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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에서 맺게 된 커피와의 인연을 계기로 '바리스타'가 되고 싶다는 꿈이 생겼습니다. 전역하자마자 문화센터에서 주최하는 '홈바리스타 강좌'를 신청해 열심히 커피공부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커피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던 한 남학생이, 난생 처음 커피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재밌게 풀어내보고자 합니다. - 기자 말

마치 한반도 전체가 찜질방이 된 게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로, 무더운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날씨가 덥다 보니 자연스레 갈증도 심해지기 마련. 시원한 음료를 찾아 카페를 찾는 손님들 발걸음도 늘고 있다. 이에 발맞추어 카페들도 '아이스 아메리카노' '아이스 카페라떼' 등 시원하게 커피를 즐길 수 있는 메뉴들을 주력 상품으로 내놓고 있다.

핸드드립으로 내린 아이스 커피에 오렌지를 곁들인 달콤한 커피. 해마다 여름철이 되면 카페들은 아이스 메뉴를 주력상품으로 손님들에게 선보인다.
▲ '커피 펀치' 핸드드립으로 내린 아이스 커피에 오렌지를 곁들인 달콤한 커피. 해마다 여름철이 되면 카페들은 아이스 메뉴를 주력상품으로 손님들에게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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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최근 브랜드를 막론하고, 대형 프렌차이즈 카페들마다 '콜드브루'라는 새로운 이름의 커피를 선보이고 있다. 여름철을 맞아 카페들이 주력상품으로 내놓은 이 커피는, 겉만 봐선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뭐가 다른 지 알 수가 없다. 다만 콜드브루라는 생소한 명칭과 아이스 아메리카노보다 훨씬 비싼 가격 탓에, 손님들 역시 '뭐가 다르긴 다른가 보다' 하고 지갑을 열어 기꺼이 새 커피에 도전한다.

그러나 사실 콜드브루는 아주 오래 전부터 이미 카페 메뉴 구석에 존재하고 있었던 커피였다. 커피에 대해 조금만 관심을 갖고 공부를 해본 사람들이라면, 마치 콜드브루가 신상품인양 홍보하는 커피업계의 행보가 상술 아닌 상술임을 쉽게 눈치챌 수 있다.

콜드브루의 진실

콜드브루는 몰라도 '더치커피'란 말은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뜨거운 물을 이용해 추출하는 일반 커피와 달리, 처음부터 찬 물을 이용해 오랜 시간 추출하는 커피를 의미한다. 더치커피는 꽤 오래 전부터 대중들에게 알려진 커피 방식이었고, 이미 웬만한 카페에서도 취급하고 있는 보편적인 메뉴다.

콜드브루는 1~2초에 한 방울씩 찬 물을 커피가루에 떨어트려 추출하는 방식이다. 콜드브루를 추출하기 위해 페트병에 링거를 연결해놓고, 한 방울씩 떨어트리는 방식도 있다.
▲ 추출되고 있는 콜드브루 콜드브루는 1~2초에 한 방울씩 찬 물을 커피가루에 떨어트려 추출하는 방식이다. 콜드브루를 추출하기 위해 페트병에 링거를 연결해놓고, 한 방울씩 떨어트리는 방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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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콜드브루나 더치커피나 같은 커피다. 네덜란드 상인으로부터 찬물로 커피를 추출하는 방식을 배운 일본인들이 '네덜란드풍(Dutch)' 커피라고 부르면서 더치커피란 말이 고유명사처럼 굳어지게 된 것.

그리고 콜드브루(cold brew)는 찬 물로 커피를 우려내는 방식을 영어식으로 표현한 것에 불과하다(이외에 더치커피를 의미하는 또 다른 단어로 '워터드롭'이라는 말도 있다). 결국 더치커피나 콜드브루나 커피를 추출하는 방식이나 맛에 있어서는 동일한 커피라는 것이다. 그저 일본식 표현이냐 영어식 표현이냐 차이일 뿐. 처음 보는 용어라고 해서 속지 말자.

네덜란드에서 시작돼 일본에서 발전하다

콜드브루 커피는 17세기 네덜란드에서부터 비롯됐다고 한다. 네덜란드는 항구도시로서, 보따리 상인들이 배를 타고 다니며 전세계를 누비는 항해무역이 발달한 곳이다. 이때 네덜란드 상인들이 이슬람권 국가인 예멘에서 커피를 처음 접하고 유럽에 전파하게 된 것이, 유럽에 커피가 전해진 계기라고 한다. 또 식민지에 커피를 재배해 커피무역을 실시한 국가도 네덜란드였다.

그런데 이 시기 네덜란드 상인들에겐 한 가지 고민이 있었다. 오랜 시간 배를 타고 항해하다 보니, 커피를 마시고 싶어도 배에서 저장해두고 즐길 수 있는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오래도록 저장해두고 마실 수 있는 커피 추출 방식에 대해 고민하다 오늘날 콜드브루의 기원이 되는 커피 추출 방식을 고안해낸다.

