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로드라마 에서 찬일을 연기하는 박원상

▲ 멜로드라마 에서 찬일을 연기하는 박원상 ⓒ 이다엔터테인먼트


좋은 작품을 통해 배우가 유명세를 타는 것도 중요하지만 맡았던 캐릭터의 이미지가 너무 강하면 다른 배역을 맡게 될 때 관객들이 의아함을 가질 때도 있다.

박원상이 이에 해당하는 배우다. <남영동 1985>와 <부러진 화살>로 대중에게 강하게 각인된 그가 연극 <멜로드라마>로 무대에 선다. 영화 속 이미지와 한창 다른 이미지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우리가 달의 한 쪽 면만 보는 것처럼 <남영동 1985>와 <부러진 화살>의 박원상은 사실 우리가 아는 박원상의 전부가 아니다. 알고 보면 박원상은 극단 차이무에서 코미디 연기 전문으로 16년 가량 연기해 온 배우다. 그만큼 스펙트럼이 넓다고 할 수 있다.

<멜로드라마>는 두 남녀의 엇갈리는 사랑을 다룬다. 한 커플은 부부고, 다른 커플은 연인이다. 박원상이 연기하는 찬일은 다른 커플의 여자를 만나고, 찬일의 아내 서경은 다른 커플의 남자와 눈이 맞는다. 진정한 사랑은 결혼 후에도 찾아올 수 있는가를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 찬일은 서경(배해선 분)이라는 아내가 있다. 아내가 있음에도 찬일은 미현(전경수 분)이라는 아가씨에게 빠져든다.
"찬일은 결혼한 지 10년이 다 되어간다. 자동차 충돌 연구 소장으로 근무하는 남편이다. 찬일은 결혼 생활 가운데서 생의 활력과 꿈을 점점 잃어간다. 이런 찬일에게 29살 아가씨 미현을 만나게 된다.

제가 만약 찬일이라면 나라도 찬일처럼 한 눈 팔게 될 지 생각해보았다. 찬일이 무언가 묻어놓았던 걸 다시금 끄집어내게 만들어주는 사람이 미현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서경에게 예의가 아닌 거란 걸 알면서도 미현에게 빠져드는 거다."

- 그렇다면 찬일은 서경과 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았을까.
"아마도 그렇지 않았을까 짐작한다. 아내 서경이 인생을 구체적으로 계획하고 그에 맞춰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찬일은 한때 문학청년을 꿈꿨을 정도로 이상주의자 경향이 있다. 이런 찬일이 공학도로 인생을 보내며 과거의 꿈은 접게 된다. 젊었을 적 꿈과는 다른 삶을 사는 남자가 찬일이다."

- 찬일이 미현에게 빠져들 때 아내에게는 어떤 감정이 들까.
"찬일이 미현과 만나다가 서경에게 발각되는 장면이 있다. 미현을 만나는 동안 죄책감이나 미안한 마음이 없지는 않았을 것이다. <멜로드라마>의 초중반은 속도감이 있다. 후반부 들어 서로 엇갈린 캐릭터들이 막다른 길에서 어떤 선택을 하는가를 관찰하는 게 감상 포인트가 아닌가 생각한다."

멜로드라마 에서 찬일을 연기하는 박원상

▲ 멜로드라마 에서 찬일을 연기하는 박원상 ⓒ 이다엔터테인먼트


- 미현은 경계성 지능 장애를 안고 있다. 그럼에도 어떻게 찬일이 혼자 가슴에 묻어놓은 걸 끄집어낼 수 있었을까 궁금하다.
"미현은 어릴 적 교통사고로 부모를 잃는다. 남동생 재현과 재현의 여자친구 두 사람을 의지하며 자라왔다. 미현의 경계성 지능 장애는 일종의 방어기제다. 어릴 적 끔찍한 사고는 미현이 견디지 못했을 만큼 끔찍하다.

경계성 지능 장애라는 방어기제로 미현은 세상을 볼 때 아이의 시선으로 솔직하게 볼 수 있다. 찬일은 이런 미현을 보호해주고 싶다는 마음보다는 다른 요인으로 마음이 기운다. 미현이 찬일에게 '친구 할래요?' 말하는 장면이 있다. 미현에게 듣는 친구라는 단어는 어릴 적 동네에서 처음으로 친구를 사귀기 시작했을 때와 같은 느낌이 들게 만들어준다."

- 드라마 <힐러>를 찍으며 여떻게 연극 연습을 병행하고 있나.
"중고등학생 때부터 연극에 눈을 떴고, 대학로에서 연기를 시작할 수 있었다. 그러다가 영화와 드라마 작업으로 연극을 등한시한 시간이 꽤 길었다. 처음 연극을 하자는 제의를 받았을 때 반갑고 고마웠다. 오랜만에 연극을 하게 된다면, 다른 작업과 병행하기 보다는 오로지 연극에 집중하고 싶었다. 하지만 현실이 그렇게 흐르지 못했다. 다행히 <힐러>에서 제 분량이 많지 않다."

-  <남영동 1985>와 <부러진 화살>로 대중에게 각인된 이미지가 있는데 멜로 연기를 하고 있다.
"(웃음) 이런 부분 때문에 관객이 즐거워한다면 기쁠 것 같다. <멜로드라마>를 찍는다고 하니 친한 선배는 '네가 멜로를 해?' 하고 카톡을 날릴 정도다. 술자리에서 '멜로를 하고 싶다' 말하곤 했는데 실제로 하게 되니 신기하고 고맙다. 인터뷰를 빌어 장유정 연출에게 감사하다.(웃음)"

- '저예산 전문 배우'라는 별명이 있다.
"배우에게 따라다니는 별명은 배우가 선택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이런 별명은 싫은데' 하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정지영 감독님과 <남영동 1985>라 <부러진 화살>을 찍은 건 그게 제 인연이었던 거다. 작품을 찍고 나서 어떤 변화가 있을지 생각해본 적도 없다. 가능하면 다양한 인연이 찾아왔으면 하고 늘 바란다."
멜로드라마 에서 찬일을 연기하는 박원상

▲ 멜로드라마 에서 찬일을 연기하는 박원상 ⓒ 이다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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