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여왕' 김연아(22·고려대) 선수가 드디어 이번 주말 1년 8개월의 공백을 깨고 국제무대로 돌아온다. 5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출국한 김연아 선수는 "첫 대회이니만큼 부담 없이 뛰겠다"며 새로운 출사표를 던졌다. 현재 전 세계 피겨팬들은 여왕의 귀환만을 손꼽아 기다려왔다.(관련기사: 김연아 "대회 준비, 가장 힘들었던 것은...")

미국을 비롯한 스포츠 언론들을 비롯해 피겨 전문기자와 중·노년층의 해외 피겨 팬들도 김연아 선수의 복귀를 환영하고 있다. 김 선수의 복귀가 이토록 환영받는 이유는 대체 무엇일까.

#이유1 김연아만의 '명품점프' 다시 본다!

 김연아가 독일 NRW 트로피 대회 참가를 위해 5일 출국했다 .

김연아가 독일 NRW 트로피 대회 참가를 위해 5일 출국했다 . ⓒ 박영진


김연아 선수의 기술은 이미 유명하다. 특히 김 선수는 다른 여자선수들은 거의 구사하지 못하는 트리플러츠-트리플토룹, 트리플플립-트리플토룹 콤비네이션 점프를 자유재로 구사할 수 있다. 올 시즌 러시아의 신예인 엘리자베타 툭타미쉐바(14), 율리나 리프니츠카야(14) 등이 트리플러츠-트리플토룹 점프를 구사했으나 김연아의 점프와는 격차가 컸다.

툭타미쉐바는 점프 스케일이나 속도 면에서 뒤처지고, 리프니츠카야는 러츠 점프가 롱에지이며 질도 좋지 못하다. 김연아 선수는 빠른 스피드를 이용한 힘찬 도약과 함께, 정확한 에지를 구사한다. 그로 인해 김 선수의 점프는 비거리가 매우 길며, 점프 높이 또한 상당하단 것이 특징이다.

여기에 김 선수는 프리스케이팅 후반부에도 트리플러츠 고난이도 점프를 완벽하게 구사하며, 더블악셀 콤비네이션 등도 구사한다. 이러한 기술을 바탕으로 김연아는 항상 모든 점프에 두둑한 가산점을 받는다.

지난 시즌과 올 시즌 여자싱글 경기는 대부분 기술이 하향화됐다. 트리플-트리플 콤비네이션 점프는 가장 난이도가 낮은 트리플토룹-트리플토룹 점프 외에 거의 실종됐다. 또한 점프 기초점의 변화로 트리플플립과 트리플루프의 기초점이 불과 0.2점 밖에 나지 않아, 대부분 여자선수들이 쉬운 트리플루프 점프를 뛰고 있다. 트리플러츠 점프는 대부분의 여자선수들이 잘못된 에지를 구사한다. 김연아만이 구사하는 '명품 점프'는 여자 피겨계를 주름잡는 중요한 요인이다.

#이유2 김연아만의 '색깔 있는 연기'

 김연아가 독일 NRW트로피 대회에서 새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사진은 지난 8월 아이스쇼에서의 록산느의 탱고 연기모습

김연아가 독일 NRW트로피 대회에서 새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사진은 지난 8월 아이스쇼에서의 록산느의 탱고 연기모습 ⓒ 박영진


김연아는 표현력과 프로그램 구성 역시 최고의 평가를 받는다. 세계 피겨 팬들이 김연아를 주목하는 또 다른 이유는 김연아만의 '색깔 있는 연기' 때문이다. 김연아는 그동안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 그리고 갈라 프로그램에서 다양한 연기를 선보였다. 쇼트프로그램에선 '록산느의 탱고', '죽음의 무도', '제임스본드 메들리' 등 주로 선 굵고 강렬한 카리스마를 바탕으로 한 연기를 선보였다.