콜드브루를 취급하는 카페를 가보면, 카페 구석에 길쭉한 유리병들을 진열해놓고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활용하지 않는 전시품 같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1~2초에 한 방울씩 커피가 떨어지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 다양한 콜드브루 추출 도구 콜드브루를 취급하는 카페를 가보면, 카페 구석에 길쭉한 유리병들을 진열해놓고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활용하지 않는 전시품 같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1~2초에 한 방울씩 커피가 떨어지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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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창기 콜드브루의 형태는 매우 원시적이었는데, 오늘날 가정에서 결명자차나 보리차를 우릴 때, 티백 하나를 큰 물주전자에 넣어놓고 장시간 우려내듯 커피를 우려냈다. 즉, 찬물에 커피원두를 담은 주머니를 넣어 오랜 시간 우려내는 방식이었다. 그랬더니 향도 살아있고, 오랜 시간 저장도 가능한 커피가 완성됐다는 것.

이런 원시적인 형태에서 벗어나 오늘날의 콜드브루 형태로 발전시킨 것은 바로 일본이었다. 흔히들 일본을 두고 '아이스 커피'의 나라라고도 한다는데, 그만큼 일본인들은 커피를 차게 마시는 것을 좋아한다고 한다.

이에 일본 역시 더치커피를 좀 더 효율적이고 맛있게 추출하는 법을 고민하기 시작했고, 지금의 형태로 발전시켜 역으로 네덜란드에 수출했다고 한다. 처음 고안한 곳은 네덜란드고, 그걸 발전시켜 다시 역수출한 국가는 일본이라니. 유행은 돌고 돈다지만 아이러니한 일이다.

콜드브루는 1~2초에 한 방울씩 찬 물을 떨어뜨려 커피를 추출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추출도구 역시 특별할 수밖에 없다. 이 도구는 일본에서 개발된 것이다.
▲ 콜드브루 추출 도구 콜드브루는 1~2초에 한 방울씩 찬 물을 떨어뜨려 커피를 추출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추출도구 역시 특별할 수밖에 없다. 이 도구는 일본에서 개발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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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간편하게 콜드브루 즐기는 법

콜드브루 커피는 미세한 원두가루에 찬물을 한 방울씩 떨어뜨려 추출하는데, 1~2초에 한 방울씩 떨어지다 보니 마치 눈물을 뚝뚝 흘리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커피의 눈물'이라는 말도 있다. 찬물에 천천히 추출하기 때문에, 뜨거운 물로 추출한 커피보다 쓴 맛이 덜하고 부드러운 맛이 강한 게 특징이다.

이렇듯 추출 방식이 복잡한 탓에, 콜드브루를 집에서 내려먹기란 현실적으로 힘든 게 사실이다. 그만큼 손도 많이 가고, 온종일 커피에 신경을 써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콜드브루 한 번 마셔보겠다고 값비싼 용품을 또 사기엔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 그럼에도 집에서 콜드브루를 즐겨보고 싶은 이들을 위해, 집에서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방식을 소개해본다.

콜드브루 한 번 만들어보자고, 값 비싼 커피용품을 사기는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그럴 때는 페트병과 같은 생활용품을 활용해보자.
▲ 페트병을 활용한 '가정용 콜드브루 추출 도구' 콜드브루 한 번 만들어보자고, 값 비싼 커피용품을 사기는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그럴 때는 페트병과 같은 생활용품을 활용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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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치커피 간편 제조법 (커피 1리터 기준)

[준비물]

- 링거, 서버, 드립퍼, 여과지, 1L 물병, 2L 생수페트병, 커피가루 50g, 옷걸이, 박스테이프, 칼, 밀폐용기(보관 시)

[제조법]

1. 옷걸이를 반으로 접은 뒤에, 걸이 부분은 벽걸이에 걸고 아래 부분은 박스테이프로 2L 생수페트병 바닥에 고정시킨다.

2. 커터칼로 2L 생수페트병의 병목에 ㄷ자 모양의 구멍을 내어, 물 주입구로 활용한다.

3. 2L 생수페트병에 1L의 물을 채운다. 

4. 생수페트병 뚜껑에 바늘로 미세한 구멍을 뚫은 뒤, 링거를 끼운다. 그리고 링거로 물을 한 번 흘려 공기를 빼준다.(이래야만 중간에 물이 뚝뚝 안 끊긴다)

5. 서버 위에 드립퍼를 올려놓고, 여과지를 끼운 뒤, 커피가루 50g을 채운다. 그리고 다시 여과지로 지붕 덮듯 덮어준다.(핸드드립과 달리 여과지로 덮어야만 물이 떨어지며 전체적으로 커피가루를 적셔줄 수 있다. 또한 파리 등 날벌레가 꼬이는 것도 방지할 수 있다)

6. 드립퍼에 링거를 테이프로 고정시키고, 생수페트병에 고정되어 있는 링거줄에서 물이 1초에 한 방울씩 떨어질 수 있도록 조절한다.(이때 주의할 점은, 링거줄이 바닥에 늘어지지 않도록 서버에 칭칭 감아주어야 한다)

7. 서늘한 곳에 보관하며, 8시간 후 1L 양이 채워지면 완성.

