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배우 김승대

뮤지컬배우 김승대 ⓒ 떼아뜨로


겸손함이 빛나는 배우가 있다. 뮤지컬 배우 김승대다. 귀공자 같은 외모와는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상대를 배려하고, 항상 자신의 능력보다 겸손할 줄 아는 배우다. 이러다 보니 팬들과 모임을 가져도 신비주의를 간직하기보다 소탈한 면모를 드러낸다. 뮤지컬 <요셉 어메이징>에 출연하는 김승대를 5일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만났다.

- 연영과에 갔기 때문에 처음에는 뮤지컬보다는 연극을 우선순위로 생각했을 법하다.
"뮤지컬을 경험하지 않았을 때는 뮤지컬의 정확한 발음과 바른 음정, 완벽한 박자를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의구심이 있었다. 이 의구심 때문에 뮤지컬이라는 장르에는 내가 소화할 수 없는 장르라고 생각했다."

- 친구 따라 강남 간다고, 친구 따라 오디션을 보다가 우연히 <지킬 앤 하이드>에 덜컥 합격했다고.
"대학 4학년 때 논문을 준비하면서 영화 제작사에 찾아가 오디션을 볼 계획이었다. 졸업 공연이 얼마 남지 않았을 무렵, 뮤지컬을 좋아하는 동기가 <지킬앤하이드> 오디션을 보러 가자고 말했다. 오디션 경험이 한 번도 없어서 쑥스러우니까 같이 보자고 했다.

당시 나는 연극이나 영화에 관심이 많았지, 뮤지컬에는 관심이 적었다. 그래서 주저했는데 친구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지원서를 냈다. 오디션을 많이 보면 볼수록 배우에게 유리할 거라고 생각해서 봤는데, 친구는 떨어지고 내가 붙었다. 

당시 주인공은 이혜경 선배님과 류정한 형님, 조승우 형님이었다. 공연보다 이분들을 보고 싶다는 마음이 더 컸다. '어떻게 저런 존재감과 가창력, 연기력을 갖출 수 있을까'하는 호기심에 뮤지컬을 하기로 결정했다. 이때부터 뮤지컬의 매력에 빠지게 됐다."

- <요셉 어메이징>은 주연 배우와 앙상블이 함께 어울려서 나아간다는 느낌이 든다.
"그동안 드라마성이 강한 작품을 많이 맡았다. 그러다 보니 배우가 하나라는 동료의식을 갖기보다는 배우와의 호흡에 대해 많이 공부했다. 반면에 이번 작품은 앙상블과 배역이 함께 가다 보니 에너지를 많이 받을 수 있다.

앙상블이 연습실에서 많은 고생을 하면서 연기한다. 이런 친구들이 무대에만 오르면 내가 아는 앙상블 친구들이 맞나 싶을 정도로 펄펄 난다. 나도 앙상블 출신이다. 그러다 보니 누구보다도 앙상블의 심정, 이를테면 선배를 동경하며 '이런 부분은 배워야겠다'고 생각했던 부분을 더 잘 안다. 이런 기억이 있기에 누구보다 앙상블에게 잘해주고 싶다."

- <몬테크리스토> <엘리자벳> 등 제작사 EMK뮤지컬컴퍼니의 작품에 주로 출연한다.
"EMK 계열인 떼아뜨로에 소속되었지만 다른 작품에도 출연할 수 있다. 드라마적인 작품을 많이 했다. 파고 들어가는 작품을 많이 맡다 보니 나 자신에게 힐링이 필요했다. 캐릭터의 성향이 사생활에도 많이 따라온다. 그래서 밝은 작품을 하면 생활이 밝지만, 어두운 작품을 맡으면 마이너로 변하곤 한다. 극복하고 싶었다.

연기 생활이 길지는 않지만 이번 작품을 통해 환기되는 느낌이다. 같은 성격의 작품을 여러 번 하면 연기의 패턴이 고정된다. 하지만 <요셉 어메이징>과 같은 작품을 하면 그간 고정된 연기 패턴을 깰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스스로 '연기는 열려있는 것이구나' 느끼고 싶었다.  

