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넝쿨째 굴러온 당신> <넝쿨째 굴러온 당신>(이하 <넝쿨당>)은 애초 기획한 분량대로라면 8월에 종영했을 드라마다. 한데 종영이 8회나 연장된 드라마다. ‘국민드라마’라는 별칭이 붙을 정도로 국민적 성원을 한 몸에 받은 올 한 해 성공한 드라마의 대표 사례이기에 연장 방영을 한 셈이다.

▲ <넝쿨째 굴러온 당신> <넝쿨째 굴러온 당신>(이하 <넝쿨당>)은 애초 기획한 분량대로라면 8월에 종영했을 드라마다. 한데 종영이 8회나 연장된 드라마다. ‘국민드라마’라는 별칭이 붙을 정도로 국민적 성원을 한 몸에 받은 올 한 해 성공한 드라마의 대표 사례이기에 연장 방영을 한 셈이다. ⓒ KBS


<넝쿨째 굴러온 당신>(이하 <넝쿨당>)은 애초 기획한 분량대로라면 8월에 종영했을 드라마다. 한데 종영이 8회나 연장된 드라마다. '국민드라마'라는 별칭이 붙을 정도로 국민적 성원을 한 몸에 받은 올 한 해 성공한 드라마의 대표 사례이기에 연장 방영을 한 셈이다. 해당 방송사가 야심차게 한류스타를 내세워 기획한 모 드라마가 처참한 시청률로 종영한 것과는 대조되는 사례다.

사회적 이슈에 대한 적절한 '풍자'로 통렬한 일침

그렇다면 이토록 <넝쿨당>이 시청자에게 환영받은 요인은 무엇일까. 첫 번째는 사회적 이슈에 적절하게 '풍자'를 가하는 통렬한 일침이 아니었나 싶다. 차세광(강민혁 분)은 방장군(곽동연 분)에게 카이스트에 다니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재학증명서를 건넨다.

하지만 방장군은 차세광의 재학증명서를 보고도 세상에 동명이인이 얼마나 많은지 아느냐며 믿으려 하지 않는다. 도리어 차진요(차세광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를 결성하기까지 한다.

당시 <넝쿨당>이 무엇을 디스하고 싶어서 이런 연출을 시도했던 걸까 타블로의 학력 인증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의혹을 양산하여 멀쩡한 한 가수의 연예활동과 그의 가족에게 모욕까지 입힌 타진요를 디스하기 위한 통렬한 풍자 아니던가.

한물 간 가수 윤빈(김원준 분)의 오디션 에피소드는 어떤가. 윤빈이 방송국과 인터뷰한 내용과는 달리 상금에 눈 먼 무개념 지망생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쓴 당시 에피소드는, 엉뚱한 편집의 희생양이 될 뻔한 윤빈의 사연을 <슈스케>의 '악마의 편집' 사건과 겹쳐보이게 만드는 에피소드 아니던가. 오디션 속 '악마의 편집'을 디스하는 용감함도 보여주었다.

<넝쿨째 굴러온 당신> <넝쿨당>의 인기요인 두 번째는 ‘패러디’다. 천재용이 상상 속에서 방이숙과 상상 가운데서 하는 거품키스는 <시크릿 가든>의 길라임-김주원 커플의 거품키스를 패러디했다. 천재용의 트레이닝복은 김주원을, 방이숙의 복장은 길라임을 그대로 따라했기에 당시 시청자는 <시크릿 가든>을 패러디한 장면이었음을 금방 눈치챌 수 있었다.

▲ <넝쿨째 굴러온 당신> <넝쿨당>의 인기요인 두 번째는 ‘패러디’다. 천재용이 상상 속에서 방이숙과 상상 가운데서 하는 거품키스는 <시크릿 가든>의 길라임-김주원 커플의 거품키스를 패러디했다. 천재용의 트레이닝복은 김주원을, 방이숙의 복장은 길라임을 그대로 따라했기에 당시 시청자는 <시크릿 가든>을 패러디한 장면이었음을 금방 눈치챌 수 있었다. ⓒ KBS


'1초가 얼마나 긴지 아느냐', '거품키스', '짝' 등 공감 패러디로 시청자 흡입

<넝쿨당>의 인기요인 두 번째는 '패러디'다. 마지막 방영분에서 부부의 인연을 맺는 천재용(이희준 분)과 방이숙(조윤희 분)이 연애 초기 시절, 천재용은 방이숙에게 "1초만 눈을 감아달라"며 키스를 선사한다.

하지만 이들의 키스는 '1초'를 훨씬 넘었다. "1초가 얼마나 긴지 아느냐"는 천재용의 말은, 당시 런던올림픽에서 1초 오심으로 억울하게 판정패를 당한 신아람의 펜싱 경기를 패러디한 사례다.

천재용이 상상 속에서 방이숙과 상상 가운데서 하는 거품키스는 <시크릿 가든>의 길라임-김주원 커플의 거품 키스를 패러디했다. 천재용의 트레이닝복은 김주원을, 방이숙의 복장은 길라임을 그대로 따라했기에 당시 시청자는 <시크릿 가든>을 패러디한 장면이었음을 금방 눈치챌 수 있었다.

