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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의 대학가는 ‘정치무풍지대’로 불릴 정도로 정치에 관심이 적다. 그렇다 해도 대선을 코 앞에 둔 지금, 투표할 권리를 막 얻은 젊은 유권자 사이에서는 종종 이런 질문이 오간다.

 

“너, 누구 뽑을지 정했어?”

 

한 조사에 의하면 대학생 유권자의 91.2%는 ‘대선에 투표권을 행사하겠다’고 답해 세간에 비친 대학생의 이미지와는 달리 참여의지는 대체로 높은 편이었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그 관심에는 과거와 다르게 미묘한 온도차이가 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난 10월 말 한 대학신문이 7개 대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 결과에서는 이명박 후보가 지지율 47.8%로 1위를 차지해, 대학 내에서도 이 후보의 대세론이 형성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젊은 유권자들도 이번 대선에서 ‘경제를 살릴 수 있는 능력 있는 리더’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대선에 관심을 갖는 이유도 이것과 연장선상에서 생각해볼 수 있다. 개인의 안위에서 더 이상 자유롭지 않은 학생들은 정치 참여도 개인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소극적인 차원의 것이 된지 오래다. 정치적으로 뚜렷한 가치관을 갖고 있는 젊은 유권자라도 자신의 꿈과 역량에 관계없는 직종에 이력서를 100번 이상 쓰고 나면 누구나 자포자기의 심정이 된다. 그리고 나서 이렇게 말하기 쉽다. “누가 되든지 일자리 하나만 달라”고.

 

구직자로서 하반기 채용시즌을 보내면서 느꼈던 사실은 한마디로 ‘치열’ 그 자체였다. 정신 없이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수 십 번 고치고 어떤 직무에 지원을 했는지조차 헷갈리는 상황에서 대선은 관심 밖으로 밀려날 수 밖에 없다. 기껏해야 9시 뉴스를 통해 전해지는 후보자들의 면면과 공약을 맞춰보는 것이 최대한의 성의라면 성의다.

 

이러던 와중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대선에 투표권을 행사하게 된 이상 제대로 값어치 있는 한 표를 날려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후보 검증을 위한 자리나 후보를 가까이서 보고 직접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찾아 보기로 한 것. 그러던 중 문국현 후보 검증을 위한 ‘까칠한 토론’의 참여를 통해 나름대로의 검증과정을 거쳐보았다.
 


중소기업 회피현상…고용환경 개선으로 해결 할 수 있나

 

구직자의 입장에서 공채 정보를 검색하다 보면 중소기업에 관한 정보는 찾아보기 힘들다. 중소기업의 경영난이 그 원인이겠지만 더 심각한 문제는 찾더라도 고용희망을 원하는 구직자가 적다는 사실에 있다. 구직자의 평균 학력이 높아지고 일자리를 구하는데 있어서도 자신이 고학력자라는 것을 의식하기 때문이다.

 

한 구직 포털의 조사에서 구직자들은 중소기업에 지원할 때 기업의 '발전 가능성'을 가장 중요사항으로 고려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발전가능성이 있는 기업이라면 연봉과 복리후생이 적더라도 경험을 쌓기 위해 일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은 중소기업을 평생직장으로 생각하기보다 경력을 위해 거치는 단기간의 일자리로 인식하고 있다. 또 양산되는 고학력자의 숫자에 비해 실제로 필요한 근무 역량은 학력과 비례한 경우가 드물어 근무에 대한 만족도가 떨어지는 것도 악순환을 되풀이하는 원인 중 하나다.

 

이런 현실에서 중소기업의 근무환경 개선으로 창출된 일자리가 청년실업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지는 아직 확신하기 힘들다. 문국현 후보가 세계적으로도 성공을 거둔 4조 2교대 근무와 근무시간 단축 등의 제도 도입으로 창출되는 일자리가 그대로 청년 구직자들의 수요에 적용이 가능한 것인지 의문스럽다.

