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보다 할배>의 'H4'.

<꽃보다 할배>의 'H4' ⓒ tvN


현대 사회는 오락은 넘치지만 감동은 결핍되어 있다.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시선과 연예인의 재담은 넘쳐날지언정 삶의 팍팍함을 매만지는 감동은 적다. 그런 현실에서 하루에 감동 두 개가 동시에 날아들었다. 하나는 케이블 채널에서, 하나는 지상파에서 말이다.

맨 처음은 tvN <꽃보다 할배>였다. 드라마에서 재벌 총수 역할로 자주 나오는 박근형은 푸근하다기보다는 근엄한 인상의 연기자다. 하지만 실생활에서는 달랐다. 아내와 끊임없이 문자를 주고받는 그의 모습은 아내와 금슬이 좋음을 보여준다. 여기에는 다른 부부와는 조금 다른 사연이 있었다. 아내가 5년 전에 암 수술을 받았던 것. 수술 후 5년 동안 암세포가 발견되지 않아 완치 판정을 받자, 박근형은 어린아이처럼 기뻐했다.

박근형은 아내 없이는 이 땅에서 숨 쉴 수 없는 '아내 바보'였다. 아내가 수술실로 들어가기 직전까지 손을 꼭 붙잡고 "당신이 죽으면 나도 따라 죽겠다"는 이야기를 남겼다고. 박근형은 <꽃보다 할배>에서 아내가 죽으면 남편은 화장실에서 몰래 웃는다는 우스갯소리가 무색한 순애보를 보여줬다. 자신의 주장이 관철되지 않으면 갈라서고 마는 요즘의 인스턴트적인 결혼 생활에 일침을 주는 '노년의 순애보'였다.

<꽃보다 할배>의 뒤는 SBS <땡큐>가 이었다. 어린 나이에 연말 가요대상은 물론이요, 일본 오리콘 차트 정상에 등극한 가수 보아는 그동안의 성과가 연기 도전을 가로막는 장벽이 되었다고 털어놨다. "보아라서 안 된다"는 말을 들었다고. 보아가 그간 쌓아온 음악적인 업적이 '완벽'이라는 이미지와 결합하여 일어난 장벽이다.

 2일 방송된 SBS <땡큐>의 한 장면

2일 방송된 SBS <땡큐>의 한 장면 ⓒ SBS


손현주는 보아에게 "일희일비하지 말고 천천히 가라"고 조언했다. 그가 누구인가. 2012년 SBS <추적자>에서 가슴 뭉클한 아버지를 완벽하게 연기하면서 연기대상을 거머쥔 인물이다. 하지만 그는 박근형과 장동건에게 죄송하다고 말할 정도로 겸손한 배우이자, 연기로 이목을 끌지 못한 어려운 시절에도 묵묵히 외길을 걸어온 배우다. 손현주는 연기 인생에 첫발을 내딛는 보아에게 꾸준함이 중요하다는 것을 일깨웠다.

손현주의 가르침은 단순히 보아에게만 해당하지 않았다. 인생이라는 긴 마라톤을 달려가다 보면 기쁜 일만 있을 수는 없다. 때로는 먹구름이 몰려오고 폭풍도 맞지만, 그럼에도 꾸준하게 달리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시사했다. 만약 손현주가 꾸준하지 않았다면, 긴 무명시절에 지쳐 일찌감치 연기를 포기했을 것이다.

이러한 손현주의 주문은 과거 손병호와의 인터뷰를 떠올리게 했다. 손병호가 무명일 무렵, 일찍 뜬 후배가 지금은 그를 향해 "선배가 부럽다"고 말했다는 일화는 일찍 스타가 되는 것보다 탄탄한 기본기로 천천히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새삼 일깨우는 손현주의 말과 닮아 있었다. 빨리 피는 꽃을 부러워하는 요즘의 세태를 향한 부드러운 일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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