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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3일 아침 KBS 라디오 PD들이 본관 2층 민주광장에서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다. PD들은 대통령 라디오 연설 방송 추진과정에서 제작진 의견이 충분히 수렴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11월 3일 아침 KBS 라디오 PD들이 본관 2층 민주광장에서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다. PD들은 대통령 라디오 연설 방송 추진과정에서 제작진 의견이 충분히 수렴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 오마이뉴스 전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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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얼마 전 한 중소기업 사장님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사연을 듣고 참으로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3일 아침 7시 43분, 이명박 대통령의 라디오 연설이 시작될 시각, KBS 본관 4층 1라디오 주조정실 앞에는 30여 명의 라디오 PD들이 모여 있었다. 대통령 라디오 연설의 정례화(격주) 결정 이후 첫 라디오 연설이었으나 "결정까지의 절차에서 제작진들의 의견수렴이 충분치 않았다"는 PD들의 항의는 계속됐다.

"집 나간 공영방송 개념을 찾습니다"

이들은 방송 자체를 방해하지는 않았으나 '집 나간 공영방송 개념을 찾습니다', '되살아난 관제망령 무너지는 KBS', '수치스런 관제방송 온몸으로 거부한다', 'KBS 라디오는 청와대 입 아니다'라는 피켓을 들고 대통령 연설이 방송된 9분여 동안 피켓시위를 벌였다. 주조정실 앞에는 안전관리팀 직원들이 배치되었으나 몸싸움 등의 불상사는 없었다.

이들은 오전 8시께 본관 2층 민주광장에 다시 모여 피켓시위를 이어갔으며 8시 40분께는 신관 입구로 이동, 그곳에서 "폐지 반대"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던 <시사투나잇> PD 등과 함께 오전 9시 5분까지 시위를 이어갔다.

정일서 PD(노조 중앙위원)는 "PD들의 의견수렴이 충분하지 않다는 항의가 빗발치는 상황에서 사측은 라디오 위원회 개최마저 거부한 채 대통령 라디오 연설 방송을 강행했다"면서 "이 문제를 다루기 위한 라디오위원회 개최를 재차 요구하는 한편 현재 편성 책임자인 라디오 편성제작팀장의 책임 있는 자세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KBS 라디오 PD들이 3일 아침 본관 2층 민주광장에 모여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
 KBS 라디오 PD들이 3일 아침 본관 2층 민주광장에 모여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전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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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들 "라디오 편성 책임자 물러나라"

라디오 PD들도 오늘(3일) 아침 낸 '백천간두의 벼랑에 서서'라는 성명을 통해 "공영방송 KBS 라디오의 위상은 다시 한 번 땅에 떨어졌다"면서 "일방적 연설방송 격주 편성을 즉각 취소하고 약속한 의견수렴 절차를 밟아 모든 것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한편 편성책임자는 책임을 지고 즉각 물러나라"고 요구했다.

한편, KBS는 이날 철저한 출입통제를 단행해 취재기자와 일부 PD의 항의를 받았다. KBS는 사진 촬영을 물론이고 4층 복도로의 접근까지 막아 대통령 연설방송에 반대하는 PD들의 주조정실 앞 시위 보도를 사전에 통제했다.

김동주 홍보팀장은 이에 대해 "KBS 출입 시 카메라 지참은 원래 금지되어 있다"며 "4층 출입을 완전히 통제한 것에 대해서는 (대안을) 연구해 보겠다"고 말했다.

KBS 신관 입구에서 라디오 PD들과 <시사투나잇>PD등이 함께 구호를 외치고 있다.
 KBS 신관 입구에서 라디오 PD들과 <시사투나잇>PD등이 함께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전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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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라디오 PD 성명서]  "백척간두의 벼랑에 서서"
관제사장과 그를 보위하는 무소신 보신주의 간부들의 전횡 속에 오랜 시간 쌓아온 신뢰도 1위, 영향력 1위 KBS의 위상이 끝모르게 추락하고 있다. 다수 구성원들의 의사에 반한 대통령 라디오 주례연설의 일방적 편성강행, 일선제작자들은 철저하게 배제된 채 착착 진행되는 그들만의 밀실개편, 아무도 동의하지 않는 함량미달의 졸속적인 조직개편... 진행 중인 모든 것은 그들만의 잔치일 뿐이다.

이제 우리는 한사코 거꾸로 가는 KBS와 KBS 라디오를 제자리에 돌려놓기 위해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이는 한때는 자랑스러웠던 우리의 일터 KBS 라디오를 지키기 위해 결코 물러설 수 없는 최소한의 몸짓임을 분명히 밝혀둔다.

<우리의 요구>

1. 모두가 반대했던 대통령 연설방송이 오늘 또다시 KBS 전파를 탔다. 애초부터 청와대가 절차를 무시하고 밀어붙였던 바로 그 날짜, 그 형식 그대로 변한 것은 없다. 공영방송 KBS 라디오의 위상은 다시 한 번 땅에 떨어졌다. 일방적 연설방송 격주 편성을 즉각 취소하고 약속한 의견수렴 절차를 밟아 모든 것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라. 그리고 사태를 이 지경에 이르게 만든 편성책임자는 책임을 지고 즉각 물러나라.
 
2. 우리는 경제적 위기라는 탈을 쓰고 정치적 표적사살을 위해 프로그램과 MC, 제작진을 날려버리는 것 이외에는 어떤 이유도 찾아볼 수 없는 비정상적 개편을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 털끝만큼의 논리적 근거나 정당성도 없는 이 광기어린 굿판을 결코 인정할 수 없다. 정상적이고 상식적인 절차는 안중에도 없고, 일선 제작 당사자들의 의견은 철저히 무시된 채 일방적으로 강행되고 있는 난장판 개편을 즉각 중단하고 진정으로 KBS의 미래를 준비하는 개편안을 처음부터 새로 그려라. 만약 시간이 부족하다면 차라리 개편을 연기하라.

3. 우리는 돌아가신 고 정종현 라디오 본부장에 대한 심심한 애도의 뜻을 전한다. 하지만 동시에 미래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신임 라디오 본부장은 그에 합당한 자격을 갖춘 이가 임명되어야 한다. 라디오 PD들의 신망을 받고 의사소통에 충실한 자라야 하며 무소신 보신주의 인사, 비리 연루자, 특정 정치세력에 줄선 자는 결코 우리의 수장 자리에 오를 수 없다.  

2008. 11. 3
라디오 PD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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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KBS, #라디오연설, #이명박,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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