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카터: 바숨전쟁의 서막> 중 한 장면

<존 카터: 바숨전쟁의 서막> 중 한 장면 ⓒ 소니픽처스


이 영화를 관람하고 있노라면 불세출의 SF 명작들을 자연스레 떠올릴 수 있다. <아바타> 혹은 <스타워즈> 시리즈와 기시감(旣視感)이 드는 걸 왜일까. 이들 SF 대작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준 작품이 '존 카터' 시리즈이기 때문이다. 에드가 라이스 버로스는 <타잔>으로 세인에게 널리 알려진 작가다. <존 카터: 바순전쟁의 서막>은 에드가 라이스 버로스의 '존 카터' 시리즈 가운데 제1부 '화성의 프린세스'를 바탕으로 영화화했다.

지구인 존 카터(테일러 키치)는 <슈퍼맨>의 클락(크리스토퍼 리브)처럼 자신의 행성이 아닌 다른 행성에서 영웅의 진가를 발휘한다. 자신의 행성, 이를테면 지구 혹은 크립톤 행성에서라면 이들은 평범한 사람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이들이 다른 행성으로 옮겨가면서 이야기는 달라진다.

<슈퍼맨>의 클락이 지구에서 하늘을 날아다니고 괴력을 발휘하는 것처럼 존 카터는 화성에서 초능력을 발휘한다. 화성은 지구보다 중력이 낮은 행성이다. 낮은 중력 덕에 존 카터는 붕붕 날아다닌다. 한 걸음만 발을 떼어도 몇십 미터는 기본으로 옮겨 다닐 수 있다. 다른 행성에서 클락 혹은 존 카터는 비범한 영웅의 재능을 부여받는다. 그리고는 자신의 행성에서는 미처 깨닫지 못했던 영웅의 정체성을 깨닫는다. 

<존 카터: 바순전쟁의 서막>은 결정론과 자유 의지의 충돌이라는 층위를 내포한다. 주인공 존 카터에게 태클 걸기 일쑤인 마타이 샹(마크 스트롱)은 결정론적 세계관에 기인하는 캐릭터다. 마타이 샹은 '라플라스의 악마'의 현현 그 자체다. 운명론에 따라 화성의 역사를 움직이지만 자유 의지가 개입할 여지는 허용하지 않는다. 반면 존 카터는 바숨의 멸망을 원치 않는 자유 의지의 대변자다. 사브 탄을 조종해서 자신이 계획한대로 화성의 역사를 만드는 마타이 샹에게 있어 존 카터는 마타이 샹의 계획을 저지하는 한낱 방해자일 따름이다.  

<존 카터: 바순전쟁의 서막>은 애니메이션의 대가 앤드류 스탠튼이 실사로 도전하는 첫 영화다. 하지만 애니메이션의 대가였던 브래드 버드가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로 장외 홈런을 때린 것과 비교할 때 앤드류 스탠튼이 브래드 버드의 영광을 재현할 가능성은 낮아보인다. 이를 항생제와 바이러스로 비유해보자. 바이러스는 자신을 잡아내는 항생제에 속수무책으로 당하지만은 않는다. 바이러스는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 항생제에 대항하는 내성 능력을 가진다. 그렇게 되면 항생제는 내성을 가진 바이러스는 제거하지 못하고 만다.  

이 영화는 앞에서 비유한 1세대 항생제와 같은 서사를 가진 영화다. 1세대 항생제인 '존 카터' 시리즈를 바탕으로 만든 <스타워즈>나 <아바타> 등의 SF 영화들은 서사적 정교함이나 완성도로 볼 때 2세대 혹은 3세대 항생제와 같은 영화들이다. 한데 1세대 항생제 격의 내러티브를 가진 '화성의 프린세스'를 영화로 만든다면 아무리 애니메이션의 대가인 앤드류 스탠튼이라 할지라도 어찌할 방도가 없어 보인다.

<스타워즈>나 <아바타>를 관객이 접하지 않았다면 모를까. 이 영화들을 미리 접한 관객의 입장에선 <존 카터: 바순전쟁의 서막>의 내러티브를 창의적으로 바라보긴 어려울 듯 싶다. 오리지널 텍스트가 항상 좋은 건 아님을 보여주는 영화가 <존 카터: 바순전쟁의 서막>이다.

디즈니는 화성을 다룬 영화와는 상극이었다. 제작비 회수조차 힘들었다. <존 카터: 바순전쟁의 서막> 역시 마찬가지다. 북미 시장 흥행만으로는 제작비 회수가 무척 어려워보이는 이 영화. 해외 시장에서의 선전에 마지막 기대를 걸어보고 있지만 해외 시장도 요원치 않아 보인다. 전 세계 기준으로 볼 때 제작비를 합산하고 마케팅 비용까지 합친다면 대략 5억 달러가 손익분기점인데 이 목표치를 달성하려면 하늘의 별 따기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저자의 개인블로그(http://blog.daum.net/js7keien)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본인이 작성한 글에 한 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존 카터: 바숨전쟁의 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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