모태솔로 엄순애(양희경 분)이 극 중 <짝꿍>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에피소드는 어떠한가. 남자들에게 관심 받지 못한 채 촬영장을 쓸쓸히 떠난 엄순애에게 연정을 품었던 남자4호가 있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엄순애의 서글픈 사연은 <짝>을 패러디한 에피소드로 그 어느 시트콤보다 깨알 같은 재미를 선사했다.

엄순애의 패러디가 <짝>을 패러디한 것에 그친다면 섭섭할 터. "왜 그 사람이 나라고 말을 못해요"라는 엄순애의 대사는 <파리의 연인>에서 김정은이 하던 대사와 겹치는 패러디임을 눈치챌 수 있었다.

마지막 방영분에서는 DVD 속 '이스터 에그' 마냥 반가운 얼굴이 카메오로 등장하기까지 한다. 바로 김남주의 실제 남편인 김승우가 출연한다. 그는 옥탑방 고시생으로 천연스럽게 얼굴을 내밀고는 극 중 김남주를 향해 "제 처가 생활력이 굉장히 강해서 자기가 뭘 하든 뒷바라지 할 테니 서울에 가서 마음 편하게 꿈을 펼치라고 했다. 그래서 올라오게 됐다. 세상에 그런 여자가 어디 있느냐 진정한 내조의 여왕이다."라고 재치 넘치는 너스레를 떤다.

<넝쿨째 굴러온 당신> <넝쿨당>이 국민적인 인기를 끌게 된 세 번째 요인은 ‘주부의 판타지’를 작가가 정확하게 읽었다는 점이다. <넝쿨당> 가운데서 주부의 판타지로 대변할 수 있는 캐릭터는 방귀남(유준상 분)이다.

▲ <넝쿨째 굴러온 당신> <넝쿨당>이 국민적인 인기를 끌게 된 세 번째 요인은 ‘주부의 판타지’를 작가가 정확하게 읽었다는 점이다. <넝쿨당> 가운데서 주부의 판타지로 대변할 수 있는 캐릭터는 방귀남(유준상 분)이다. ⓒ KBS


정확하게 읽은 '주부 판타지'...그 핵심은 방귀남 캐릭터

<넝쿨당>이 국민적인 인기를 끌게 된 세 번째 요인은 '주부 판타지'를 작가가 정확하게 읽었다는 점이다. <넝쿨당> 가운데서 주부의 판타지로 대변할 수 있는 캐릭터는 방귀남(유준상 분)이다. 그런데 입양아 방귀남이 가까스로 찾은 가족은 그냥 가족이 아니었다.

그와 결혼하는 차윤희(김남주 분)가 맞닥뜨릴 시가족의 규모가 여느 가정의 규모와는 틀리게 '빅 사이즈'를 자랑할 지경이니, 차윤희의 입장으로서는 '넝쿨째 굴러온 시월드'에 발을 담그는 것도 아니고 풍덩 빠지는 곤욕을 치르게 되니 말이다.

그럼에도 차윤희와 방귀남의 결혼이 시월드 때문에 풍비박산이 나지 않은 건, 아니 차윤희가 시월드와 대규모 전쟁을 불사하지 않은 건 방귀남이 차윤희와 시월드 사이에서 적절한 완충 작용을 훌륭하게 해내서이다.

결혼한 여자라면 누구나 기겁하는 시월드라는 무시무시한 놀이동산에서 마눌님을 기절초풍하게 만들지 말아야 하는 건 남자의 몫인데, 현실 가운데서 남자는 사실 그 완충 역할을 잘 하질 못한다.

결혼한 남자는 대개 시월드 혹은 마눌님 편에서 우왕좌왕하기 십상이다. 곰 같은 남편은 이 두 세계 앞에서 어느 한 편만 두둔하다가 몰매 맞기 십상인 세상이 요즘 유부남의 세상이다. 한데 <넝쿨당>의 방귀남은 완전하게 다른 세계, 마눌님과 시월드라는 두 세계를 적절하게 조율할 줄 아는 남자였다.

<넝쿨당>의 방귀남은 주부라면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할 법한, 완벽한 남편의 판타지를 드라마 가운데서 구현한다. 시청자는 이를 통해 시월드 속 현실을 <넝쿨당>의 방귀남이라는 캐릭터로 보상 받는 것이다.

현재 주말 안방극장은 <넝쿨당>을 제외하고는 온통 막장 소재로 도배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넝쿨당>도 시월드와 며느리의 이야기를 잘못 그렸더라면 고부간의 피 튀기는 투쟁기가 될 뻔했지만, 작가는 이를 막장이라는 요리법 대신 가족주의라는 기초 아래 요리하기를 바랬고, 이 레시피는 결국 시청자의 성원을 얻는 데에 성공했다. 막장이라는 레시피를 빼더라도 주말드라마가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음을 증명하는 드라마가 바로 <넝쿨당>이다.

넝쿨째 굴러온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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