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 하우스 다운> 영화 포스터

▲ <화이트 하우스 다운> 영화 포스터 ⓒ 소니픽쳐스 릴리징 월트디즈니 스튜디오스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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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는 매주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쏟아내지만, 때로는 유사한 소재를 다룬, 마치 쌍둥이처럼 보이는 영화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등장할 때가 있다. 1989년엔 <어비스>(1989)에서 '해저' 개념을 빌려와 <레비아탄>과 <딥 식스>가 태어났고, 1997년에는 '화산'을 소재로 <볼케이노>와 <단테스 피크>가 폭발한 바 있다. 1998년에는 '혜성'을 다룬 <아마겟돈>과 <딥 임팩트>가 충돌했다면, 근래에는 <코드네임 제로니모>와 <제로 다크 서티>가 '오사마 빈 라덴 체포 작전'을 수행했다.

백악관이 테러의 대상이 되는 <화이트 하우스 다운>도 마찬가지다. 먼저 도착한 <백악관 최후의 날>과 무슨 차이가 있는지 의문을 품는 분도 있을 것이고, 심지어 같은 영화로 오해하는 분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동시에 이런 영화가 선보인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영미전쟁이 막바지로 향하던 1814년의 기억 때문이라 생각된다. 영국군에 의해 의회와 백악관이 불탔던 역사는 미국이 유일하게 수도를 외국에 내어준 외침으로 기록되었다. 그리고 역사의 시간은 그로부터 약 200여 년이 흘렀다.

<화이트 하우스 다운> 영화 스틸

▲ <화이트 하우스 다운> 영화 스틸 ⓒ 소니픽쳐스 릴리징 월트디즈니 스튜디오스 코리아


채닝 테이텀과 제이미 폭스의 버디 무비

먼저 <백악관 최후의 날>을 이야기해보자. 북한 출신의 테러리스트들에 의해 백악관이 점령된다는 내용을 담은 <백악관 최후의 날>은 폐쇄 공간에서 한 사람이 펼치는 영웅담의 모범 사례인 <다이 하드>(1988)를 판에 박은 듯이 베꼈다.

<백악관 최후의 날>의 마이크 배닝(제라드 버틀러 분)과 <다이 하드>의 존 맥클레인(브루스 윌리스 분)은 그다지 다르지 않다. 차이가 있다면 마이크 배닝에겐 <사선에서>의 대통령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는 경호원 프랭크 호리건(클린트 이스트우드 분)의 그늘이 양념으로 첨가된 정도다.

그렇다면 <화이트 하우스 다운>은 어떨까? 이 영화도 우연히 사건에 휘말리는 남자라는 설정에선 <다이 하드>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그러나 <화이트 하우스 다운>은 <백악관 최후의 날>보다 조금 더 다채로운 구성을 취한다.

<화이트 하우스 다운>은 한 사람이 위기를 타개하는 원맨쇼를 탈피하고, 대통령 경호원에 지원했다가 탈락한 의회 경호원 존 케일(채닝 테이텀 분)과 미국 대통령 제임스 소이어(제이미 폭스 분) 두 사람이 펼치는 버디 무비(*남자들의 우정을 다룬 영화의 총칭)로 변형했다.

2012년에만 미국에서 1억 불 이상의 흥행을 거둔 영화를 3편(<매직 마이크> <21 점프 스트리트> <서약>)이나 선보이고, 올해에도 <지.아이.조 2>를 흥행에 성공시킨, 지금 현재최고의 흥행 배우로 주목받는 채닝 테이텀. 그의 파트너는 <레이>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은 연기파 배우 제이미 폭스다. 두 사람이 티격태격하는 모습은 <다이 하드 3>의 존 맥클레인과 사무엘 L.잭슨과 흡사하며, <리쎌 웨폰>의 멜 깁슨과 대니 글로버를 떠올리게 하는 앙상블이다.

