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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예산결산특별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한구 한나라당 의원(대구 수성갑·3선)이 이명박 대통령을 향해 "개별 (경제) 사안에 대해 자꾸 말씀하시는 건 좋지 않다"며 발언을 신중히 해줄 것을 당부했다.

 

이 대통령이 20일 HSBC와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협상 결렬과 관련해 "정부가 신속한 결정을 하지 못해 실기한 측면이 있다"라고 말한 데 대해서다.

 

이 대통령의 발언은 곧장 파장을 일으켰다. 론스타가 우리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할 빌미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시민단체들도 대통령의 발언이 신중하지 못했다며 비판 성명을 내고 있는 상황이다.

 

"바겐세일이라도 해서 팔아야 한다는 건가"

 

이에 대해 이 의원은 22일 오전 <오마이뉴스>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바겐세일'이라도 해서 빨리 팔아야 한다는 뜻으로 들릴 수도 있지 않느냐"며 "특히나 (시장 반응이) 민감한 전문분야의 경우엔 그런 얘기를 하지 않는 게 상책"이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또 "한국은 금융감독 체계가 다 갖춰져 위기 때는 우리의 보수적인 감독체계가 피해를 적게 하는 면도 있다"(지난 19일)는 대통령의 언급에도 고개를 갸우뚱 했다. 금융규제 완화를 놓고 당과 반대의 견해를 내비친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듣기에 따라서는 (결국은) 우리나라가 금융규제를 많이 하는 나라라는 것 아니냐"며 "만일 (진의가) 그렇다면 민주당과 똑같은 의견"이라고 꼬집었다.

 

이 의원은 이명박 정부 들어 고환율 정책, 상속·증여세 완화 등 '강만수 경제팀'의 경제 운용에 대해 서슴없는 비판을 해 언론의 주목을 받아왔다. 여당 중진의원으로서는 드문 경우다. 이런 탓에 그에게는 '쓴소리 의원'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이 의원은 이날 인터뷰에서 정부가 추진중인 종합부동산세 완화에 대해서도 견해를 밝혔다. 정부와 여당은 이날 종부세의 과세 기준을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완화하기로 잠정 합의했다.

 

그는 개인적인 생각임을 전제로 "종부세는 없어져야 하는 세금이지만, 이미 도입돼 시행되고 있는 제도이므로 바꿀 때도 신중을 기해야 한다"며 '신중론'을 폈다. 이어 "(폐지하더라도) 단계적으로 하는 것이 안전하다"며 "다만, 소득이 거의 없는 고령자들과 비수도권의 경우에는 예외로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산업은행의 리먼 인수 검토 옳지 않아"

 

미국발 금융위기로 논란이 됐던 산업은행(KDB)의 리먼브라더스 인수 검토와 관련해선 "(내가 행장이었다면) 옳지 않다고 생각했을 것"이라며 "(민영화를 앞뒀기 때문에) KDB는 몸집을 불리면 안되는 상황이었다"고 지적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추가경정예산안 처리 과정도 "예산 나눠먹기 선례를 남겼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한나라당은 지난 12일 새벽 예결특위에서 민주당 의원들이 퇴장한 상태에서 추경안을 처리했다가 뒤늦게 예결위원의 사임 등 절차가 완결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나 물의를 빚었다. 이후 한나라당, 민주당, 선진과창조의모임 원내대표들은 다시 회담을 열어 추경안을 재논의했다. 당초 예결특위 계수조정소위를 통과한 4조 2677억원 규모보다 3008억원을 증액시킨 내용이었다.

 

이와 관련해 이 의원은 "예결특위에서의 결정을 존중해 줘야 하는데 각 당 원내대표들끼리 앉아서 (추경안을) 나눠먹기 하는 건 말이 안된다"며 "아주 나쁜 선례를 남겼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민주당이 너무 강하게 나오니 (우리 당도) 그렇게 타협 했겠지만 잘못한 일"이라며 "소관 상임위의 검토 절차를 무시했다"고 거듭 비판했다.

