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먼아이> 에서 미리내 엄마를 연기하는 이재은

▲ <샤먼아이> 에서 미리내 엄마를 연기하는 이재은 ⓒ 박정환


<첼로의 여자> 이후 이재은은 줄곧 어머니를 연기한다. <선녀씨 이야기>에서 폭력적인 남편의 가부장적인 굴레에서도 자녀를 꿋꿋하게 키운 어머니의 한없는 모성애를 연기했는데 이번 <샤먼아이>에서도 장터에서 잃어버린 아이를 찾기 위해 반 평생을 바치는 어머니를 연기한다. 무대에서만큼은 '어머니 전문 배우'가 될 듯하다.

- <선녀씨 이야기>에 이어 이번 <샤먼아이>에서도 어머니를 연기한다.
"우리가 어머니를 생각할 때 제일 먼저 떠올릴 수 있는 건 애잔함이다. 아역 배우 출신이라 어머니처럼 나이 들어 보이는 역할을 택하는 경향도 있다. 이제는 나이 든 캐릭터를 연기할 때가 되었다."

- 우리 음악을 전공했다. <샤먼아이>에 나오는 동양적 음악의 특색에 대해 이야기해 달라.
"우리나라의 대표 음악인 '아리랑'을 모티브로 한 노래를 박해미 선배가 부른다. 제가 부르는 음악은 '정선아리랑'의 메나리 조로 부르는 노래가 있다. '정선아리랑'의 정서는 한의 정서를 갖는다. 소리 자체가 우는 소리가 많고 슬프다. 창작뮤지컬을 위해 만든 곡들인데 멜로디가 '아리랑'을 떠올리게 만든다."

- 판소리면 판소리, 연기면 연기, 가수까지 팔방미인이다. 이재은씨의 정체성은 무엇인가.
"제 정체성이 배우이긴 하지만 무기를 많이 갖고 있는 배우라고 보면 될까.(웃음) 한국 무용이나 소리처럼 한국적인 색깔의 무기를 갖고 있는 배우는 김성녀, 오정혜, 그리고 저밖에 없을 것이다."

- 이재은씨 하면 동안 이미지가 강하다.
"제가 가진 이미지를 깨기 위해 노력했다기 보다는 상황에 맞춰 진화했다고 보는 것이 맞다.(웃음) 배우가 연기를 잘 할 수 있다면 관객과의 소통에서 감동을 전할 수 있는 전달자의 역할을 충분하게 할 수 있다. 진정성 있게 다가서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관객과 소통하고자 하는 노력이 있었기에 지금의 제가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

동안 아미지가 아직도 남아있는 게 사실이다. 방송 쪽으로는 아역 이미지가 남아있고 공연 쪽으로는 이재은에 대한 검증을 하고 싶어 한다. (제가 공연계는) 바닥부터 착실하게 다져야 하지 않을까.(웃음) 다행인 건 무대에서는 어려 보인다는 이야기가 없다. 전작 <선녀씨 이야기>를 하면서 '괜찮은 배우가 공연계에 왔구나' 하는 평이 많았다."

- 어릴 적부터 연기를 했다. 연기하지 않는 날이 더 어색할 듯하다.
"배우는 큰 역할이든 작은 역할이든 혼자 맨땅에 헤딩하는 모노드라마를 하든 간에 연기를 하고 있을 때가 가장 아름답다. 어떤 배우든지 연기할 때가 배우 스스로도 자부심을 많이 가질 것이다. 연기를 하지 않으면 '내가 무얼 하지' 생각하고 약간 죽어있는 느낌이 들 수 있다. 연기를 손에 놓으면 불안하다. 배우가 쉴 때는 '내가 연기를 못 하면 어떡하지' 하는 불안함보다 연기, 혹은 방송에 대한 감이 떨어질까봐 불안하다. 배우가 끊임없이 연기하거나 무대에 서고자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샤먼아이> 에서 미리내 엄마를 연기하는 이재은

▲ <샤먼아이> 에서 미리내 엄마를 연기하는 이재은 ⓒ 박정환


- <첼로의 여자> 이후 줄곧 무대에만 오른다.
"전에는 영화와 드라마, 음반 작업까지 폭넓게 활동했다. 저에 대한 타이틀이 가수 이재은보다는 배우 이재은으로 불리는 게 가장 좋다. 본업인 연기에 충실하려면 저 자신을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저를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게 무얼까 고민했다.

연기는 삼십 년 동안 해온 거고... 지금 저를 발전시킬 수 있는 최상의 길이 무대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무대는 많이 서질 않았으니까. 무대에 오르면서 저와 연기 내면을 다지고 싶어서 계속 무대에 서고 있다. 무대는 방송이 주지 않는 장점이 있고, 방송은 무대에서 찾지 못하는 매력이 있다. 두 가지를 병행할 때 좋은 컨디션의 배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 <선녀씨 이야기>와 <샤먼아이> 모두 어머니 역할만 맡고 있다.
"요즘 아역배우들은 똑똑하다. 자기가 무얼 하고 싶은지, 무얼 바라는지, 무엇이 되고 싶은지에 대한 생각이 분명하다. 하지만 저는 요즘의 아역배우와는 다르게 연기를 시작했다. 제가 무얼 하는지조차 모를 때부터 연기했다. 제가 하는 일이 배우라는 직업이고, 연기를 위해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계획을 어릴 적에 세운 게 아니라 중학생 때부터 고민했다.

어릴 적에는 어머니를 따라 다니면서 시키니까 연출자가 하라는 대로 연기했다. 중학생 때부터 배우가 나의 운명이고, 연기를 이렇게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 거다. 중학생이 되기 전까지는 평범한 삶을 꿈꾸었다. 왜냐하면 어릴 적부터 연기해야 해서 친구들과 놀고 싶었지만 어린 시절 제대로 놀아본 기억이 없다. 어릴 적에 배우를 하게 해 달라고 어머니에게 매달린 적이 없었다.

어머니는 성우를 하고 싶어 했다. '어머니가 바라서 저를 데리고 다닌 게 아니냐' 하는 이야기를 어머니에게 한 적이 있다. 어떻게 보면 어머니의 꿈을 자식인 제가 대신 이뤄드린 게 아닌가 싶다. 어릴 적에는 요즘처럼 연기 학원이 아예 없었다. 어머니가 연기 선생님 역할을 해야 했다. 어머니가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을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 연기의 재능을 가지도록 도와준 어머니의 노력은 감사하다."

이재은 샤먼아이 선녀씨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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