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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지컬 <고스트>의 한 장면

뮤지컬 <고스트>의 한 장면 ⓒ 박정환


배우 주원의 팬이라면, 뮤지컬 <고스트>를 보고 경악할지도 모른다. '키스' 때문이다.

앞서 뮤지컬 <보니 앤 클라이드> 기자간담회에서 배우 안유진은 "숱하게 많은 뮤지컬 작업을 했지만 <보니 앤 클라이드>처럼 키스 장면이 많은 뮤지컬은 처음"이라고 언급한 적이 있다. 그 작품이 키스의 '양'으로 승부한다면, <고스트>는 '질'로 승부한다.

사랑하는 연인 몰리와 보금자리를 마련한 샘을 연기하는 주원은 상대 여배우와 뜨거운 키스를 나눈다. 이때 여성 관객들의 '탄식'이 객석을 가득 채운다. 몰리 역을 연기하는 배우가 키스만 하는 게 아니라 주원의 웃옷을 벗기기 시작해서다.

주원의 강도 높은 키스 장면처럼 <고스트>는 '듣는' 뮤지컬이 아니라 '보는' 뮤지컬이다. 제작사가 "조명도 세트의 일부"라고 설명했듯, <고스트>의 조명은 다른 뮤지컬과 달리 LED에 의존한다. 3면의 무대에 촘촘히 박혀 있는 수백 개의 LED 조명 덕에, 무대는 한 순간 금융기관들이 몰려 있는 월 스트리트였다가 어느새 샘과 몰리의 보금자리로 뒤바뀐다. 장면과 장면이 무대가 바뀌면서 전환하는 게 아니라 조명이 바뀌면서 전환되는 것이다.

비밀에 부친 '매직컬' 효과...베일을 벗겨 보니

LED 조명의 백미는 지하철 유령과 샘이 맞붙는 장면이다. 샘이 지하철에 타자마자 수백 개의 LED가 지하철을 만든다. 그런데 그게 다가 아니다. LED 조명은 지하철의 객실을 묘사하며 지하철이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듯한 시각적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또 지하철의 옆면인가 싶더니 불과 5초 사이에 뒤 칸으로 바뀌기까지 한다. <고스트>는 이렇게 무대 변환 하나 없이 조명만으로 시각적 효과를 효율적으로 선보인다.

 뮤지컬 <고스트>의 한 장면

뮤지컬 <고스트>의 한 장면 ⓒ 박정환


시각적인 효과는 LED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제작사는 <고스트>를 '매직컬'(마술+뮤지컬)이라고 홍보한다. 프레스콜 당시 한 배우가 "계약 조건에 뮤지컬의 마술 효과에 대해 발설하면 안 된다는 조항이 있었다"고 언급할 정도로 이는 어디에도 공개하면 안 되는 특급 기밀 사항이었다.

<고스트>는 영화라면 컴퓨터그래픽에 의존할 법한 특수효과로 무대를 지켜보는 관객의 눈을 의심케 만든다. 지하철 유령의 손을 떠난 소품은 중력의 힘 때문에 무대로 떨어져야 정상이지만, 공중을 둥둥 떠다닌다. 와이어를 매달지도 않았는데도 갓 죽은 악당이 공중 부양하는 것처럼 무대 위로 떠오르는가 싶더니 뒤쪽으로 확 빨려 들어간다. 통상적인 뮤지컬에서는 구현하지 못할 특수효과가 있었기에 매직컬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이다.

<고스트>의 원작인 영화 <사랑과 영혼>에서 빼놓을 수 없는 노래가 있다. "오 마이 러브, 마이 달링"이라는 가사로 시작하는 '언체인드 멜로디'다. 뮤지컬에서는 샘이 기타를 들고 몰리를 향해 앙증맞게 노래하는가 하면 분노에 가득 찬 샘이 부르는 등 네 개의 다른 버전으로 편곡돼 영화를 반추하게 만드는데, 워낙 대중에게 강하게 인식된 곡인 탓에 뮤지컬의 다른 곡들이 '언체인드 멜로디'의 애잔함에 미치지 못할 정도다.

 뮤지컬 <고스트>의 한 장면

뮤지컬 <고스트>의 한 장면 ⓒ 박정환


또 영화 초반부에 등장하던 그 유명한 도자기 장면은 뮤지컬에서는 2막에야 등장한다. 몰리가 빚는 도자기는 영화처럼 큰 도자기가 아니라 뒷자리에서는 도자기가 잘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또 하나, 뮤지컬 <고스트>에서는 조연인 오다메를 연기하는 최정원이 극의 흐름을 쥐락펴락한다. 주책과 푼수의 연기를 오가는 최정원은 주원의 사진을 보고는 "내 스타일이 아냐"라고 읊조린다. "난 소중하니까"라는 대사를 두 번 외칠 때, 샘과 몰리의 애절한 사랑을 기대하고 온 관객은 최정원이 선사하는 웃음의 융단폭격에 백기투항 할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최정원의 활약은 애절한 사랑과 권선징악이 뮤지컬이 선사하는 메시지의 전부인 줄로만 알고 객석을 찾은 이들에게 깨알 같은 웃음을 선사할 것이다.

고스트 주원 최정원 사랑과 영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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