶다면 결코 소홀히 해서는 안되는 단계이기도 하다.

그런데 내가 제대로 로스팅을 했는지 확인하고 싶다면? 그럴 때 로스팅의 성공 여부를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이 있다.

1) 전체적으로 색이 균일한가
2) 커피를 내릴 때 잘 부풀어 오르는가
3) 심하게 탄 원두는 없는가
4) 원두를 씹었을 때, 바삭하며 신 맛과 단 맛이 적절하게 느껴지는가

위의 4가지 기준 외에도 로스터들마다 다양한 기준이 존재하겠지만, 가정에서 즐기는 정도의 수준이라면 위의 기준만 충족시켜도 웬만한 로스터 부럽지 않은 실력을 갖춘 셈이다.

별 볼 일 없던 생두들이 로스팅을 거쳐 원두로 재탄생했다.
▲ 로스팅을 마무리한 원두들 별 볼 일 없던 생두들이 로스팅을 거쳐 원두로 재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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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한 잔에 담긴 많은 이들의 땀과 눈물

로스팅을 하는 과정은 결코 녹록지 않았다. '커피 한 잔 마시자고 사서 고생하는구나' 싶기도 했다. 그런데 직접 로스팅을 해보고, 커피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공부해보니 커피에 대해 그동안 너무 가볍게 생각해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지금의 대한민국을 두고 커피공화국이라고도 부를 정도로, 한국인들에게 커피는 이제 너무나도 친숙한 음료로 자리 잡았다. 길에 나서면 한 집 건너 한 집이 카페일 정도다. 식당, 사무실 어디를 가도 커피 자판기 한 대씩은 꼭 있다. 이제 한국인들에겐 '카페에서 만나자', '나중에 커피나 한 잔 하자'가 안부인사를 대체할 정도니 말 다한 셈이다. 하지만 언제든 손쉽게 마실 수 있는 음료라는 인식 탓에, 우리는 알게 모르게 커피라는 음료를 가볍게 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 커피 한 잔이 만들어지기까지 얼마나 많은 이들의 노력이 들어갔을까. 생두를 생산한 제3세계 커피농장 노동자들과, 좋은 생두를 적절하게 볶아내기 위해 노력한 로스터들, 그리고 커피를 추출해 화려한 아트로 만들어낸 바리스타들의 노력이 합쳐져 한 잔의 커피가 완성되었다.
▲ 카페라떼 이 커피 한 잔이 만들어지기까지 얼마나 많은 이들의 노력이 들어갔을까. 생두를 생산한 제3세계 커피농장 노동자들과, 좋은 생두를 적절하게 볶아내기 위해 노력한 로스터들, 그리고 커피를 추출해 화려한 아트로 만들어낸 바리스타들의 노력이 합쳐져 한 잔의 커피가 완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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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품 없는 콩 한 알이 한 잔의 커피로 재탄생하기까지 무수히 많은 과정을 거쳐야한다. 그 과정에는 또한 수많은 이들의 노력이 숨어있다. 일일이 손으로 결점두를 골라내고, 골라낸 생두를 적절한 온도와 시간으로 볶아내며 최상급의 원두를 내놓기 위해 노력하는 로스터들과, 완성된 원두를 정성스럽게 내려주는 바리스타들이 있기에 우리는 오늘도 맛있는 커피 한 잔을 즐길 수 있는 것이다.

조금만 더 거슬러 올라가보면, 생두를 생산하기 위해 노력하는 제3세계 커피 농장의 노동자들까지도 생각해볼 수 있다. 우리가 손쉽게 마시는 커피를 생산하기 위해 노동력을 착취당하지만, 중간 이익을 독점하는 대기업의 횡포로 그들의 빈곤은 쉽사리 해결되지 않는다.

이처럼 커피 한 잔에는 많은 이들의 땀과 눈물이 숨어있다. 커피가 만들어지는 과정의 어려움과, 커피 한 잔을 만들기까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노력하는 이들의 존재를 알았다면 소비자인 우리도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면서 감사한 마음으로 커피를 즐길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보자.

바로 '공정무역 커피'를 소비하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중간 이익을 가로채는 대기업이나 다국적 기업을 거치지 않고, 제3세계 커피 농장과 직접 교류하며 생두를 공급받는 카페가 점점 늘고 있다. 커피 생산자들에게 정당한 이익을 안겨주기 위한 캠페인이기도 하다. 공정무역 커피의 소비가 늘수록, 제3세계 커피 농장 노동자들의 빈곤율은 해소될 것이며, 국내의 수요 증가에 따라 공정무역 커피를 취급하는 카페 역시 활성화될 것이다. 결국 선순환의 고리가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과테말라의 한 공정무역 조합에서 커피과육을 채취하는 노동자들의 모습이다.
▲ 커피 과육을 채취하는 커피농장 노동자들 과테말라의 한 공정무역 조합에서 커피과육을 채취하는 노동자들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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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인 우리 입장에서는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니다. 공정무역 커피라고 해서 특별히 더 비싼 커피인 것도 아니다. 같은 커피를 마시더라도, 내가 커피 값으로 지불한 대가가 더 많은 노동력을 제공한 이들에게 돌아가도록 하는 것이 올바른 경제 구조 아닐까. 그러니 이제는 커피 한 잔을 마시더라도 '착한 커피'를 마시도록 노력해보자.

[Tip] 커피에 대한 잘못된 상식

1. 생두를 그냥 먹으면 다이어트에 좋다?

- 아직까지 과학적으로 완벽하게 검증이 되지 않은 이론이다. 무엇보다 생두에는 농약 성분이 많기 때문에, 날 것으로 섭취하는 것에 대해 전문 바리스타들은 '위험하다'며 적극 만류한다. 생두는 로스팅 과정을 통해서 농약 성분이 제거된다. 따라서 섭취를 하더라도 로스팅을 거친 원두 상태로 섭취를 해야만 한다.

2. 갓 볶은 커피는 더 맛있고 신선하다?

- 요즘 '갓 볶은 커피'가 대세다. 커피에 대해 잘 모르는 이들은 갓 볶은 커피라고 하면 정말 신선하고 좋은 커피인 줄로 착각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이건 잘못된 상식이다. 로스팅을 마친 직후의 커피는 향과 맛도 별로 없거니와 이산화탄소가 가득 찬 상태라 건강에도 매우 안 좋다고 한다. 따라서 적어도 2~3일은 숙성시킨 뒤에 먹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동작문화원에서 개최하는 동작문화학교 홈바리스타 강의를 수강하고, 그 후기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기사입니다. 후기는 개인 블로그(http://gabeci.tistory.com/209)에도 게재되었습니다.



태그:#바리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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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대 사학과 박사과정 (한국사 전공) / 독립로드 대표 / 서울강서구궁도협회 공항정 홍보이사 / <어느 대학생의 일본 내 독립운동사적지 탐방기>, <다시 걷는 임정로드>, <무강 문일민 평전>, <활 배웁니다> 등 연재 / 기사 제보는 heigu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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