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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세 기준을 6억원에서 9억원으로 크게 완화한 종합부동산세 개편안을 두고 한나라당이 시끌시끌하다. 23일 오전 열린 의원총회에서 의원 대다수가 반대의견을 표시했다. 당 지도부 사이에서조차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당 일각에서는 "당이 정부에 끌려만 다닌다"는 불만을 넘어선 자조까지 터져 나오고 있다.입법을 한다 하더라도 적잖은 난항이 예상된다.

 

반대 의견이 강하게 표출되자 홍준표 원내대표는 향후 의원 전원을 상대로 무기명 여론조사를 실시해 당론을 정하겠다고 밝혔다.

 

"당이 정부에 끌려다니기만 한다"... 여당에 퍼진 '자조'

 

"정책위가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질질 끌려다니기만 한다."

 

지난 22일 종부세 개정안을 놓고 열린 고위 당·정회의에 참석했던 한 당직자의 한탄이다. 한나라당이 국민 반발을 무릎쓰고 잠정 합의 '해준' 종합 부동산세 완화안은 또하나의 '강만수 작품'이라는 게 당내 중론이다.

 

당의 한 관계자는 "당이 강 장관 하나를 이기지 못한다고들 하는데, 실은 BH(청와대)를 못이기는 것이고, 나아가서는 VIP(이명박 대통령)를 못 이기는 것"이라고 불만을 드러냈다. 이번 개편안에 이명박 대통령의 의중이 강하게 실려 있다는 뜻이다.

 

정부가 부동산세제 개편 발표를 한 차례 미룬 배경에도 당·정협의 과정에서 빚어진 의견 대립이 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지난번 감세안에 이어 이번에도 강 장관이 종부세 완화를 강하게 밀어붙였다"며 "당 지도부도 이미 한 배를 탄 이상 (정부안에) 이견을 낼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반대론] "사실상 종부세 껍데기로 만드는 안"... 의총서 의원 대다수가 '반대'

 

종부세 완화를 놓고 당에서 일고 있는 반대론의 밑바닥에는 이런 불쾌감이 짙게 깔려있다. 당·정협의를 통해 사실상 개편안을 확정, 발표한 뒤 여는 의총은 '면피용' 아니냔 지적이다.

 

개혁파 중진인 원희룡 의원은 의총에서 이 문제를 도마에 올렸다. "당이 정부의 메신저냐"라는 문제제기다.

 

의총에 참석한 의원들에 따르면, 원 의원은 "하루 앞서 당·정협의안을 발표해놓고 의총을 한다는 건 의원들에게 정부안을 강요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먼저 당내 의견을 수렴한 뒤에 당·정협의를 열었어야 했다"고 꼬집었다.

 

의총에선 개편안 내용에 대한 반대론도 빗발쳤다. 초선인 김성태·김성식 의원 등이 총대를 맸다.

 

김성태 의원은 이날 의총에서 "지금 이명박 정부가 최우선에 둬야할 정책은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서민 회생 방안"이라며 "지금 1%를 위한 정책(종부세 개정)을 편다면 국민적인 위화감만 조성된다"고 주장했다.

 

또한 김 의원은 "오늘 의총을 통해 종부세 개편안에 대해 심사숙고해서 시기와 방법을 다시 검토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경제통'인 김성식 의원도 "이번 개편안은 사실상 종부세를 '껍데기'로 만드는 안"이라며 "2주택 이상 보유자에게 큰 혜택이 돌아가고 세율도 지나치게 많이 깎았다"고 비판했다.

 

또 김 의원은 "더욱이 이런 안을 국정의 우선순위에 둬선 안된다"며 "개정하더라도 65세 이상 장기 주택 보유자에 한해 경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주영·유기준·이명규·유일호·박준선 의원도 "시기가 부적절하다" 등의 이유를 들어 반대 의견을 폈다.

 

[찬성론] "잘못된 과세 바로잡자는 것"... "이번 기회에 '세금폭탄' 없애야"

 

반면, 고흥길·이종구·나성린 의원 등은 정부의 개편안에 손을 들어줬다.

 

고 의원은 "종부세는 '사회정의' 확립 차원에서 손질을 해야 한다"며 "이미 대선·총선 과정에서 대다수의 의원들이 공약으로 국민들에게 약속한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고 의원은 "과세 기준을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완화해야 한다는 데 대해서도 이미 당내에서 인식을 같이 하고 있는 것 아니냐"며 "'세금폭탄'의 대표적인 세제인 종부세는 이번 기회에 손을 대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종구 의원도 "세금이 특정 계층에 유·불리하다는 것을 도식적으로 판단할 수 없다. 공평 과세해야 한다"는 논리를 펴며 정부 개편안에 찬성했다.

 

지도부도 의견 충돌... 박희태 대표 '정부안 찬성'

 

당 지도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렸다. 이날 의총에서 박희태 대표, 임태희 정책위의장은 정부안에 노골적으로 힘을 실었다.

 

박 대표는 모두발언을 통해 "정부에서 세금을 내리겠다는데 국회에서 올리겠다고 주장한 예는 들어보지 못했다. 더구나 종부세는 정상적인 세제가 아니지 않느냐"며 의원들에게 사실상 개편에 찬성할 것을 압박했다.

 

박 대표는 '부자를 위한 감세'라는 비판도 반박했다. 박 대표는 "앞으로 없는 사람을 위한 획기적인 복지 제도를 내놓으면 된다"며 "'있는 자에게는 감세를, 없는 자에게는 복지를' 이란 큰 정책 목표 아래서 국회를 운영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임태희 정책위의장도 "납세자가 분노하는 세금은 운용해선 안된다"며 "종부세를 정상적인 재산세제로 고쳐나가는 중간단계의 개편방안으로 이해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임 의장은 "종부세는 도입부터 강남 등 특정 지역·계층을 겨냥한 세제였으니 손을 보면 그 내용대로 ('부자 위한 감세'라고) 비판 받을 수밖에 없다"며 국민 반발을 감수하고서라도 개편해야 한다는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허태열·박순자 최고 "과연 국민들이 동의하겠나"... 난색

 

반면, 허태열·박순자 최고위원은 '시기상조'란 견해다. 허 최고위원은 이날 의총장을 나오면서 기자들과 만나 "헌법 재판소의 위헌 결정 여부를 본 뒤에 재론해야 한다"며 "지금 개편을 하면 과연 국민적인 공감대를 얻을 수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또 허 최고위원은 당·정협의 뒤 의총을 한 데 대해서도 "절차적인 문제가 있다"며 "만약 (당에서 반대해) 정부안대로 되지 않는다면 괜히 긁어 부스럼이 되고 당은 당대로 상처를 받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순자 최고위원도 "이번 개편안의 혜택이 과연 몇 퍼센트의 국민에게 돌아가겠느냐"며 "좀더 시간을 갖고 단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2시간 30분을 넘긴 격론 끝에 홍준표 원내대표는 면밀한 재논의를 결정했다.

 

홍 원내대표는 "개편안에 대해 의원 개개인의 의견을 확인하지 않으면 문제가 될 것"이라며 "다음달 2일로 예정된 국무회의 의결 전에 의원 전원을 상대로 무기명 여론조사를 실시해 이를 토대로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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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종합부동산세, #한나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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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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