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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같은 숲' 양재동 시민의숲

시민의숲이야 자세한 소개가 새삼스러울 만큼 유명해졌다. 86 아시안게임을 계기로 '서울에도 숲 같은 숲이 하나는 있어야겠기에' 조성되었다는 이곳은 산을 오르지 않고도 닿을 수 있는 서울의 몇 안 되는 숲이다.

▲ 햇볕 따사로운 시민의숲의 오후
ⓒ 박정민
숲하고는 그다지 관련이 없는 문화예술공원 구역('영어체험공원'이라는 이름의 유료시설물이 들어서 있다)을 제외하면, 시민의숲의 면적은 5만4천평 가량 된다. 공원치고는 별로 넓은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직접 가보면 상당히 넓다는 느낌을 받게 되는데, 여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조성된 지 20년이라는 연륜이다. 나무가 나무답게 크고 울창하다. 9만5천여 그루가 서 있다니 많기도 하거니와, 공원에 서 있는 나무들조차 "수세 관리를 위해" 가지치기가 아닌 줄기치기를 하는 일부 공원과는 다른 관리방식도 한몫을 했을 것이다. 상당히 많은 시민들이 찾고 있음에도 쇠딱따구리며 오목눈이 등이 태연히 날아다니는 것 역시 울창한 수풀 덕이다.

둘째, '잔디밭에 들어가지 마시오' 팻말 공해로부터의 해방이다. 잔디를 위한 공원이 아니라 나무와 사람을 위한 공원이다. 자연 널찍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다. 잔디밭은 보기에만 좋지 나무와도 사람과도 나아가 다른 풀꽃들과도 상극이다. 농약이나 화학비료도 많이 쓰게 만든다. 환경운동 하는 사람들이 골프장을 ‘녹색 사막’이라고 부르는 데는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 시민의숲의 메타세쿼이아. 은행나무와 함께 살아있는 화석으로 불리는 메타세쿼이아는 멸종된 것으로 여겨지다가 20세기 초 중국 오지에서 발견된 후 전세계로 급속히 퍼져나간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요즘 우리나라에서도 조경수로 많이 심고 있다.
ⓒ 박정민
▲ 조개나물은 꿀이 많아 곤충들이 유독 좋아한다는 꿀풀과의 일종이다. 야생화 화단이 조성되어있든말든 아무 곳에나 제멋대로 돋는다. 늦봄부터 가을까지 골무꽃, 익모초, 박하 등 갖가지 꿀풀과 꽃들이 피고 지기를 반복한다.
ⓒ 박정민
그밖에 야생화 화단, 지압을 위한 맨발공원, 어린이용 놀이기구, 야외행사장 등이 드문드문 들어서 있다. 입구의 윤봉길 의사 기념관도 기억해둘 만하다. 제약 없이 24시간 이용할 수 있으며, 3호선 양재역 7번 출구에서 대부분의 버스가 연결된다.

'생태하천 복원 전국 1호' 양재천

시민의숲 바로 옆을 흘러 탄천과의 합류지점(학여울)까지 이어지는 양재천의 존재는 확실히 눈여겨볼 만하다. 생태하천 복원 전국 1호라고 해서 초등학교 교과서에까지 실려 있는 양재천은 청계천 사업의 모델이자 청계천이 흉내만 내다 만 진짜 복원사례라는 점에서 전혀 다른 공간이다. 오히려 난지천과의 비교라면 격이 맞을 듯하다.

90년대 중반부터 물경 160억원을 들여 복원사업을 한 결과 이제 양재천은 5급수에서 2급수로 상전벽해를 했다. 잉어 떼가 몰려오는 정도는 더는 기삿거리도 아닌데, 이로 인해 혜택을 본 것이 결코 잉어만은 아니다. 덕분에 살기 좋은 동네가 되었다고 해서 주변 아파트 값도 올랐다니 말이다.(녹지화율이 얼마냐에 따라 집값이 달라지는 것이 서울의 신풍속도다.)

▲ 노을 지는 양재천의 돌다리 위에서 아이들이 놀고 있다. 시민들 입에 곧잘 오르내리는 청계천 돌다리도 실은 양재천이 선배다.
ⓒ 박정민
건너는 데 열 걸음 남짓밖에 안 되는 작은 개천이지만 양재천이 가져다준 변화의 폭은 넓다. 그 중 가장 값진 것은 사람들이 자연환경의 가치를 재인식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이 아닐까 한다. 집 앞에 물이 흐르는 하천이 있고 그곳에 각종 동식물이 산다는 게 왜 소중한 것인지 주민들이 체험을 통해서 깨달았다는 사실은 장기적으로 보아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환경보전의 초석일 것이다.

겨울철새 도래지 탄천

반면 양재천이 흘러들어 한강으로까지 이어지는 탄천의 모습은 이중적이다.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서울의 대표적 철새도래지 중 하나인 탄천은 이미 2002년 4월에 생태계보전지역으로 지정이 되었다. 실제로 겨울에 가보면 밤섬이나 중랑천 못지않게 수많은 겨울철새들이 찾아드는 모습을 볼 수가 있다.

그럼에도 이곳은 아직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양재천과 달리 여전히 5등급에서 등급외까지를 오가는 열악한 수질, 잊을만하면 죽어 떠오르는 물고기들, 수질개선사업이 오히려 환경파괴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일부의 지적 등…. 이런 형편에도 달리 갈 곳이 없어 여전히 탄천을 찾는 새들을 보면 반가움보다 안쓰러움이 우선하기도 한다. 어쨌거나 강남구, 성남시 등이 역시 100억 이상을 들여 개선노력을 하고 있다니 몇 년 더 두고 볼 일이다.

▲ 겨울 탄천의 고방오리떼. 한강 일대에서 고방오리를 보기가 어려운 편은 아니지만 이만한 무리를 만날 수 있는 곳은 얼마 되지 않는다. 올 3월 중순 촬영.
ⓒ 박정민
어찌 보면 아이러니한 일이다. 근대식 재개발의 상징이었던 강남이 이제는 웰빙 주거환경 바람을 선도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지방의 한적한 읍내에 고층아파트가 속속 들어서는 모습 또한 여전하다. 이 시대가 지닌 양면성이다. 우리는 꼭 끝까지 가보아야만 돌아가지 않으면 안 되는 줄 아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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