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여왕 김연아가 독일 NRW트로피 대회 참가를 위해 5일 오후 출국했다.

피겨여왕 김연아가 독일 NRW트로피 대회 참가를 위해 5일 오후 출국했다. ⓒ 박영진


'피겨여왕' 김연아(22·고려대)가 자신의 피겨인생 제3막을 위한 첫 관문으로 출발했다. 지난 7월 현역복귀 선언, 10월 새 코치 선임을 발표한 김연아는 5일부터 열리는 피겨 NRW트로피 대회 출전을 위해 5일 오후 출국했다.

"오랜만의 출전, 하지만 마음은 편안해요"

기자회견장에 신혜숙(55)·류종현(44) 코치와 함께 등장한 김연아는 한결 여유로워 보이는 표정이었다. 자신의 옛 스승들과 주니어 시절 함께 나갔던 첫 대회를 떠오르는 듯한 김연아는 1년 8개월 만의 국제대회 출전 소감을 밝혔다.

"오랜만에 대회에 출전을 하게 돼 걱정도 되고 설레기도 해요. 이번 대회에선 세계선수권을 위한 기술 최저점을 넘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열심히 해온 만큼 결과가 따라주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고 있어요."

이미 알려진 대로 김연아가 이번 대회에 출전하는 것은 소치 동계올림픽 출전권이 걸려있는 2013 피겨 세계선수권 대회에 출전하기 위해서다. 올 시즌부터 새로 적용된 규정에는 세계선수권 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쇼트프로그램 기술점수 28점, 프리스케이팅 기술점수 48점을 반드시 통과해야 한다. 그동안 김연아의 성적상 최저점은 무난히 넘길 것으로 보인다.

한편, 오랜만에 경기용 프로그램을 하게 된 김연아는 쇼트프로그램에서 7가지, 프리스케이팅에서 12가지의 기술을 구사해야 한다. 아이스쇼에서 선보였던 것과는 기술적으로 많은 차이가 있는 프로그램에 대해 김연아 역시 걱정이 있었다.

"경기용 프로그램을 오랜만에 하다 보니 안무를 소화하면서 기술적인 요소와 체력적인 요소를 모두 끌어올려야 한다는 게 부담이기도 했습니다."

힘들었던 체력훈련... 하지만 '웃었다'

 김연아와 코치 신혜숙(오른쪽), 류종현(왼쪽)이 5일 기자회견에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김연아와 코치 신혜숙(오른쪽), 류종현(왼쪽)이 5일 기자회견에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 박영진


지난 7월 현역 복귀와 8월 아이스쇼 기자회견에서 밝힌 대로 김연아는 체력훈련을 중점적으로 했다. 신혜숙·류종현 코치 역시 지난 10월 프리스케이팅을 연습하면서 "후반 체력이 조금 달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체력적인 부분을 더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한 1년 8개월의 공백 사이 실전 감각에 대한 우려와 다시 국제무대에 서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감에 대한 우려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김연아는 담담한 표정을 지었다.

"그동안 많은 경기를 치렀기 때문에 어느 때보다 가볍다는 생각을 가지고 임했습니다. 다시 복귀를 한다고 했을 때도 '내가 과연 잘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있었는데요. 훈련하는 동안 스스로 저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고 하니 힘들었지만 그래도 웃으면서 할 수 있었어요."

그동안의 긴 훈련 동안 가장 힘들었던 것은 체력훈련이었다고 한다. "밴쿠버 올림픽 당시는 최절정기였기 때문에 지금과는 비교가 힘들다"고 말한 김연아는 "현재 80~90% 정도의 몸 상태가 됐다"고 말했다.

"아무래도 체력훈련이 가장 어려웠던 것 같아요. 제가 그동안 계속 훈련을 해오긴 했지만, 쉬다가 다시 했기 때문에 거의 바닥에서부터 다시 시작했다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하지만, 예전만큼 무거운 마음도 없었고 즐거운 마음을 가지려고 노력했습니다."

특히 올 시즌 기술요소에서 특히 강화된 스핀 부분에 대해서도 철저히 준비해 왔음을 내비쳤다.

"예전에 제가 주니어 때만 해도 스핀은 편하게 노는 시간이었어요. 그런데 규정이 강화됐고, 또 제가 다른 선수들보다 월등하게 유연한 것도 아니기 때문에 어렵기도 했습니다.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연습을 하는 중에도 어려움이 있었지만, 끝까지 집중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습니다."

김연아의 옛 스승이자 현 코치인 신혜숙·류종현 코치는 "무엇보다 즐기고자 하는 마음이 컸다"며 "(김연아) 스스로 잘 이겨냈다"고 평했다.

"제가 연아를 어렸을 때 가르쳤을 때 이미 기술적으로는 완벽한 상태였어요. 체력 부분이 그동안 문제였지만, 본인 스스로 노력을 많이 했고요. 즐거운 마음으로 하고자 했던 것이 컸습니다. 제가 따로 알려주지 않아도 알아서 잘 해결했고요."(신혜숙 코치)

"연아가 이제 성인이기 때문에 무엇보다 즐겁고 가벼운 마음으로 이번 시합에 임했으면 합니다."(류종현 코치)

김연아, 다시 은반 위에 서다

1년 8개월 만에 다시 서는 그녀의 모습을 보게 된 팬들은 어느 때보다 기대가 크다. 새 프로그램인 '뱀파이어의 키스'와 '레미제라블'을 배너로 만들기도 한 팬들의 정성은 그동안의 기대가 얼마나 컸는지를 실감하게 해줬다. 김연아는 팬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제가 오랜만에 다시 국제무대에 서게 돼서 많은 분들이 기대를 해주시는 것 같아요. 새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궁금해하시기도 하고요. 첫 대회이니만큼 부담 없이 뛰고, 열심히 준비한 만큼 기대에 보답할 수 있는 모습 보여 드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기자회견을 마친 김연아는 자신의 피겨인생 제3막의 첫 장소가 될 독일을 향해 발걸음을 뗐다. 김연아의 피겨는 밴쿠버 올림픽 금메달을 목표로 뛰어온 13년의 제1막, 그리고 올림픽 이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유스 동계올림픽 등의 다양한 국제대회 홍보대사로 이름을 알린 것이 제2막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다시 피겨 국가대표로 돌아가겠다며 초심을 선언한 김연아의 새로운 선언과 소치 동계올림픽에서의 아름다운 은퇴까지가 제3막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 김연아는 팬들에게 은반 위에서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인천공항에서 만난 김연아는 웃고 있었다. 그녀의 웃음은 최고의 성적을 기록하기 위한 웃음이 아닌, 또 다른 피겨 인생의 시작과 행복한 스케이터로서의 웃음이었다. 김연아는 8일(한국시각) 저녁 쇼트프로그램, 9일 저녁 프리스케이팅 경기를 치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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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 피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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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스포츠와 스포츠외교 분야를 취재하는 박영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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