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영화로는 이례적으로 4만관객을 돌파한 <후회하지 않아>. 독립영화는 정말 관객과 친해졌을까?
ⓒ 청년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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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개봉한 독립영화 중 최고의 흥행작, 호스트바 '선수'와 부잣집 아들의 퀴어 멜로영화, 전국 관객 4만 육박. 이쯤 되면 떠오르는 영화 한 편이 있다. 이송희일 감독의 <후회하지 않아>(제작 청년필름)가 그것.

지난 11월 16일 개봉해 전국 7개 극장에서 상영 중인 이 영화는 4만 명에 육박하는 관객들이 찾아 독립영화계의 <왕의 남자>라고 일컬어지기도 했다. 이 기록은 지난 9월 이창재 감독의 <사이에서>를 훌쩍 뛰어넘는 신기록이기도 하다. 이런 일련의 성공 탓인지 '독립영화 환경이 많이 좋아졌다'는 인식도 늘어났다.

그러나 안정된 유통망을 확보하지 못한 독립영화계의 고민은 여전하다. 소위 '성공했다'는 독립영화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독립영화들은 배급망이 제대로 형성되지 못한 탓에 보고 싶은 관객이 있어도 극장이 없어 상영하지 못하는 형편이다.

끝나지 않은 독립영화계의 '고민'

 독립영화는 제작된 후 배급의 고통을 거쳐야 한다. 영화제에 상영되거나 개인적인 유통망을 거치는게 일반적이고 대형영화관에서 상영되는 작품은 일부에 불과하다.
ⓒ 이지영/서울독립영화제2006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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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고민을 반영하듯 서울독립영화제가 열리고 있는 서울 용산 CGV에서는 지난 11일과 12일, 독립영화의 배급 문제를 주제로 세미나가 열리기도 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원승환 한국독립영화협회 사무국장은 "대부분의 독립영화들은 아직도 영화제를 통한 상영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영화제에서 상영기회 얻지 못한 영화는 개인적으로 진행되는 시사회를 제외하고는 전혀 상영될 기회 얻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배급구조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독립영화 전용관의 필요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독립영화 전용관에 대한 문제는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하지만 지원기관인 영화진흥위원회와 사업제안단위인 한국독립영화협회간의 예산에 대한 이견과 적절한 전용관 운영 공간이 확보되지 않아 설립이 연기된 상태다.

전용관의 설립과 효율적인 운영 외에도 기존에 독립영화 진영에 있는 개인이 네트워크화 되는 현상에 주목한 '두레 배급'도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흩어져 있는 개별 작품 하나하나를 배급하는 것이 아니라 독립영화 진영에 있는 전체 네트워크를 이용해 지속가능한 배급의 흐름을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여기에 대해서는 이견도 있다. 김일권 독립영화 프로듀서는 "대안적 네트워크도 중요하지만 주류시장과 붙으려면 실제 시장을 움직일 수 있는 현실적 고민도 필요하다"며 "시장에 파열구를 내지 않으면 계속 외로운 싸움을 할 수밖에 없다"는 의견을 말했다.

독립영화의 열악한 배급환경... 지상파는 무죄?

 서울독립영화제2006에서 열린 '독립영화 배급지원센터의 역할 및 위상과 운영방안에 대하여' 세미나 장면.
ⓒ 이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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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1TV에서 방영되던 <독립영화관>의 폐지와 함께 불거진 공영방송의 책임론도 지속되고 있다. KBS는 지난 2001년 2TV <단편영화전>으로 시작해 같은 해 1TV<독립영화관>으로 명칭을 변경하면서 더 확장된 형태의 독립영화를 시청자들이 안방에서 볼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방송사는 '콘텐츠 부족'과 '시청률 저조'를 들어 지난 11월 17일을 마지막으로 이를 폐지했다.