<화이트 하우스 다운> 영화 스틸

▲ <화이트 하우스 다운> 영화 스틸 ⓒ 소니픽쳐스 릴리징 월트디즈니 스튜디오스 코리아


유머와 액션을 결합한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

여기에 롤랜드 에머리 감독은 영화 곳곳에 농담을 배치하여 자칫 경직될 수 있는 영화의 분위기를 느슨하게 풀어준다. 자신의 영화 <인디펜던스 데이>를 언급하며 스스로 희화하거나, 위급한 상황에서 차를 타고 도망치는 대통령이 언제나처럼 뒷좌석에 앉았다가 거기에 왜 앉느냐고 무안을 당하는 장면 등은 예상치 못한 웃음을 선사한다.

그렇다고 블록버스터의 장인급으로 불릴만한 위치에 있는 롤랜드 에머리히가 블록버스터의 미덕인 '규모'를 포기한 것은 아니다. 백악관 내부에서 적과 싸우는 것을 중심으로 하되, 무대를 백악관 외부 공간까지 확장시키면서 백악관의 공간 전체를 폭넓게 활용한다. 그 과정에서 백악관은 남김없이 초토화된다.

<화이트 하우스 다운>이 <백악관 최후의 날>처럼 단순히 외부의 테러로 바라보지 않고, 미국 내부로 시선을 돌린 점도 흥미롭다. 중동에 파견된 미군을 철수하려는 대통령과 자신들의 이익에 방해될까 전전긍긍하는 군수 업체 간의 마찰은 흑인 대통령과 맞물리며 미국의 현실 정치를 영화로 불러낸다.

또한, <백악관 최후의 날>이 어떤 설명도 없이 워싱턴에 중화기가 들어왔다면, <화이트 하우스 다운>은 총기를 반입하지 않고 백악관 내에 보관된 총기를 탈취하는 등 현실성을 높이는 데도 신경 썼다. 테러에 가담한 인물들의 목적도 조금씩 다르게 설정함으로써 인물의 층위 역시 한층 두텁다.

<화이트 하우스 다운> 영화 스틸

▲ <화이트 하우스 다운> 영화 스틸 ⓒ 소니픽쳐스 릴리징 월트디즈니 스튜디오스 코리아


대통령과 백악관을 영화의 소재로 활용하는 할리우드

영화의 초반부에 존 케일이 대통령 경호원 면접을 보았으나 떨어지는 장면이 나온다. 그는 자신에게 기회를 달라고 외친다. 영화의 마지막에 테러를 주동했던 인물에게 제임스 소이어는 방위산업체로부터 얼마나 받았느냐고 추궁한다.

그들의 목소리에는 기회의 나라라고 강조하나, 현실적으론 공평한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고 여기는 미국 사람들의 생각이 들어 있고, 미국이 행한 여러 전쟁의 배후에 어떤 자들이 숨어있는지를 묻는 질책도 포함한다. 기회와 개혁을 역설하는 존 케일과 제임스 소이어를 통해 지금 미국에 무엇이 필요한지 이야기한다.

예전부터 할리우드는 미국의 상징인 '대통령'을 영화의 소재로 자주 활용했다. <에어 포스 원>이나 <인디펜더스 데이> 같은 액션 영화에선 전쟁의 영웅처럼 묘사했고, <J.F.K>나 <모두가 대통령의 사람들> 같은 스릴러에선 진실을 파헤치는 사람들의 반대자로 그려졌다. 때로는 외계인의 침공에 의해 상징적으로 부숴지는 공간으로 백악관이 등장하기도 했다.

이렇듯 다양한 모습과 방식으로 대통령과 백악관을 다루는 미국. 할리우드의 힘은 이런 자유로운 발상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과연 우리나라에서 청와대를 폭파시키는 영화를 만든다면 어떤 논란을 초래할까? 아니 만들 수나 있을지 의문이다. 국가 원수를 모독했다고 처벌이나 안 받으면 다행일지도.

롤랜드 에머리히 채닝 테이텀 제이미 폭스 매기 질렌할 백악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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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당 24프레임의 마음으로 영화를 사랑하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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