 

정부의 추경 편성 방침 자체를 반대해온 이 의원은 "아직도 정부가 추경을 제출한 것은 잘못됐다고 생각하며, 내가 당직을 맡았으면 반대했을 것"이라면서도 "일단 당에서 결정했고, 국회로 추경안이 넘어온 상태라 처리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국회 상임위나 특위 위원을 교체하는 절차인 사·보임 승인 과정에서 빚어진 원내지도부의 실책과 관련해선 "사·보임이 있으면 원내대표가 미리 (소관 상임위) 위원장한테 알려야 하지만, 사전에 언질을 받지 못했다"며 홍준표 원내대표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

 

예결특위의 운영과 관련해서는 "전문가 집단인 재정학회에 예산심의 자료 분석을 의뢰해 그 결과를 국민들에게 공개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다음은 이 의원과의 일문일답.

 

"정부가 추경 제출한 것은 아직도 잘못됐다고 생각"

 

- 진통 끝에 추경안이 통과됐다. 소관 특별위 위원장인데 소회를 밝혀달라.

"일단 기분 나쁘다. 나는 아직도 정부가 추경을 제출한 것은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요건도 내가 판단컨대 맞지 않다. 내가 당직을 맡았으면 반대했을 것이다. 하지만 일단 당에서도 (처리하기로) 결정했고 국회로 추경안이 넘어온 상태라 처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민주당이 거꾸로 (추경안 처리 과정의 책임을 우리에게) 덮어씌우는 건 유쾌하지 않다. 그간 (야당 때) 예결특위 위원을 하면서 설움을 많이 받아서 이번에는 심의 과정에서 야당 의견을 최대한도로 반영하려고 노력했다."

 

- 사·보임 처리 과정에서 웃지못할 실수가 빚어졌다. 원내대표나 원내지도부로부터 사전에 사·보임이 있을 거란 연락은 받았었나?

"언질 없었다. 사·보임이 있으면 원내대표가 미리 (소관 상임위) 위원장한테 알려야한다. 또 사·보임 승인 절차가 끝나기 전에는 해당 의원을 자리에 앉히면 안된다. 거기서 결정적인 실수를 한 거다. 실무자들 실수였겠지만, 최소한 제대로 준비는 갖춰놓고 양해를 구해도 구해야 하는 것 아닌가? (의원이 지도부) 졸병도 아니고 아무렇게나 넣었다 빼서는 안되지 않나."

 

- 추경안 처리한 것은 어떻게 보나?

"민주당도 큰소리 칠 형편이 못된다. 무책임하기 짝이 없었다. 예결특위에서 결정했으면 그 결정을 존중해 줘야지 원내대표들끼리 앉아서 (추경안을) 나눠먹기 하는 건 말이 안된다. 아주 나쁜 선례를 남겼다. 민주당이 너무 강하게 나오니 그렇게 타협 했겠지만 잘못한 일이다. 모든 사업은 다 소관 상임위에서 면밀하게 검토해야 한다. 이번에는 그 절차를 무시한 것이다."

 

- 미국발 금융위기는 주택담보 대출 부실이 금융기관 부실로 이어진 데서 빚어졌다. 한국판 부동산발 금융위기 가능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는데.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좌우되겠지만 현재로서는 그런 우려는 없다. 미국은 주택 가격 100%까지를 빌려줬지만 우리는 그렇지 않다. 현 단계에서는 그것(주택담보 대출) 때문에 걱정할 일은 없다고 본다. 금리가 어느 정도 올라가느냐가 중요한데, 인플레이션만 잡으면 제어할 수 있다. 또 금융기관이 그간 벌어놓은 돈이 많으니 견딜 여력이 된다. 미국에 비해서 금융기관들이 파생상품을 많이 안 만든 것도 다행스런 일이다."

 

"그렇다면 민주당과 똑같은 의견이네~"

 

- 정부의 경제정책 결정 과정에서의 신뢰성 문제가 많이 지적되는데 어떻게 보나?

