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 나와 홍매와' 아버지 역의 배우 신구

▲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 아버지 역의 배우 신구 ⓒ 신시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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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을 적에는 자기 잘난 맛에 산다고 착각하는 남자들이 가끔 있다. 가족을 먹여 살리고, 회사에서 승승장구하는 게 자신의 능력이 탁월해서 가능한 결과라고 말이다. 하지만 나이를 먹고 정년퇴직으로 퇴사하거나, 몸에 이상이 생겨 병이라도 들면 자기 잘난 맛에 사는 경향은 현저히 줄어든다. 자신의 능력을 의지하기 보다는 자신의 아내를 찾고 의지하게 된다.

하지만 아내는 이미 예전의 아내가 아니다. 왜? 젊은 날 남편이 잘 나가던 시절에 소홀한 대우를 받기 일쑤였던 아내가 나이 들어 남편이 철들었다고 해서 무작정 '우리 남편, 많이 힘들어?' 하고 토닥여 줄 리 만무하다. 오늘날 황혼 이혼이 급증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연극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 역시 위 사례와 별반 다르지 않다. 극 중 아버지(신구 분)는 틈만 나면 '홍매'를 찾는다. 여기에서 홍매는 나무 이름이 아니라 어머니(손숙 분)의 이름이다. 누가 들으면 젊은 날에 아버지와 금술이 좋아서 노년이 되어서도 연일 아내 이름을 부르는 줄 알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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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어머니는 남편이 불러도 탐탁지 않다. 사람 무시하는 데 있어, 구박하는 데 있어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남자가 남편이었으니 젊은 시절에 아내에게 잘 해 주었을 리 만무하다. 어머니의 마음은 아버지를 떠난 지 오래 되었을 것이다.

또 하나, 아버지가 어머니를 부르는 이유는 병수발을 요청하기 위해서다. 이불을 덮어달라고, 혹은 화장실로 부축해 달라고 하는 통에 어머니는 밤잠을 설치기 일쑤다. 둘째 아들이 어머니의 곤한 잠을 깨우지 않기 위해 어머니 대신 아버지의 병수발을 들려 해도 아버지는 철없는 아이 마냥 아내 홍매만 불러대니, 어머니와 아들이 아버지의 병간호를 하다가 되레 병이 날 판이다.

하지만 어머니 홍매는 이런 아버지가 마냥 밉지만은 않다. 아버지가 간성혼수로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은 간암 말기 환자이기 때문이다. 대놓고 사람 무시하고 구박하는 아버지와 한 평생을 같이 살면서 미운 정이 든 까닭이다. 아버지가 밤잠 설치게 어머니 이름을 불러대도 어머니가 병수발을 모두 드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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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나와 홍매와>는 얼마 있지 않아 세상을 뜰 남편을 병수발 하는 아내의 헌신적인 내조를 이야기하는 게 다가 아니다. 비록 젊은 날에는 남편과의 금술이 좋지 않았음에도, 세상을 곧 떠날 남편과의 해원(解冤)에 대한 이야기를 연극은 담고 있다. 젊은 날 남편에 대한 서운함과 원망을 아내는 병수발, "저 양반이 간다고 하니 마이 불쌍하고, 기운이 쪽 빠지고 서러버"와 같은 대사로 부부의 묵은 앙금을 풀어낸다.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 속 아내 홍매의 병수발로 말미암은 해원은 작가의 머릿속에서 창작된 가공의 이야기가 아니다. 간성혼수로 아버지와 사별한 김광탁 작가의 자전적인 경험담이 대본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는 간성혼수로 떠난 아버지를 위해 무대에서 한 판 연기로 벌이는 씻김굿이다. 작고한 작가의 아버지에 대한 위로의 굿이면서, 동시에 젊은 날 이루지 못한 극 중 부부 사이의 금술에 대한 해원의 씻김굿이기도 하다.

신구 씨는 배역을 소화하기 위해 간성혼수에 대해 상세한 검색을 했으며, 김광탁 작가에게는 간성혼수 때 나타나는 증상에 대해 상세하게 자문을 얻었다고 한다. 눈물이 많은 관객이 미처 손수건을 지참하지 못하면 큰 낭패를 겪는다. 손수건 지참은 필수다.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 신구 손숙 구아형 꽃보다 할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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