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성혼수로 투병하는 남편을 연기하는 신구

간성혼수로 투병하는 남편을 연기하는 신구 ⓒ 신시컴퍼니


9일 오후 4시 서울 서초구 서초동 흰물결아트센터 화이트홀에서 연극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 프레스콜이 열렸다. 전막 시연회에 이어 마련된 기자간담회에는 신시컴퍼니 박명성 예술감독, 김철리 연출, 김광탁 작가와 배우 신구, 손숙, 이호성, 정승길, 서은경이 참석했다.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는 김광탁 작가가 간성혼수로 투병하던 아버지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아낸 희곡이다.

말기 간암 환자를 연기하는 신구는 "작가가 대본을 워낙 정교하게 써서 따라가느라 애를 썼다"면서 "간성혼수에 빠진 말기 간암 환자를 주변에서 본 적이 없었고, 간성혼수라는 용어도 처음으로 들어봤다. 환자의 증상을 조사하고 작가에게 구체적으로 문의하여 상상력으로 표현하고 있다. 공연이 끝날 때까지 (간성혼수에 대해) 찾아보고 표현할 것이 있으면 더욱 표현하고자 한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신구는 "살아생전에 계획하고 이루려 했던 걸 이루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다. 죽는 게 별거 아니다. 숨을 들이쉰 걸 내쉬지 못하는 것이 죽음이다"라며 "이번 작품을 하면서 여러 가지를 느끼며 반성한다. 이루지 못한 몇 가지 일이 걸림돌로 남아 있다"고 회한의 심정을 토로했다. 

 간성혼수에 걸린 남편과 그를 간호하는 아내를 연기하는 신구와 손숙

간성혼수에 걸린 남편과 그를 간호하는 아내를 연기하는 신구와 손숙 ⓒ 신시컴퍼니


신구의 이웃을 연기하는 이호성은 "신구 선생님은 자식이 외동아들이다. 돈을 달라고 아들이 부탁하면 무조건 주는 아버지"라면서 "행여 자식이 돈을 갖고 망한다 한들 아들이 돈을 또 달라고 요구해도 돈을 줄 아버지"라고 소개했다. 이에 대해 신구는 "거짓말도 잘해"라며 손사래를 쳤다.

신구는 최근 tvN <꽃보다 할배>로 '구야형'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꽃보다 할배>를 찍으며 힘들지 않았냐는 질문에 신구는 "유럽과 대만을 다녀오고 연극 연습을 시작했다"면서 "도움이 되었으면 되었지 작품에 방해는 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큰아들의 전화를 받는 손숙

큰아들의 전화를 받는 손숙 ⓒ 신시컴퍼니


신구의 아내 역을 연기하는 손숙은 "처음에는 작품에 대한 기대를 크게 하지 않았는데 대본을 읽고 많이 울었다. 이야기를 어떻게 끌고 나아가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면서 "작가가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얼마 안 돼 쓴 작품이라 (감정을) 눌러가며 연기하고자 애쓰고 있다"고 했다.

이어 손숙은 "2주 전에 사랑하는 후배의 임종을 보았다. 정말 깜짝 놀랐다. 살고 죽는 것이 별거 아니라는 걸 느꼈다"면서 "(극 중) 남편이 똥만 싼다며 툴툴거리지만 결국 남는 건 부부밖에 없는 것 같다"고 전했다. 손숙은 "신구 선생님에게 '누워서 연기해서 좋겠수'라고 농을 건넨 적이 있다. 하지만 누워서 연기하는 게 생각보다 힘들다"면서 "우리도 얼마 안 있어 가지 않겠는가"라고 했다.

아버지가 96살의 고령인 손숙은 "어머니의 임종을 본 기억이 있는지라 남편을 보내는 아내의 심정에 울컥할 때가 많다"면서 "번역극과 달리 창작물은 (연극이라는) 경계가 느껴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1970년대 국립극단에 있을 당시 손숙과 몇 작품을 같이한 적이 있는 신구는 3년 전에도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로 손숙과 호흡을 맞췄다.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는 9월 10일부터 10월 6일까지 흰물결아트센터에서 관객을 맞이한다.

신구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 손숙 꽃보다 할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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