 

대학가 주식, 펀드 열풍... 가치관의 변화가 가능한가


국내 주식 시장이 커지면서 주변에는 여유자금뿐만 아니라 등록금마저 주식이나 펀드에 투자하는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다. 대학에서는 주식투자 동아리나 펀드 동아리 등 돈을 쉽게 벌기 위한 모임이 인기를 끌 정도로 ‘돈 벌기 프로젝트’는 이미 일반화 돼 있다. 또 그것이 나쁘게 인식되던 시절도 이미 지났다.

 

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다는 것은 과거에 부족했던 경제관념이나 돈의 속성에 대해 알아간다는 긍정적인 면도 있다. 그러나 ‘돈을 어떻게 사용하는가’에 대한 답변보다 ‘어떻게 해야 가능한 많은 돈을 빨리 벌 것인가’에 대한 답변이 훨씬 중요하게 생각되는 것은 선진적인 진짜 경제를 장기적으로 살리기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일 것이다.

 

문제는 ‘사람중심’을 강조하는 문 후보의 경제정책이 만연돼 있는 ‘돈 중심’의 경제를 쉽게 대체할 수 있는가의 여부다. 배금주의가 그다지 터부시 되지 않은 요즘 오히려 전체적인 파이를 늘리겠다는 '쉬운' 경제성장전략이 유권자들로부터 높은 호응을 얻어가고 있다는 점도 넘어야 할 산이다.

 

문 후보가 강조하는 데로 전 기업체와 중소 사업장의 사람 중심 경영이 이런 뿌리 깊은 가치관을 쉽게 변화시킬 수 있을지 상상하기가 쉽지 않다. 위에서 언급한 현상의 근본적인 원인은 경제 교육의 부재라는 깊은 뿌리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문 후보가 강조하는 가치관이 현실과 동떨어진 다른 나라의 이야기처럼 들렸다면 너무 비관적인 것일까.

 

더 많은 사람이 문국현을 알게 된다면 모든 게 해결될까?

 

뉴스에서 ‘취업난’이라는 단어만 나와도 몸을 움츠리게 되는 구직자와 예비 졸업생들에게 ‘경제대통령’은 한마디로 일자리 창출을 잘하는 대통령이다. 이런 상황에서 경제대통령임을 자부하고 나서서 일찍부터 그 입지를 공고히 해온 이명박 후보에 대한 기대는 타 후보가 쉽게 침범하지 못하는 영역을 만들어냈다. 미국 버클리 대학의 언어학자 조지 레이코프는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에서 선거에 있어 지지율의 모순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진보 세력은 사람들이 '사실'을 알고 이해하기만 하면 모든 것이 잘될 것이라는 환상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틀렸다. 사실만으로는 자유로워질 수 없다. 사람들은 자신의 가치 체계와, 그 가치를 떠올리게 하는 언어와 '프레임'에 근거하여 정치와 후보자에 대해 판단을 내린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자신들의 이익에 반하여 투표하는 것이다."

 

대운하를 반대하는 적지 않은 우려와 하루가 다르게 번져가는 도덕성 문제를 애써 무시할 수 있는 힘을 주는 것도 어쩌면 이명박 후보가 구성해놓은 ‘경제 살리기’의 강력한 프레임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와 대척점에 있는 것이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에 대한 시선이다. 정책에 대한 인지도의 부족으로 경제 후보로 국민에게 인식되지 못한 측면이 있지만 이명박 후보의 공약과 많은 부분에서 대립각을 세울 수 있는 경쟁력을 가진 공약임은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국민이 모두 ‘사실’을 알게 되더라도 그의 정책을 지지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지금껏 우리 곁을 둘러싸고 있던 5년간의 현실, 그 현실 속의 가치체계와 공약을 얼마나 잘 조화시켰느냐의 여부가 얼마 남지 않은 대선기간 동안 문 후보가 힘써야 할 부분일 것이다.


태그:#문국현, #대선, #공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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