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리듬체조 연맹의 국제심판 부정행위 조사 자료를 폭로한 7월 16일자 뉴욕타임스 기사

국제 리듬체조 연맹의 국제심판 부정행위 조사 자료를 폭로한 7월 16일자 뉴욕타임스 기사 ⓒ 뉴욕타임스


국제체조연맹(FIG)은 국제심판선발시험에서 발생한 대규모 부정행위와 관련하여 관련자들에게 중징계를 내렸다.

뉴욕타임스, 워싱턴 포스트, NBC 그리고 ABC 등은 국제 체조연맹이 징계위원회를 열고 2012년 런던 올림픽 기술위원장인 마리아 시즈코프스카의 자격을 박탈하고, 다른 6명의 기술위원은 2014년 12월까지 자격을 정지시켰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10일 자 기사에서 국제 체조연맹이 올 1월부터 시험 부정사건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으며, 지난 9일 밤늦게 이와 같은 결정을 발표했다고 밝혔다.

이 매체 중 7월 16일 자 뉴욕타임스는 국제체조연맹(FIG)이 2012년 루마니아의 부쿠레슈티, 러시아의 모스크바, 스페인의 알리칸테에서 있었던 3번의 국제 리듬체조심판 선발시험에서 60여 명이 부정행위에 연루된 사실을 포착하고 수개월에 걸쳐 조사한 문서를 입수했다고 밝혔다.

 7월 10일 자 워싱턴 포스트는 FIG가 이번 시험부정 사건으로 심판들이 취득한 모든 자격을 무효처리했으며, 독일에서 재시험을 본다고 밝혔다.

7월 10일 자 워싱턴 포스트는 FIG가 이번 시험부정 사건으로 심판들이 취득한 모든 자격을 무효처리했으며, 독일에서 재시험을 본다고 밝혔다. ⓒ 워싱턴 포스터 화면 갈무리


이 매체는 국제체조연맹(FIG)이 작성한 수백 페이지에 달하는 조사 문서를 근거로 구체적 부정행위들까지 밝히고 있다. 루마니아의 부쿠레슈티에서 있었던 시험에서는 시험 응시자들이 서로 답안지를 베꼈는데, 이들은 정답뿐만 아니라 오답까지도 베꼈다고 한다. 러시아의 모스크바에서 치러진 시험에서는 114개의 답안이 수정되었으며, 스페인의 알리칸테에서는 257개의 답안이 응시자가 아닌 타인에 의해 수정되었다고 한다. 이 매체는 조잡한 답안 표시나 노골적인 답안지 베끼기, 석연찮은 보너스 점수주기 그리고 하나의 정답지에 나타나는 두 개 이상의 서로 다른 필체 등을 시험 부정행위의 근거로 덜고 있다.

국제체조연맹(FIG)은 점수를 계산하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조작한 것으로 밝혀진 국제리듬체조 기술 위원장 마리아 시즈코프스카(폴란드)에 대해 국제심판 자격을 박탈했으며, FIG와 관련된 모든 행사에 참여하는 일까지 금지했다. 또한 이번 시험 부정사건과 관련이 있는 미국, 일본, 이집트, 이탈리아, 불가리아 그리고 러시아 출신의 기술위원 6명은 2014년 12월까지 자격을 정지시켰다. 이들은 심판 교육은 계속 할 수 있지만, 대회 심판이나 시험 감독 등의 업무는 볼 수 없게 되었다.

이들 중 마리아 시즈코프스카는 2011년 6월 24일 대한체조협회의 초청으로 방한하여 선수와 지도자들에게 강습회를 한 바도 있는 인물이다. 당시 리듬체조 갈라쇼를 마치고 러시아 노보고르스크로 떠났던 손연재도 시즈코프스카 위원장의 입국에 맞춰 6월 26일 일시 귀국한 일도 있었다.

한편 이번 사태가 국내 국제 심판들에게까지 불똥이 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의 눈길도 있었다. 이번에 문제가 된 루마니아 부쿠레슈티 국제 심판시험에는 한국 심판 3명이 국제심판 시험을 보았으며, 이 시험채점에 마리아 시즈코프스카가 관계했기 때문이다.

2012년 11월 28 일자 일간스포츠는 "필기와 실기 시험으로 이뤄진 심판 자격시험에서 한국 심판 3명은 모두 필기 만점을 받았다. 한 국가에서 온 심판들이 모두 만점을 받은 사례는 한국이 유일하다. (중략) 시즈코프스카 기술위원장도 "한국이 대단하다"며 놀라워했고, 일본 심판들도 부러워했다"라는 보도를 한 바도 있다.

하지만 대한 체조협회 고위관계자는 이번 사태와 한국 심판은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당시 시험을 본 한국 심판들은 이번 시험부정 사건과 무관하며, 20일 재시험을 보기 위해 오늘 독일 프랑크푸르트로 떠날 예정이라고 전했다. 7월 10일자 워싱턴 포스트도 FIG가 이번 시험부정 사건으로 심판들이 취득한 모든 자격을 무효처리했으며, 독일에서 재시험을 본다고 밝히고 있다. 이 매체는 이번 재시험 결과에 따라 8월 말 우크라이나의 키예프에서 벌어질 리듬체조 세계선수권 심판들도 결정된다고 전했다.

이번 사태에 대해 런던올림픽 후 은퇴한 호주 출신 리듬체조 선수 재닌 머레이(Janine Murray)는 NBC와의 인터뷰에서 "리듬체조의 채점 문제는 사이클의 금지약물 복용문제만큼이나 많이 발생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체코출신의 국제심판인 에릭 모어(Erik Moers)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리듬체조는 병 덜었다. 리듬체조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썩었다. 심판들의 눈이 총이라면 그들은 서로 쏘아 죽였을 것이다"고 언급하며 "리듬체조에서 부정한 판정과 부패를 제거"해야 한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ABC뉴스도 이번 FIG의 결정을 "역사적 사건"이며, "지난 25년간의 쓰레기더미(리듬체조의 부패문제)를 청소할 첫걸음"으로 평가한다는 에릭 모어의 말을 인용하고 있다.  

사진3- ABC뉴스도 이번 FIG의 결정을 “역사적 사건”이며, “지난 25년간의 쓰레기더미(리듬체조의 부패문제)를 청소할 첫걸음”으로 평가한다는  에릭 모어의 말을 인용하고 있다.

▲ 사진3- ABC뉴스도 이번 FIG의 결정을 “역사적 사건”이며, “지난 25년간의 쓰레기더미(리듬체조의 부패문제)를 청소할 첫걸음”으로 평가한다는 에릭 모어의 말을 인용하고 있다. ⓒ ABC뉴스 인터넷 화면 갈무리


이번 사태는 세계 리듬체조 역사상 초유의 사태로 스포츠 비리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리듬체조는 다른 그 어떤 운동 분야 보다 심판의 주관적 판정이 강한 분야로서, 오래전부터 리듬체조 심판과 심판 판정 부분에 문제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금 번 사건이 리듬체조계의 뿌리 깊은 문제를 뿌리 뽑고, 리듬체조 분야에서 스포츠 정의가 확립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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