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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TX 승무원 투쟁 승리를 위한 300일 촛불 문화제가 열리고 있다.
ⓒ 박철홍
"처음 시작할 때, 우리가 300일을 싸워야 한다고 예견이라도 했었다면 우린 아마 못한다고 고개를 저었겠지요. 다행히도 시간은 그 속도를 느낄 수 없게끔 빨리 흘러주었습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아마 나는 같은 선택을 하게 될 것입니다. 후회하지 않았습니다. 제 심장이 그리 하라 시킨 일입니다. 몇 번의 기회가 주어진다 해도 내게 있어 선택은 하나입니다."

@BRI@KTX승무지부의 한 조합원이 300일 촛불문화제에서 희망 글로 남긴 메모이다. 전국철도노조 KTX승무지부는 22일 오후 6시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KTX 승무원 투쟁 승리를 위한 300일 촛불 문화제'를 열었다.

25일은 KTX 승무원들이 철도공사에 직접고용을 요구하면서 투쟁해온 지 300일 되는 날이다. 노동계, 학계, 시민단체, 문화예술계, 법계 등 각계각층 2828명도 지난 19일 서울역 광장에서 연대 선언식을 통해 KTX 승무원 문제의 연내해결을 촉구했다.

여론조사 기관인 리얼미터(대표 이택수)의 지난달 6일 여론조사 결과 발표에서도 응답자 62.5%가 여승무원들을 정규직으로 고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철도공사는 12월호 KTX매거진을 통해 "이미 성차별이 철폐되고 정규직으로 전환되었으므로 KTX 승무원들의 문제는 더 이상 여성 차별의 문제도, 비정규직의 문제도 아니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에 대해 KTX승무원들은 촛불문화제에서 "국민의 다수는 철도공사의 주장이 틀렸으며, KTX 승무원의 주장이 옳다고 생각한다"며 "오로지 정부만 입을 닫고 있고, 철도공사는 모르쇠와 호도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승객들의 안전을 위해 동분서주하다가 하루아침에 일터를 잃고 거리에서 외침을 한 지 어느덧 300일을 맞이하는 승무원들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운운하는 철도공사가 내몬 사회적 약자"라고 호소한 뒤, 승무원 직접고용 쟁취를 위한 촛불을 밝혔다.

▲ 승무원 직접고용 쟁취를 위한 촛불이 타오르고 있다.
ⓒ 박철홍
촛불문화제 시작에 앞서 승무원들은 이철 한국철도공사 사장 퇴진서명운동을 전개했다. 퇴근길 직장인들을 비롯해 일부 시민들과 중고등학생들도 서명운동에 적극 동참했으며 승무원들의 투쟁내용이 담긴 다양한 피켓들과 전단지 등을 관심 있게 보았다.

정미정 부산KTX열차승무지부 조합원은 철도노조 이철의 미조직비정규직특별위원회 대표에게 전하는 편지를 낭독했다.

정 조합원은 "이철의 대표는 철도공사 서울지역본부 건물 점거당시 수배로 자유롭지 못한 상황에서도 승무원들이 걱정되어 위험을 무릅쓰고 승무원들을 찾아왔다"며 "그러다가 연행되어 법정에서 이 대표는 '마지막으로 할 말 없냐'는 판사의 질문에 대해 'KTX승무원의 투쟁은 정당하고, 끝까지 KTX승무원과 함께 할 것'이라는 소신을 밝혔다"고 말했다.

또 정 조합원은 "그런 대표의 모습은 우리에게 잊을 수 없는 감동과 믿음을 전해주었다"면서 "승무원들의 투쟁이 아직은 끝이 보이지 않아 어두운 터널을 지나가는 것 같지만 신념을 지키며 사는 이 대표를 만나면서 어떠한 삶이 바르고 옳은 것인가라는 가르침과 희생의 진정한 의미를 배웠다"고 덧붙였다.

▲ 시민들이 승무원들의 투쟁내용이 담긴 피켓들을 둘러보고 있다.
ⓒ 박철홍
편지를 낭독하는 동안 일부 승무원들은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김영훈 전국철도노조 위원장은 격려사에서 "노동계를 비롯해 여성계 등 각 단체에서 승무원들을 지지하고 있다, 철도노조는 승무원들과 함께 싸워왔지만 여전히 KTX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며 "지금이라도 철도공사는 결자해지의 마음으로 KTX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승무원들은 동짓날 쌀쌀한 날씨와 차가운 바닥에서도 300여일 동안 투쟁의 고단함을 잊은 채 활짝 웃으며, 풍물패 '삶터'와 꽃다지 등의 다양한 문화 공연에서 함께 어깨를 들썩이며 노래를 따라 불렀다.

이화여대 4학년 우정인씨는 랩퍼로 등장해 '손끝의 진실'이라는 노래를 불렀다. 다음은 우씨가 부른 랩 가사이다.

"막상 한 해를 기다려도 이 자리는 항상 해결되지 않는 문제로 넓은 광화문 대로를 지나는 이들에게로 진실을 새로 밝히고자 하는 고함의 통로. 공기업의 거짓에 대한 토로. 이는 그녀들만이 아닌 우리 문제로 남아있네. 여성노동의 현실로 나는 졸업을 앞둔 여자 대학생. 내 친구들은 대부분 취업 준비생. 일자리를 얻기는 하늘의 별따기. 게다가 돌아오는 것은 취업사기? '직접고용에 정규직 채용' 철도공사가 던진 약속의 달콤한 내용. 그러나 내 또래 내 언니들에게 현실의 결과라는 건 불법파견."

▲ 풍물패 ‘삶터’ 등을 비롯해 다양한 문화 공연이 열리고 있다.
ⓒ 박철홍
우씨는 승무원들과 함께 진실을 위한 손을 높이 들며, 여성노동자들에 대한 성차별을 반대한다고 목청 높여 노래를 부르며 승무원들을 격려했다.

승무원들은 참가자들 모두에게 준비한 200여개의 포인세티아 꽃을 나눠주는 상징의식을 펼쳤다.

이 자리에서 오미선 KTX 승무지부 교선부장은 "포인세티아라는 꽃말에는 '나의 마음은 타고 있다'는 열정의 의미가 담겨 있다"며 "승무원 각자의 열정이 파업투쟁 300여일에 가까워오면서 열정이 쌓여 희망이 되었고, 희망이 계속 쌓이다 보면 언젠가 승리로 이어질 것이라고 확신 한다"고 말했다.

촛불문화제 참가자들은 새해에는 거리에서가 아니라 KTX에서 승무원들을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바위처럼'을 함께 부르며 문화제를 마무리했다.

▲ 승무원들이 포인세티아 꽃을 나눠주는 상징의식을 펼치고 있다.
ⓒ 박철홍

덧붙이는 글 | 박철홍 기자는 현재 코리아월드뉴스 편집국장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이 기사는 코리아월드뉴스(www.coreaworld.net)에도 게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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