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해줘> 영화 포스터

▲ <좋아해줘> 영화 포스터 ⓒ 리양필름,CJ 엔터테인먼트


개인용 컴퓨터의 보급이 활발해지며 PC 통신과 인터넷이 생활에 스며들던 시절이 있었다. 영화 <접속>과 <후아유>를 보면 당시의 세태가 깊이 배어있다. 십여 년의 시간이 흐른 오늘날, 스마트폰은 개인용 컴퓨터의 상당한 부분을 대신하고 있다. 많은 사람이 틈나는 대로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스토리, 인스타그램 등의 SNS(Social Networking Service)를 이용해 자신의 인생을 이야기하거나, 타인의 활동에 관심을 기울인다.

SNS가 삶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현실을 반영한 영화 <좋아해줘>는 SNS와 연애의 함수 관계를 탐구한다. <좋아해줘>는 스타급 작가 조경아(이미연 분)와 인기 절정의 배우 노진우(유아인 분), 스튜어디스 함주란(최지우 분)과 쉐프 정성찬(김주혁 분), 작곡가 이수호(강하늘 분)와 드라마 PD 장나연(이솜 분)이 주요 인물로 등장한다. 세 커플의 사연으로 구성된 <좋아해줘>의 서사 방식은 다중 플롯(여러 이야기가 서로 분리되어 있으면서도 연결을 하는 기법으로 삶의 다양성과 복잡성을 재현하기에 알맞다)을 취한다.

SNS 모른다고 겁먹지 말 것

<좋아해줘> 영화의 한 장면

▲ <좋아해줘> 영화의 한 장면 ⓒ 리양필름,CJ 엔터테인먼트


"현재 많은 사람이 SNS를 사용하기에 장면과 캐릭터에 자연스럽게 묻어날 수 있게 아이디어를 구상했다"고 말한 박현진 감독은 SNS를 이야기 전개에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좋아하는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리는 조경아와 그녀의 가상 공간을 몰래 엿보는 노진우, 함주란이 새로운 연애를 할 수 있도록 의도된 사진을 찍어 '가공된 삶'을 만드는데 협력하는 정성찬, 채팅을 하며 연애의 밀고 당기기를 하는 이수호와 장나연 등 영화 속 커플의 만남과 대화엔 페이스북이 중심 역할을 담당한다.

페이스북을 모른다고 겁먹을 필요는 없다. 영화는 도구로 SNS를 활용할 뿐, 극 전체가 페이스북을 홍보하는 실수를 범하진 않았다. 포커를 모르더라도 카지노 무비를 즐길 수 있는 것처럼 페이스북과 친하지 않더라도 영화를 감상하는 데 어려움은 없다. 알면 더 재미있을 뿐이다.

<좋아해줘>는 출연 배우가 그간 다양한 매체에서 보여주었던 여러 면모를 활용해 웃음을 유발한다. 놀라운 매력을 발산하는 이는 우선 최지우다. 그녀가 열연한 노래방 장면은 영화에서 최고의 웃음을 선사한다. 실제로 트위터 열혈 사용자인 유아인의 모습도 일부 반영돼 있다. 이미연과 김주혁은 안정된 연기로 극의 중심을 제대로 잡아 준다. 다른 커플에 비해 진지한 색깔이 강한 강하늘과 이솜에게선 배우의 발전하는 모습을 느낄 수 있다.

다양한 연령대를 대변하다

<좋아해줘> 영화의 한 장면

▲ <좋아해줘> 영화의 한 장면 ⓒ 리양필름,CJ 엔터테인먼트


<좋아해줘> 속 세 커플은 다양한 연령대를 대변한다. 세 커플에게 오감을 다양한 방법으로 투영시킨 점은 무척 흥미롭다. 조경아와 노진우에겐 다른 이의 시선을 의식하는 '시각'이 강조된다. 귀가 들리지 않는 이수호와 그것을 모르는 장나연의 사이엔 '청각'이 중심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함주란과 정성찬은 서로에 대한 마사지와 여러 음식으로 촉각과 미각 등을 자극한다. 서로 티격태격하며 오가는 진심, 친구 같은 편안한 느낌, 첫눈에 반한 남녀가 보여주는 풋풋함은 오감을 거치며 정서가 배가된다.

박현진 감독의 전작 <6년째 연애중>이 할리우드 영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를 연상케했다면, <좋아해줘>는 다중 플롯을 바탕으로 SNS라는 유행을 받아들였다. "각 커플의 연애 방식에 따라 SNS를 어떻게 활용하는지 보여준다"고 밝힌 감독의 의도는 서사에 성공적으로 녹아들었다.

여기에 오감을 서사에 넣어 영화의 감각을 넓혀주었다. 그런 의미에서 <좋아해줘>는 한국판 <러브 액츄얼리>로 불러도 손색이 없다. 물론 아쉬움도 있다. 커플들의 갈등을 한 곳으로 모아서 봉합하려는 후반부와 연애의 담론이 수박 겉핥기로 처리되는 점에서 말이다.

<좋아해줘> 영화의 한 장면

▲ <좋아해줘> 영화의 한 장면 ⓒ 리양필름,CJ 엔터테인먼트


이런 단점을 <좋아해줘>의 분명한 장점이 덮는다. 2000년대 이후 한국 영화가 성장을 거듭하는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멜로와 로맨틱 코미디는 위축돼 왔다. <결혼 이야기>, <8월의 크리스마스>, <싱글즈>, <클래식> 등 과거 한국 영화계에서 사랑받던 멜로 및 로맨틱 코미디물은 대형 투자배급사가 한국 영화 시장을 주도한 이후부터 축소됐다.

현재 한국 영화는 규모가 큰 작품과 남자 배우 위주로 재편된 실정이다. 그와중에 <건축학개론>, <늑대소년>. <내 아내의 모든 것> 등 성공한 멜로, 로맨틱 코미디 물도 있었지만 분명 멜로 장르 영역이 좁아지는 건 부정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좋아해줘>는 형식이 흥미로웠던 <커플즈>, 과감한 상상력이 일품이었던 <남자사용설명서> 등에 이은 로맨틱 코미디 장르의 한걸음 전진이다.


좋아해줘 이미연 유아인 최지우 김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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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당 24프레임의 마음으로 영화를 사랑하는 남자

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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