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이 알고 싶다 ‘7월 4일의 비극’ 7월 4일에 유명을 달리한 최혜란 씨의 영정. 누가 혜란 씨를 죽음으로 내몰았는가.

▲ 그것이 알고 싶다 ‘7월 4일의 비극’ 7월 4일에 유명을 달리한 최혜란 씨의 영정. 누가 혜란 씨를 죽음으로 내몰았는가. ⓒ SBS


경찰 지구대로 한 남자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내가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으니 아내를 살려달라는 남편 정기철의 다급한 전화였다. 아내인 최혜란 씨는 광대뼈가 함몰된 채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었고 다시는 일어서지 못했다. 대체 혜란 씨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그것이 알고 싶다>는 이번 방영분에서 추리의 형식으로 진행했다. 어떤 명제가 주어지고, 그 명제를 증명하기 위해 하나 하나 추적하는 방식과는 달리, 살인사건이 일어난 후 이 사건의 내막을 파헤치는 추리의 형식으로 진행한다. 이야기를 풀어나갈 명제를 시청자에게 밝히지 않은 채, 살인 사건의 범인은 과연 남편이 맞는가를 역추적함으로 말이다.

남편 정기철은 사건이 일어나기 하루 전날 밤 친구들과 기분 좋게 술을 마셨다. 이날의 술자리에는 친구의 아내 한 명과 아내인 혜란 씨가 동석한 술자리였다. 정기철이 술자리에서 일어선 시각은 11시 40분, 혜란 씨가 쓰러진 시각은 12시 8분, 대체 28분 동안 어떤 일이 있었는가를 추적하는 이번 <그것이 알고 싶다> 편은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정기철은 사건이 일어난 밤의 일을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 하지만 이웃 주민의 증언이 이 날의 사건을 밝힐 결정적인 계기가 된다. 정기철의 "빨리 대!"라는 다그침에 대해 혜란 씨가 "없어"라고 답하자 둔탁한 소리가 났다는 이웃의 증언은, 이 사건의 범인이 남편임을 밝히는 결정적인 계기가 된다. 혜란 씨는 맞아죽은 것이다.

정기철에게는 평소 의처증이 있었다. 아내가 눈 앞에 보이지 않으면 불안 증세를 보였다고 주위 사람들은 증언한다. 하루에도 여러 차례 영상통화를 해야만 안심이 되었고 항상 아내 주변을 맴돌았다고 한다. 사건이 일어나기 전날 밤에도 술이 깬 술자리에 아내가 보이지 않자, 어떻게 자신만을 혼자 술자리에 놓아두고 갈 수가 있냐고 아내를 다그치다 일어난 폭행으로 혜란 씨는 그만 유명을 달리 하고 말았다.

<그것이 알고 싶다>는 혜란 씨의 억울한 죽음의 범인이 남편 정기철임을 밝힌 후에야 명제를 끄집어내기 시작했다. 바로 이주여성이 겪는 '가정폭력'이라는 명제가 이날 <그것이 알고 싶다>의 명제였다.

그것이 알고 싶다 ‘7월 4일의 비극’ 7월 4일에 유명을 달리한 최혜란 씨가 차갑게 누워있는 시체안치소. 누가 혜란 씨를 죽음으로 내몰았는가.

▲ 그것이 알고 싶다 ‘7월 4일의 비극’ 7월 4일에 유명을 달리한 최혜란 씨가 차갑게 누워있는 시체안치소. 누가 혜란 씨를 죽음으로 내몰았는가. ⓒ SBS


생각을 해보자. 가령 물건을 하나 사더라도 우리는 이 물건이 얼마나 유용한가를 고민하고 구매한다. 그 물건이 값나가는 가전제품이라던가 자동차, 주택이라면 더더욱 심사숙고할 수밖에 없다. 인터넷으로 구매 후기를 살펴본다던가 인터넷 카페의 반응을 살피는 등, 다방면으로 구매하기 전에 이모저모를 꼼꼼하게 살핀다.

하물며 결혼 배우자를 선택하는 일이라면 심사에 숙고를 더하고 또 더해야만 한다. 그런데 국제결혼의 실상은, 이주여성을 한국인 남성이 선택하는 메커니즘이 물건 고르듯 선택하는 결혼중개업체를 통해 이주여성과의 결혼이 이루어지는 실상을 지적한다. 평생을 같이 할 외국인 아내를 고르는 일을 마치 쇼핑하듯 단 몇 시간 안에 결정하는 과정 가운데에는, 한국인 남자와 외국인 여자의 정서적 소통이 이뤄질 충분한 시간이 주어지지 않는다. 정서 교류가 형성되지 않은 가운데서 이뤄지는 결혼이 원만한 결혼생활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아진다. 

또 다른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단 몇 시간 만에 선택한 외국인 아가씨는 한국에 오는 순간부터, 아니 한국 남자에게 선택된 순간부터 더 이상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견지하기 이전에 '소유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문제 말이다. '내가 내 돈 주고 데여왔으니 내 맘대로 해도 된다'는 한국 남자의 생각은 외국인 아내에 대한 '불평등 구조'를 만듦과 동시에 아내를 하나의 인간 이전에 소유물로 바라보는 '왜곡된 시각'을 초래하고 만다.

한 여성을, 그것도 아내를 물건으로 취급해버리니 결혼 후 2년이 지나도록 '국적 신청'을 해주지 않는 건 이주여성 아내를 믿지 못하는 한국 남성의 입장에선 당연한 처사일지도 모른다. 국적 신청을 해주었다가, 아내의 신분증을 아내에게 주었다가 아내가 도망치기라도 하면 큰 낭패가 되기에 그렇다.

남편이 될 마음가짐을 충분히 갖지 못한 채 결혼하는 한국남성과의 결혼은 이미 그 시작부터 불행의 씨앗을 내포하고 있음을 <그것이 알고 싶다>는 꼬집는다. 준비 안 된 결혼이, 이주여성이 도망이라도 갈까봐 믿지 못하는 불신과 만날 때, 그리고 내가 돈 주고 데려왔으니 내 맘대로 해도 된다는 왜곡된 마인드가 만날 때 이주여성이 당하는 가정폭력은 사그라지지 않을 것임을 <그것이 알고 싶다>는 지적했다.

만일 후안마이가 한국 여자였다면, 갈비뼈가 16대나 부러지는 처참한 폭행 가운데서 죽음을 맞이했겠는가. 우리가 외국에서 차별 당하는 것에는 울분을 토하면서도 정작 우리가 외국인을 차별하는 것에 대해서는 눈을 감는 우리의 이중성은 언제 극복 가능할까를 되묻는 프로그램이었다.

그것이 알고 싶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