"대운하니 747이니 이런 정책 때문에 (정부가) 좀 스타일 구긴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런 정책들은 문제가 발생하거나 해결할 때 시간이 걸리는 문제이니 다소 여유를 가질 수가 있다. 그러나 금융시장은 신뢰를 잃으면 큰일이다. 정부 정책의 종합성이나 기민성이 (시장에) 불안정하다는 느낌을 주는 것 같다. 업계에서 그런 얘기가 나온다. 정부가 이런 소리는 신경을 써야 한다."

 

- 그동안 정부나 금융권에선 금융선진화, 동북아금융중심지 등을 추구하면서 각종 금융규제완화를 통한 대형 미국식 투자은행을 하나의 모델로 삼아왔다. 야당이나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같은 금융규제 완화 등에 대한 재검토 목소리도 있는데.

"(미국식 금융선진화 모델을 재고해야 한다는) 김효석 민주당 의원의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김 의원은 10년 전 김대중 정권 때는 반대의 얘기를 했다. 금융 시스템을 자유화하고 규제를 완화해서 문제가 벌어졌다고 주장하는 건 맞지 않다. 미국과 한국의 금융규제 수준은 천양지차다. 금융산업 규제는 계속 풀어야 한다. 다만 리스크 매니지먼트(위기관리)는 해야한다."

 

- 당·정이 종합부동산세 부과기준을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완화하기로 잠정합의했다고 한다. 어떻게 보나?

"이건 개인적인 생각이다. 종부세는 없어져야 하는 세금이다. 그러나 어쨌든 도입이 됐고 시행된 지도 이미 몇 년 됐다. 그렇다면 이를 바꿀 때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 (폐지하더라도) 단계적으로 하는 것이 안전하다. 다만, 급한 것은 소득이 거의 없는 고령자들과 비수도권의 경우에는 예외로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 지난 '9·19 부동산 대책'이 시장을 더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는데.

"그러니까 정부가 어떤 대책을 내놓을 때 타이밍을 맞춰가면서 해야한다. 원래 당의 공약은 (주택개발을 할 때) 친환경적으로 개발하자는 것이었다. 그래야 그린벨트나 농지나 전용을 해도 국민들이 동의하지 않겠나."

 

- 경제 상황과 관련한 이명박 대통령의 부적절한 언급이 도마에 올랐다. 20일 경제상황 점검회의에서는 "국회에 제출된 금산분리 완화 법안 등 규제개혁 법안들이 신속히 처리되도록 당정간 협력하라"고 했지만, 하루 전에는 "한국은 금융감독 체계가 다 갖춰져 위기 때는 우리의 보수적인 감독체계가 피해를 적게 하는 면도 있다"고 말했는데.

"그 얘기가 듣기에 따라서는 (결국은) 우리나라는 금융규제 많이 하는 나라라는 것 아니냐. 만일에 (진의가) 그렇다면 민주당과 똑같은 의견이네.(웃음)"

 

- 이 대통령은 HSBC와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협상 결렬과 관련해서도 정부가 신속한 결정을 하지 못해서 실기한 측면이 있다고도 했다. 어떻게 생각하나?

"그것도 (보도가) 얼마나 정확한지를 모르니까…. 하지만, 아무튼 개별 사안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자꾸 말씀하시면 안좋다. 더구나 (시장 반응이) 민감한 전문분야의 경우엔 더 그렇다. 이번 발언도 바겐세일이라도 해서 빨리 팔아야 한다는 식으로 들릴 수도 있지 않나. 굉장히 미묘하다. 그런 얘기는 안하시는 게 상책이다."

 

- 외환은행 인수 협상 결렬과 관련해 의원의 생각은 뭔가?

"대통령이 이런 사안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 게 좋다는 말은 저 같은 사람도 입 다무는 게 좋다는 소리다(웃음). 이런 문제는 대상자나 시기, 조건도 잘 골라야 하고 교섭하는 방법에 따라서도 차이가 많이 난다. 전문가들의 몫이다. 옆에서 자꾸 뭐라고 하면 망치는 것이지 도와주는 게 아니다."

