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실라> 프레스콜

<프리실라> 프레스콜 ⓒ 박정환


지난 8일 오후 2시 뮤지컬 <프리실라> 프레스콜이 있었다. <프리실라>는 호주 영화를 뮤지컬로 옮긴 무비컬로, <라카지>처럼 성소수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작품이다. <쓰릴 미>나 <풍월주>처럼 동성애를 암시하는 작품이 이번 <프리실라>가 처음이 아니건만, 출연 배우인 조권은 자신의 드랙퀸(여장남자) 사진 기사에 달린 악플로 상처를 받은 듯하다.

조권은 이날 저녁 자신의 트위터에 장문의 변을 남겼다. "오늘 저의 프레스콜을 보시고 많은 기자님들이 저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사진을 무작위로 올려주셔서 작품을 모르시는 분들은 다소 부담스럽고 자극적인 사진 때문에 '저게 뭔가?'하시는 분들 많으실 거예요"라고 전한 그는 "아직 <프리실라>를 모르시는 분들은 보이는 것에만 반응하셔서 끝까지 악플을 올리시겠지만, 공연장 안에선 박수갈채가 쏟아져 나옵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의도치 않게 악플이나 안 좋은 소릴 들으면 노력을 해도 멘탈(정신)적으로 잘 안되더라고요"라고 토로한 조권은 "직접 공연을 보러오세요"라며 "<프리실라>가 어떤 작품인지 함께 감상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당부했다.

프레스콜의 스타일은 대개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하나는 사진 기사를 위해 배우의 코멘트나 기자간담회 없이 하이라이트 시연만 진행하는 경우다. 다른 하나는 하이라이트 시연 이후 배우의 소감을 직접 들어보는 기자간담회가 있는 프레스콜이다. 8일 진행된 <프리실라> 프레스콜은 전자에 속한다. 배우의 코멘트가 없으니 기사를 접하는 대중은 사진만 접하게 된다.

 <프리실라> 프레스콜

<프리실라> 프레스콜 ⓒ 박정환


이날 조성하를 비롯하여 고영빈, 이지훈, 김다현과 마이클리는 진한 메이크업과 여장을 선보였고, 김호영 역시 짧은 반바지를 입고 나왔지만, 조권의 의상보다는 점잖은 편이었다. 조권은 머티리얼 걸(Material Girl)을 연기하기 위해 코르셋을 입었다. 분홍색 원피스를 탈의하자마자 드러난 검정색 코르셋은 다른 <프리실라> 출연진보다 선정적으로 보일 수 잇는 파격적인 의상이었다.

<프리실라>는 <라카지>처럼 성소수자의 사랑 그 자체보다는 가족애를 다루는 뮤지컬이다. 성소수자가 등장한다고 해서 이들의 사랑을 관객에게 합리화시키려는 공연이 아니라, 이들의 버스 여정을 통해 어떻게 정신적으로 성장하는지, 그리고 가족애가 어떻게 성숙하는지 보여주는 이야기인 것이다.

그런데 뮤지컬의 알맹이는 논외로 한 채, 성소수자에 대한 비난의 화살이 뮤지컬을 준비한 배우에게 날아드는 건 성소수자에 대한 우리 사회의 편견이 그만큼 견고하다는 걸 보여주는 리트머스이자 다양한 시각의 부재를 반증한다.

부디 이번 일을 계기로 '코끼리 코만 만지고 코끼리를 알았다'는 장님의 우가 무엇이었음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글을 마무리하는 이 순간에도 조권은 악플로 노이즈마케팅을 한다고 욕을 먹고 있었다. 악플을 남기는 누리꾼이 만일 조권의 입장이라면, 성소수자라는 소재만으로 욕을 먹는다면 기분이 어떨지 입장을 바꿔 생각해보기를 바란다.

조권 프리실라 드랙퀸 김다현 조성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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