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미녀삼총사> 영화 포스터

▲ <조선미녀삼총사> 영화 포스터 ⓒ 웰메이드필름,쇼박스(주)미디어플렉스


<조선미녀삼총사>는 근래 한국 영화 시장에 불어닥친 사극 열풍과 연관성이 깊다. 그러나 역사적 사실에 재해석을 시도했던 <광해, 왕이 된 남자>나 에로틱한 요소를 부각했던 <후궁 : 제왕의 첩>, 역사적 사실에 의외의 소재를 접붙였던 <관상> 등과는 방향이 다르다.

<조선미녀삼총사>는 <셜록 홈즈>를 벤치마킹한 <조선명탐정 : 각시투구꽃의 비밀>이나 한국판 <오션스 일레븐>을 표방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와 흡사하다. 이것은 한국의 시간대에 할리우드적인 소재와 장르를 연결하는, 할리우드 기성 제품의 저렴한 '국산화' 전략이다. 물론 염두에 둔 영화가 할리우드의 액션 영화 <미녀삼총사>임은 삼척동자도 안다. <조선미녀삼총사>는 "조선에도 <미녀삼총사> 같은 해결사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라는 상상력을 발휘한다.

'조선에도 미녀삼총사가 있다면?'이라는 상상으로부터

<조선미녀삼총사> 영화의 한 장면

▲ <조선미녀삼총사> 영화의 한 장면 ⓒ 웰메이드필름,쇼박스(주)미디어플렉스


출중한 검술 실력을 뽐내는 리더 진옥(하지원 분), 돈 되는 일이라면 누구보다 먼저 나서는, 공중제비와 표창 던지기에 뛰어난 주부 검객 홍단(강예원 분), 애교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무뚝뚝한 성격으로 활과 폭발물에 능한 가비(손가인 분)은 무명(고창석 분)이 주는 각종 정보로 현상금이 걸린 범죄자를 추적하는 조선 팔도 최고의 현상금 사냥꾼이다. 이들 '미녀삼총사'는 왕의 밀명을 받고 사라진 '십자경'을 찾아 나선다.

십자경에 숨겨진 비밀이 청나라의 군사지도라는 설정으로 볼 때, <조선미녀삼총사>가 배경으로 삼은 시간은 조선이 북벌계획을 추진했던 효종 시기다. 실제로 은밀히 수립하던 북벌계획이 청나라와 연결되어 있던 자들에 의해 밀고된 사건이 효종 때에 있었다고 전해진다.

<조선미녀삼총사>는 역사를 바탕으로 했으나 역사에서 무엇을 추출해서 만든 작품은 아니다. 스모키 메이크업을 한 검객이 등장하고, 요요와 쌍절곤이 무기로 사용되는 <조선미녀삼총사>는 판타지 무협 영화로 봐야 한다.

"만약 우리나라에도 <미녀 삼총사>가 있었다면 어떨까?"란 박제현 감독의 말 그대로, <조선미녀삼총사>는 조선의 역사에다 '미녀삼총사'란 소재를 툭 던진다. <조선미녀삼총사>란 제목, <미녀삼총사>의 '찰리'와 '보슬리'를 합친 듯한 역할을 담당한 무명 선생, 화면 분할을 하며 시작하는 오프닝, 밸리 댄스 장면까지 상당한 면에서 <미녀삼총사>를 충실히 흉내 낸다.

<조선미녀삼총사>의 싼 티가 줄줄 흐르는 웃음 코드에서 마땅히 떠올려야 하는 영화는 다름 아닌 박제현 감독의 전작인 <울랄라 시스터즈>다. 'M&A'를 '마더 앤드 엄마'라고 지칭하며 "엄마처럼 편안하게 맡기라는 의미"라고 외치던 <울랄라 시스터즈>의 개그 스타일은 <조선미녀삼총사>에서도 유효하다.

<조선미녀삼총사> 영화의 한 장면

▲ <조선미녀삼총사> 영화의 한 장면 ⓒ 웰메이드필름,쇼박스(주)미디어플렉스


현상금 사냥꾼이란 본래의 설정과 이상한 개그 스타일이 힘을 발휘하는 <조선미녀삼총사>의 초반부는 B급 영화로 즐길 구석이 많다. 마치 <아이언맨>을 패러디하겠다고 만든 듯한 놋쇠 갑옷을 입은 장면이나 조선 시대에선 볼 수도 없는 킥보드를 연상케 하는 이동 수단을 타고 다니는 설정, 요요를 이용한 액션, 지형으로 위장한 송포졸(송새벽 분) 등이 그렇다. 남성이 득실대는 현상금 사냥꾼 틈바구니에서 여성이 힘과 지혜로 먼저 목표물을 사냥하는 모습이 주는 전복의 쾌감도 괜찮다.

사현(주상욱 분)의 캐릭터가 본격적으로 등장하는 중반부터 영화는 현상금 사냥꾼의 이야기가 아닌, 가문의 원수와 복수의 드라마로 바뀐다. 문제는 심각한 드라마가 강조될수록 '돈만 밝히는 현상금 사냥꾼'이란 설정의 재미가 사라져간다는 점이다. 무거운 드라마와 황당한 코미디를 맥락 없이 오가는 통에 전체를 아우르는 일관성 있는 이야기의 톤을 느끼기가 어렵다. 심각한 사현의 연인과 여유로운 미녀삼총사 멤버를 바삐 오가느라 정신이 없는 진옥이 안쓰러울 정도다.

조선미녀삼총사 영화의 한 장면

▲ 조선미녀삼총사 영화의 한 장면 ⓒ 웰메이드필름,쇼박스(주)미디어플렉스


영화 속 역사에 진옥의 개인사가 맞물리면서 홍단과 가비의 비중이 축소되는 점도 아쉽다. 진옥만이 주목을 받는 후반부에서 홍단과 가비는 병풍 정도로 활동한다. 함께 무찌르는 공동의 적이 아닌, 진옥의 복수에 미녀삼총사 일당이 동원된 인상이 크다.

<미녀삼총사>나 <동방삼협>이 어떤 식으로 인물들의 매력을 보여주고, 각자와 모두의 이야기를 구성해가는지를 참고했다면 홍단과 가비가 찬밥 신세로 전락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알렉상드르 뒤마의 소설 <삼총사>의 명대사인 "하나를 위한 모두, 모두를 위한 하나 (All for One, One for All)"가 <조선미녀삼총사>에도 필요했다.

요즘 충무로에선 여배우들이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지는 실정이다. 하정우, 송강호, 류승룡 등 남성 배우들은 전성시대를 구가하지만, 여배우를 전면에 세운 영화는 희귀하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여배우인 전도연은 자기를 부르는 영화가 많지 않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여배우들을 앞세운 <조선미녀삼총사>는 존재 자체로 의미가 있다. 다만, 영화가 이런 완성도로 나온 결과가 안타까울 따름이다.

조선미녀삼총사 박제현 하지원 강예원 손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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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당 24프레임의 마음으로 영화를 사랑하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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