 

"리먼 인수, 검토했다고 해서 위상 올라간다고?"

 

- 논란이 됐던 산업은행(KDB)의 리먼브라더스 인수 검토와 관련해 야당에선 '청와대 개입'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홍준표 원내대표도 당 정책위에 문제가 있는지 면밀히 살피라고 지시했는데.

"청와대가 만일에 (인수를) 허락을 했다면 끝까지 밀어붙이지 왜 중간에 하지 않았겠나. 민유성씨가 행장이 아니었으면 아마 이 건은 문제가 안됐을 것이다. 어차피 KDB로서는 IB로 가려던 차에 물건이 나와서 한번 (검토해) 본 것 아니냐. 그러나 하필 그 사람이 (리먼과) 특수 관계이니 오해를 받은 거다. 조심했어야 했다."

 

- 박병원 청와대 경제 수석은 '오히려 세계 금융시장에 KDB의 위상을 높인 계기가 됐다고 볼 수도 있다'고 했다. 이런 시각을 어떻게 보나?

"(인수를) 검토했다고 해서 위상이 올라간다면 대단한 일이네(웃음). 그런데 나는 그렇게 볼 수 있는지 모르겠다."

 

- 만약 이 의원이 KDB 행장이었다면 인수를 검토했겠나?

"나는 (인수 검토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IB로 가는 길목이니 절대 몸집을 불리면 안되는 것이다. 그러면 팔 수가 없지 않나. 민영화를 하지 못한다. 덩치 큰 놈을 누가 사겠나. 더구나 국내인이 대주주가 돼야하지 않았나."

 

- 통화옵션 상품 키코(KIKO) 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하나?

"원칙은 (사인 간의 거래이니 정부가 관여하지 못한다는) 박병원 경제수석의 발언이 맞다. 물론 은행들이 잘못한 측면도 있다. 하지만 그 정도는 알아서 (중소기업들이 결정) 했어야 한다. 그러나 만약 (은행들이 가입을) 꼬드겼다거나 했다면 법적인 다툼이 있지 않겠나?"

 

- 민주당에서는 이 문제를 부각시킬 가능성이 있는데.

"아마 못할 것이다. 참여정부 시절에 해놓고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나?"

 

"보수정권 탄생 위해 10년 고생했는데... "

 

- 이 의원은 정부의 경제 실책을 어떤 의원보다도 강도 높게 비판해왔다. 여당 중진으로서 쉽지 않은 일 아닌가?

"그래서 나 더러 입 다물고 있으면 좋겠다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나는 이 보수정권을 탄생시키기 위해 10년간 고생한 사람이다. 개인적인 희생도 많이 치렀다. 그런데 만약 이 정권이 잘못되면 또 좌파세상이 될텐데, 그걸 어떻게 보나. 그러니 좀 잘 하라는 뜻이다. 나도 선거 때 지지를 호소하면서 이렇게 하겠으니 도와달라고 했는데 엉뚱한 길로 가면 내가 사기꾼 되는 것 아니냐."

 

- 당 지도부나 청와대로부터 그만 비판하라는 연락을 받지는 않았나?

"연락 와봤자 나한테는 안통한다(웃음). (당이나 청와대에서) 별 소리 다 나오죠. (내 항변은) 내 말 중에 틀린 게 있으면 얘기하라 이거다."

 

- 예결특위 위원장을 맡고 있다. 예결특위 위원들의 '지역구 챙기기 예산' 나눠먹기는 시민단체에서 비판하는 관행이다. 어떻게 위원회를 운영할 건가?

"국가재정법의 취지에 맞게 운영할 계획이다. 활동 내용도 공개하겠다. 전문가 집단인 재정학회에 예산심의 자료 분석을 의뢰해서 그 결과를 공개하고 국민들의 판정을 받겠다. 결산 심사도 강화할 계획이다. 그간엔 결산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었다. 그러니 반성이 안된다. 내년 1월에는 예산심의·결산 제도 개선과 관련한 공청회를 열어 제도 개선 준칙도 만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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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이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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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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