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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철도공사(사장 이철)는 299일째 장기 파업투쟁을 벌이고 있는 여승무원들을 직접고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KTX 승무원 직접고용을 촉구하는 교수모임(이하 교수모임)은 21일 오전 10시 서울시 정동에 있는 배재대 학술지원센터 1층 세미나실에서 KTX 승무원 문제의 근본적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 박철홍
교수모임은 "최근 기획예산처의 철도공사에 대한 경영평가 보고서를 확보해 분석한 결과, 지금까지 철도공사가 주장해 온 승무원 직접고용 절대불가 방침이 실질적인 주무 부처의 정책 방향과도 다르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승무원 직접고용 여부 결정이 철도공사 사장 및 경영진의 권한을 넘어선 문제라는 철도공사의 주장이 아무런 근거가 없음을 확인하게 됐다"고 밝혔다.

"직접고용 불가는 예산문제 때문?"

기획예산처의 2005년도 정부투자기관 사장경영계약 이행실적 평가에 의하면 철도공사는 2005년도 예산 중 사용하지 않은 불용액이 74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철 철도공사 사장은 '예산 운용' 부분에서 거의 최하위 평가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철도공사는 KTX 매거진 12월호를 통해 "일부에서는 외주 시 1인당 총비용과 직접고용 시의 1인당 임금만을 비교해 직접고용이 더 이득이라고 오해하고 있다"며 "직접고용을 하더라도 임금에 4대 보험 등 간접비, 일반관리비를 더하면 외주 시의 1인당 총비용보다 훨씬 많은 비용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BRI@이에 대해 조은 교수는 "기획예산처가 정부투자기관과 협의를 하는 부분은 경상비성 경비에 한, 만약 예산 사용에 있어서 항목별 이동이 필요하다면 기존의 예산에서 전용이 가능하다"며 "철도공사가 KTX 승무원들을 직접고용 비정규직으로 한다면 오히려 외주위탁을 하는 것보다 더 적은 비용이 들어간다"고 주장했다.

또 조 교수는 "기획예산처와 건설교통부 등 정부부처에서 철도공사에 요구하는 것은 인력 운용의 효율성이나 경영의 효율성이지 KTX 승무원 인력을 외주화라는 것은 아니다"면서 "철도공사가 무분별하게 승무원 업무를 외주화하려는 것은 정부와 국민을 상대로 떼를 쓰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나윤경 연세대학교 문화학과 교수는 "철도공사 경영진이 직접고용 정규직 절대 불가라는 이유를 가장 많이 내세운 이유 가운데 하나는 정원이 없다는 것인데, 2004년과 2005년에 이어 올해 초까지 철도공사의 현원은 항상 400~500여명 정도 정원에 못미치는 수준이었다"며 "직급별 정원을 보면 승무원이 정규직화 되었을 때 해당되는 6급의 경우, 현원은 정원에 비해 1,000명 정도 더 적다"고 지적했다.

또 나 교수는 "정원 문제로 직접고용을 할 수 없다는 철도공사의 주장은 철도공사가 스스로 풀어야 할 문제를 정부 다른 부처의 책임으로 돌림으로써 책임을 면하고자 하는 행위"라며 이해할 수 없다고 고개를 저었다.

"철도공사가 KTX 문제 해결의 주체"

최근 비정규직 보호법이 국회를 통과한 가운데 우리은행(행장 황영기)은 전체 인원의 28%에 달하는 3100명 비정규직 직원을 정규직화하겠다고 20일 밝혔다. 우리은행은 대규모 사업장으로는 처음으로 비정규직 전환을 단행함으로써 비정규직 보호에 솔선수범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이에 교수모임은 "우리은행 사례와 기획예산처의 지적에서 보듯이 철도공사는 공기업으로 노사관계에 있어 민간부분에 앞서 선도적 모범을 보여야 할 것"이라며 "철도공사 경영진이 의지와 능력만 있다면 전체 철도공사 인력의 1.3%에도 못미치는 승무원을 정규직화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교수모임은 "승무 인력 외주화와 관련된 모든 영역에 있어서 철도공사의 경영상 문제를 파악하기 위한 진상조사단을 구성해 내년 초부터 조사연구작업을 수행할 예정"이라며 "이를 위해 일차적으로 필요한 관련 자료에 대한 정보공개 청구를 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또 교수모임은 철도공사의 승무원에 대한 취업사기로 시작된 'KTX 승무원 문제'는 철도공사가 결자해지의 차원에서 올 한해가 지나기 전에 전향적인 결정을 내리기를 촉구했다.

조중래 명지대학교 교통공학과 교수는 "철도공사 사장이 예산운용에 대해 D0라는 경영평가를 받았다는 것을 듣고서 매우 놀랐는데, 이는 철도공사의 예산운용이 어느 정도 방만한가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돈과 예산, TO가 없어 승무원들을 직접고용을 할 수 없다는 철도공사의 말이 얼마나 허구적인가는 D0평가에 모두 담겨있다"고 비판했다.

또 조 교수는 기획예산처의 KTX승무업무 개선 지적에 이어 국가인권위원위원회가 승무원들을 직접 고용하라는 권고를 했는데도 철도공사는 이를 무시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조순경 이화여대 여성학과 교수는 "이철 사장은 지난 달 1일 국정감사에서 KTX 승무원 문제는 비용의 문제도, 경영 효율성의 문제도, 경영 합리화의 문제가 아닌 원칙의 문제'라고 증언했다"며 "하지만 이철 사장은 원칙의 문제에 대해서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기획예산처는 공기업 경영평가 때 비용절감을 위해 주변 및 단순업무 외주화를 권하고 있는데, 비용절감 효과가 있다고 해서 외주화를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KTX 사례에서 보듯이 KTX 승무원들은 정규직인 열차팀장보다 훨씬 더 핵심적 업무를 맡고 있고, 팀장과 팀웍으로 운용되기에 승무업무가 외주화해서는 안된다"고 비판했다.

한편, 14개 정부투자기관 경영실적 평가에서 한국토지공사가 1위, 한국철도공사는 최하위에 머물렀다. 이철 철도공사 사장은 성과급을 전혀 받지 못하는 수모를 당했다.

기획예산처는 교수, 회계사, 연구원 등 관계전문가 49명으로 경영평가단(단장 장지인 중앙대 교수)을 구성해 3월부터 6월 중순까지 14개 정부투자기관을 대상으로 경영목표 달성도, 경영효율성, 공익성 등 경영 전반에 대한 평가를 실시했다고 지난 6월 19일 발표했다.

또 기획예산처의 경영평가보고서에는 "KTX 여승무원의 경우 한국철도유통에 소속되어 있으며, 위탁계약의 형태로 철도공사에서 근무했으나 KTX 여승무원의 근무내용을 보면 위탁계약이라기보다는 실제로는 파견근로에 가까운 측면이 있지만 서비스업의 경우는 파견근로 대상이 아니다"고 지적하면서 "공기업은 노사관계에서도 민간기업과는 달리 솔선수범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할 것이고, 향후 이에 대한 적절한 관리 혹은 조치가 이루어지길 기대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덧붙이는 글 | 박철홍 기자는 현재 코리아월드뉴스 편집국장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이 기사는 코리아월드뉴스(www.coreaworld.net)에도 게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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