콜드브루의 다양한 활용

콜드브루 커피는 일반적인 커피보다 장점이 많다. 무엇보다 여름철에 시원하게 마실 수도 있고, 최장 2~3주 동안 냉장고에 저장해둘 수도 있으니, 한 번 만들면 여러 번 나눠마실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커피는 다용도로도 활용이 가능하다. 콜드브루 원액을 빙수에 뿌려먹으면 '커피빙수'가 되고, 소주나 맥주에 타서 먹으면 요즘 유행하는 '더치맥주' '더치소주'가 된다. 더치 맥주는 이미 상품화되어 시중에서도 판매할 정도로, 그 맛이 일품이라고 한다. 뒤끝도 없다고 하니, 애주가들이 들으면 입맛을 다실 만한 이야기다.

러시아의 증류식 술인 보드카와 콜드브루 원액을 1:2의 비율로 섞은 뒤, 얼음을 띄워 희석시키면 '더치보드카'가 탄생한다. 커피의 향미는 살고, 보드카의 단맛이 더해져 더할 나위 없는 완벽한 조합이 완성되는 것이다.
▲ 콜드브루와 보드카의 조합 러시아의 증류식 술인 보드카와 콜드브루 원액을 1:2의 비율로 섞은 뒤, 얼음을 띄워 희석시키면 '더치보드카'가 탄생한다. 커피의 향미는 살고, 보드카의 단맛이 더해져 더할 나위 없는 완벽한 조합이 완성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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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내 끝에 찾아오는 달콤한 열매, 아니 커피

하지만 '고통 없이 얻을 수 있는 것은 없다'고 했던가. 무슨 일이던지 최고가 되기 위해서는 남다른 끈기와 노력, 인내가 필요한 법이다. 이 모두가 콜드브루 커피를 얻기 위해 요구되는 덕목들이기도 하다. 콜드브루 커피는 웬만한 인내심 없이는 직접 제조하기가 쉽지 않다. 추출하는 데 시간이 매우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1~2초에 한 방울씩 떨어지다보니 긴 시간 추출을 해야만 하는데, 1L를 추출하는 데 8시간 정도 걸린다고 한다. 사람들 기호에 따라 추출시간은 제각각이지만, 그래도 최소 4시간 이상은 추출해야 커피 본연의 맛을 즐길 수 있다고 하며, 최장 12시간까지 추출하는 경우도 있단다. 그러나 긴 기다림 끝에 찾아오는 커피의 맛은, 세상 그 어떤 맛보다 달콤하게만 느껴질 것이다.

[Tip] 스타벅스와 이디야 커피의 차이는?

고급 프렌차이즈 카페의 대명사로 불리우는 '스타벅스'와 중소 규모 프렌차이즈 카페를 대표하는 '이디야' 커피. 브랜드 가치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 차이만큼이나 실제 가격 차이도 심하게 나는 편이다. 그렇다면 스타벅스는 좋은 원두를 쓰고, 이디야는 싸구려 원두를 쓰는 것일까? 아니면 바리스타들의 기술 차이가 심한 것일까?

답은 그렇지 않다. 브랜드마다 추구하는 원두의 맛이 다르고, 고유의 블렌딩 원두가 존재한다. 그렇기에 브랜드별로 맛의 개성은 존재하지만, 원두의 품질 차이가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 스타벅스와 같은 고급 프렌차이즈 카페의 커피값이 비싼 건, 사실상 '브랜드 가치'에 기인한다고 보면 된다. 

따라서 스타벅스 커피라고 해서 '맛있고 고급스러운 커피'이고, 이디야 커피라고 해서 '그저 그런 싸구려 커피'라는 편견을 버려야 한다. 어느 브랜드가 됐건, 자신의 입맛에 가장 잘 맞는 커피가 제일 맛있는 커피고, 고급 커피인 셈이다. 결국 내 입맛에 맞는 커피를 찾아 끊임없이 다양한 커피를 맛보는 게 중요하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동작문화원에서 열렸던 '동작문화학교 홈바리스타 강좌' 수강후기를 바탕으로 쓴 기사이며, 개인 블로그(http://gabeci.tistory.com/167)에 올린 후기를 재구성하였습니다.



태그:#바리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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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대 사학과 박사과정 (한국사 전공) / 독립로드 대표 / 서울강서구궁도협회 공항정 홍보이사 / <어느 대학생의 일본 내 독립운동사적지 탐방기>, <다시 걷는 임정로드>, <무강 문일민 평전>, <활 배웁니다> 등 연재 / 기사 제보는 heigun@naver.com

공연소식, 문화계 동향, 서평, 영화 이야기 등 문화 위주 글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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