KBS <독립영화관>은 1주일에 한번 독립영화가 대중들과 안정적으로 만나는 거의 유일한 통로 역할을 해왔다. 5년이 넘는 동안 단편, 독립영화 등 평소 관객이 접하기 어려운 영화를 꾸준히 방송했기 때문이다. 독립영화의 배급에 있어 영화제 상영에 이어 두 번째로 중요한 배급창구인 지상파 상영이 사라짐에 따라 독립영화 제작자들과 시청자들의 '공영방송 책임론'도 거세지고 있다.

독립영화의 배급을 맡고 있는 곽용수 인디스토리 대표는 "방송사에서 적극적으로 영화를 발굴하려는 노력이 없이 콘텐츠 부족이라는 이유를 대는 것은 변명에 불과하다"며 "KBS2 편성에서는 광고를 통해 프로그램 제작비에 대한 부담 덜 수 있었지만 KBS1로 편성되면서 제작비에 대한 부담과 시청률에 대한 부담이 나타나 결국 개편시기마다 시청률 이유로 폐지에 대한 언급 종종 거론됐다"고 말했다.

결국 중단 1년여 전부터 제작비가 줄면서, 독립영화를 수급하는 제작진에 많은 어려움을 줬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 이종님 성공회대 동아시아연구소 연구교수는 "우리나라의 관료화된 제작시스템으로 인해 주류 방송매체는 독립영화에 있어 영원한 좁은문"이라며 "저예산이고 대중적이지도 않은 독립영화 의 경우 상업영화처럼 스크린 많이 확보할 수도 없고 마케팅비 지출할 수도 없기 때문에 일반인에게 독립영화 소개에 있어 공공의 자산인 지상파 방송의 역할은 절대적"이라고 말했다.

지상파 영화정보프로그램의 '붕어빵 방송'은 정상인가

 KBS의 신설된 영화정보프로그램 <영화가 좋다>. 초기 방송 의도와는 다르게 상업영화 홍보에 치중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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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영화관과 같은 영화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프로그램 대신 주요 방송사에서 주말 황금 시간대에 방송하고 있는 영화정보프로그램은 영화 산업의 거대논리를 그대로 답습하는 모양새다. 이종님 교수는 "공중파 3사 영화 프로그램들은 마치 영화홍보를 하듯 상업영화를 소개하면서 영화제나 다양한 독립영화를 위해서는 단 1분도 할애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11월부터 '시청자가 함께 참여하는 영화프로그램'을 주제로 내건 KBS의 <영화가 좋다>는 초기에는 차별적 전략으로 특색을 보여줬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개봉영화 혹은 신작 DVD영화 홍보역할에만 충실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시청자 게시판을 통해 안희진씨는 "처음에는 굉장히 신선한 느낌이었는데 회를 거듭할수록 어쩔 수 없는 신작영화소개용 프로그램이 되어 버리는 것 같다"며 "구성도 몇몇 다른 프로와 비슷해 보이고 다시 토요영화탐험으로 돌아가는 게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는 의견을 남겼다.

이런 현실은 영국, 독일, 프랑스 등지에서 자국 영화 산업 발전과 다양한 영화문화 추구하기 위해 독립영화 및 단편영화들을 방송 정규 프로그램화하고 있는 상황과 대조적이다.

문화관광부는 지난 10월 말 영화산업발전기금으로 1천억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그러나 얼마 되지 않아 공영방송에서의 유일한 독립영화 프로그램은 폐지하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였다. 또 얼마 전 국정브리핑을 통해 김명곤 문화부장관이 'FTA를 통해 문화산업 경쟁력을 높이자'는 주장을 내놓아 영화계와 갈등의 골을 깊게 만들기도 했다.

방송 공공성의 개념은 문화의 다양성과 직결된다. 또 대중의 참여라는 점에서 민주주의와도 연결선상에 있다. 공영방송의 역할과 영화산업의 다양성에 대한 신중한 고찰이 필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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