영국에서 <요셉 어메이징>의 오픈 공연을 본 적이 있다. 우리나라에 들어왔을 때, 멋지게 무대에 올랐으면 했다. 당시 영국에서 이런 생각을 품게 해준 요셉이 내게 들어왔을 때 어떻게 거절할 수 있었겠는가. 한국에서도 영국과 같은 공연을 최대한 보여드리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 떼아뜨로


- 뮤지컬 데뷔작 <지킬 앤 하이드>에서 만난 이혜경씨와 이번에 함께 공연한다.
"나를 정말로 아껴주는 선배님이다. 그동안 함께 작업하지 못하다가 7년 만에 만났다. 내가 주연을 맡자 자기의 일처럼 기뻐하고 뿌듯해하던 분이다.

<지킬 앤 하이드> 회식 자리에서 선배님에게 '제가 주역을 맡지 않아서 잘은 모르지만 만일 스포트라이트를 받아도 누군가에게 주역을 물려주어야 할 때가 있지 않을까요?'고 물은 적이 있다. 선배님은 '어린 후배에게 주연을 물려줄 때가 가장 중요하다'고 이야기해주셨다. 후배에게 잘 물려주면 빛을 더해주는 든든한 조연으로 설 수 있다. 하지만 욕심을 내면 추해질 수도 있다고 하셨다.

선배님의 조언은 소름 끼칠 정도로 중요한 가르침이었다. 나도 언젠가는 후배에게 주역을 물려줘야 한다. 이럴 때 선배님처럼 무대에 듬직하게 큰 나무처럼 박혀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 여성 팬에게 인기가 많다. 잘 생긴 외모 때문일까.
"대학생 때는 내가 잘생긴 줄 알았다. 하지만 요즘은 잘생긴 남자배우들이 많아서 그건 아닌 것 같다.(웃음) 팬들에게 왜 나를 좋아하느냐고 물은 적이 있다.

배우는 팬들에게 신비한 존재로 남아야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무대 위의 환상을 깰 수도 있기 때문이다. 팬들은 나를 보면서 무대 위의 모습을 보면 관객과는 다른 사람일 것이라고 착각한다. 하지만 꾸준히 만나면 어떤 배우보다 인간적이라고 하더라. 가식이 없다. 팬을 만나도 머슴 밥을 먹는 스타일이다. 이런 모습을 인간적으로 느낀 게 아닐까."

- <요셉 어메이징>은 꿈을 이야기하는 뮤지컬이다. 김승대씨의 꿈이 있다면.
"목표로 삼았던 꿈을 이루는 중이다. 노력한 것 이상으로 과분하게 잘 이뤄간다고 생각한다. 나이에 비해 어려 보이는 이미지 때문에 맡고 싶었던 배역을 잘 맡지 못했다. 조순창, 양준모씨가 친구다. 당시 친구들이 맡는 배역이 부러웠다.

친구들이 맡는 배역이 내게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분이 거의 없었다. 이미지가 어리다 보니 심지어는 극 중 어머니가 나보다 어릴 때도 있었다. 모르는 분은 이런 내게 배부른 소리 한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배우에게는 나이에 맞는 역을 맡는 게 중요하다. 연기적인 욕심 때문에 이런 이미지를 깨고 싶었다. 깊이 있는 고민을 할 줄 아는 캐릭터를 만나고 싶었다. <몬테크리스토>를 통해 어린 이미지를 깨는 데 성공했다고 본다. 섭외가 들어오는 배역의 연령대가 높아진다는 게 내겐 고무할 만한 성취다.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면 나이 예순이 넘어서 시상식에서 공로상을 받는 게 꿈이다. 그 상을 받는다는 건 그 나이까지 무대에 계속 있다는 걸 의미한다. 그때까지 계속 연기했다는 걸 의미하기에 그만큼의 큰 꿈은 없을 것 같다."

ⓒ 떼아뜨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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