이번 NRW 트로피 대회에서 새로 선보일 '뱀파이어의 키스' 역시 뱀파이어에 물린 매혹적인 여인을 그린 쇼트프로그램이다. 현재까지도 많은 피겨 팬들은 김연아의 최고의 프로그램으로 '죽음의 무도'를 꼽을 정도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프리스케이팅에선 주로 우아하고 기품 있는 연기를 선보였다. '종달새의 비상', '미스사이공', '세헤라자데', '피아노 협주곡 바장조'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밴쿠버 올림픽 때 선보였던 피아노 협주곡의 경우, 초반에 다소 난해하다는 곡의 평이 있었지만 결국 최고의 찬사를 받은 프로그램이다. 이번에 선보일 '레미제라블'은 이러한 프로그램들과 비슷하다. 세헤라자데처럼 스토리가 있는 음악에, 감성적이면서 웅장한 느낌을 주는 것이 이 음악의 특징이다.

#이유3 신기록이 아닌, 김연아라는 인물 자체

 김연아의 컴백에 전 세계인들이 주목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5월 아이스쇼에서 모습

김연아의 컴백에 전 세계인들이 주목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5월 아이스쇼에서 모습 ⓒ 박영진


많은 사람은 이번에도 김연아 선수가 세계 최고기록을 갈아치우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고 있다. 김 선수는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불멸의 점수인 세계최고기록 228.56점을 수립한 바 있다. 또한 김 선수는 2009년 세계선수권에서 여자싱글 사상 처음으로 200점을 돌파한 이래, 본인 스스로만이 자신의 기록을 경신해 나갔다. 이러한 모습은 세계 피겨계에 충격을 줄 만큼 놀라운 결과였다.

올 시즌 기록상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애슐리 와그너(미국)는 190점대의 점수를 받았다. 그랑프리 파이널에 진출한 키이라 코르피(핀란드)와 스즈키 아키코는 180점대를 기록했다. 아사다 마오 역시 논란의 프리스케이팅 점수 속에 180점대를 받았다. 이러한 점수가 계속 낭오면서, 김연아 선수의 점수에 대한 기대감은 점점 높아져 갔다.

하지만 피겨 팬들이 김연아를 주목하는 이유는 점수가 아니다. 김연아 선수라는 인물 자체이기 때문이다. 주니어 시절부터 상위권의 기록을 내면서 이름을 알린 뒤, 김연아 선수는 시니어에 돌입하면서도 꾸준히 기량이 상승했다. 대부분의 여자선수들이 체형변화나 부상 등으로 인해, 시니어에서도 계속 발전하긴 어렵다. 하지만 김연아 선수만은 달랐다. 또한 앞서 본대로 김연아 선수의 매 시즌 프로그램과 기술, 표현력은 언제나 주목을 받았다. 올림픽 챔피언이란 타이틀도 있지만, 무엇보다 김연아 선수만이 가지고 해낼 수 있는 '특유의 색깔'의 힘이었다.

피겨계는 김연아 선수가 휴식을 취하는 동안, 러시아의 신예들과 주니어 세계선수권 포디움자들이 꾸준히 시니어 그랑프리에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이들의 주목은 예전의 김연아 선수만큼 대단하지 못했다. 예상을 빗나간 부진들이 거듭됐고, 체형변화와 부상 소식까지 겹치면서 이들의 활약은 급속도로 줄어들었다. 오히려 과거에 빛을 보지 못했던 애슐리 와그너와 키이라 코르피들이 더욱 눈에 띄었을 정도다. 김연아 선수가 시니어 데뷔 후에도 꾸준히 입상하면서 활약을 이어나갔던 것에 비하면, 정반대의 결과다. 김연아가 여전히 스타로 주목받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번 주말 김연아 선수는 또 하나의 '매직'으로 피겨 팬들을 매혹시킬 것이다. 김연아 선수의 여자싱글 경기는 8일 쇼트 프로그램, 9일 프리 스케이팅으로 열린다. 전 세계가 주목하는 김연아 선수의 새로운 모습이 어떨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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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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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스포츠와 스포츠외교 분야를 취재하는 박영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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