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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 탓에 연재를 한 달 가까이 쉬었다. 취재도 녹록치 않거니와 소개를 해도 독자들이 직접 찾아보기가 어려우실 것 같아서였다. 어느 해보다 혹독했던 장마도 끝물에 접어드는 듯하여 다시 '서울 생태마실'을 다닌다.

▲ 고덕 수변생태복원지의 전경. 무성한 풀숲과 버드나무 사이사이로 오솔길이 이어져있다.
ⓒ 박정민
이번에 소개할 장소는 연재 중 아마도 가장 덜 알려졌으리라 짐작되는 곳이다. 지난 4편의 강서습지생태공원과 쌍벽을 이루는 한강 둔치 생태복원지이자 그 정반대편인 서울 동쪽 끝에 위치한 고덕 수변생태복원지는 그만큼 홍보도 덜 됐고, 외진 곳이어서 교통도 상당히 불편한 곳이다. 환경단체 상근자 중에도 모르는 이가 꽤 되지 않을까 한다.

관리가 소홀하거나 담당자가 게을러서가 아니다. 보통의 생태공원들과는 성격이 좀 다른 곳이기 때문이다. 간단하게 표현하자면 생태계보전지역과 생태공원의 중간쯤이 될 텐데, 다소 설명이 필요할 듯하다.

생태·경관보전지역이라고도 부르는 생태계보전지역은 법률(자연환경보전법 제18조)로 규정된 용어다. 자연생태계를 있는 그대로 보전하는 것이 유일한 목적으로, 일체의 개발은 물론 일반인의 출입조차 금지되어 있다. 이를테면 동식물에게 내어준 공간이다. 연재에서 밤섬 등 서울의 생태계보전지역을 다루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반면 생태공원은 보전과 일반인의 이용을 겸하는 것이 목적으로, 약간의 시설물도 세우고 인위적 관리도 하며 시민참여 프로그램도 열심히 운영하는 곳이다. 문명과 자연의 중간지대라고 해도 좋겠다. 고덕 수변생태복원지는 이 둘의 사이쯤에 해당한다.

▲ 복원지 양옆으로 고덕천과 고덕지천이 흐른다. 지천 쪽의 물이 훨씬 많아서 잉어 정도는 어렵지 않게 구경할 수 있다. 이곳부터 암사동까지는 서울시내 유일의 상수원보호구역이기도 하다.
ⓒ 박정민
풀숲이 빽빽하고 군데군데 버드나무가 서있는 옛 시절의 한강 둔치 그대로인 이곳 역시 서울 맨 가장자리에 위치한 덕에 '중장비 린치'를 피할 수 있었다. 다만 인가와 밭이 좀 있긴 했던 것인데 보전가치가 높아 거주민들을 이전토록 하고 자연상태로 복원한 것이다.

그 결과 일부는 생태계보전지역으로 지정되고 나머지는 생태복원지가 되었다. 둘의 비율은 6:4 정도인데, 양자의 차이는 일반인의 이용가능 여부 외에 관리 방식에도 있다. 전자는 생태계 교란 외래종의 제거까지도 제한적으로 실시할 정도로 인위적 개입을 최소화하는 반면, 후자는 어느 정도 개입과 관리를 행한다.

말하자면 '어떻게 해야 자연상태로의 복원이 잘 이루어질까'를 알아보는 일종의 실험실인 셈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그 흔한 홈페이지 하나 없고 길 안내 표지판조차 세워놓지 않은 것은 조금 과하지 않나 생각되기도 하지만.

▲ 말똥가리. 한강변에 가끔 등장하는 겨울철새다. 날개 앞쪽의 동그란 갈색 무늬는 맹금류 중 말똥가리 일족만의 특징이다. 지난 2월 촬영.
ⓒ 박정민
이렇듯 실험적인 운영은 역시 NGO의 개입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서울의 자연생태계 보전에 주력하는 환경단체인 '생태보전시민모임'이 시로부터 이곳을 위탁관리하고 있는 것이다. 강서습지생태공원의 운영에도 참여하고 있는 이 단체의 노력과 '고집'이 이처럼 특징적인 운영방식의 동력이 되고 있다.

그렇다고 일반인의 이용 자체가 불편한 것은 아니다. 누구나 사전예약 없이 방문할 수 있으며 생태학습 프로그램도 진행되고 있다. 이용 편의로만 따진다면 길동자연생태공원이나 우면산자연생태공원보다 더 나은 셈이다.

곤충을 관찰하기에 아주 좋다는 점도 이곳의 특징이다. 촘촘히 나있는 관찰로 양옆 어디에나 풀숲이 무성하기 때문이다. 특히 여름철이 되면 나비, 잠자리, 딱정벌레 등은 밟지 않을까 조심해야 할 정도로 많이 보여서 관찰과 촬영에 최적이다.

▲ 개망초에 앉은 부전나비. 부전나비과에는 유난히 몸집이 작고 예쁜 색을 띈 것이 많다.
ⓒ 박정민

▲ 강가이다보니 물잠자리, 실잠자리도 흔히 볼 수 있다. 그냥 잠자리가 날개를 양옆으로 펴고 앉으며 비교적 멀리까지 날아다녀 우리 눈에 쉽게 띄는 데 반해, 실잠자리와 물잠자리는 날개를 위로 접고 앉으며 몸통도 가늘고 거의 물가를 떠나지 않는다. 그 중 온몸이 검은 것이 물잠자리다.
ⓒ 박정민

▲ 생태공원 이용객을 위한 상식 하나. 이곳 뿐 아니라 여러 생태공원/복원지에서 돌무더기나 통나무 쌓아놓은 것을 볼 수 있다. 공사를 하다 만 게 아니라 곤충, 양서류, 파충류 등의 서식을 돕기 위해 마련해놓은 것이다.
ⓒ 박정민
이곳의 실험은 자연과 인간의 공존 혹은 타협 방식에 하나의 아이디어를 제공한다. 서울시는 현재 시 면적의 0.5% 미만인 생태계보전지역을 1%까지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한다. 반가운 소식이지만 이것만으로는 자칫 불평을 살 수도 있다. 대안으로 내놓을 수 있는 사례가 고덕 수변생태복원지가 아닐까 한다. 핵심구역은 생태계보전지역으로, 그 주변은 생태공원으로 나누어 지정·관리하는 것이다.

자연생태계의 보전을 위해 인간과 자연 사이에 담을 높이 쌓는 것이 더 나은가 아니면 적절하게 관리도 하고 찾아가서 체험학습도 하게끔 하는 것이 더 나은가 하는 문제는 환경생태 분야의 커다란 딜레마 중 하나다. 고덕 수변생태복원지의 실험이 해답의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 고덕동 둔치의 일몰
ⓒ 박정민

고덕 수변생태복원지는...

▲ 위치: 강동구 고덕동 392번지 일대.
▲ 연혁: 2003년 4월 25일 준공.
▲ 규모: 약 52000평. 총연장 1.2km.
▲ 이용방법: 예약 없이 아무 날이나 방문 가능(무료).
▲ 교통: 대중교통으로 찾아가기가 간단치 않다. 전철역에서 도보로 30분가량 걸리며 마땅한 버스도 없다. 5호선 고덕역 3번 출구 → 광문고를 오른편에 두고 걸어가다가 삼거리에서 좌회전 → '토우' 식당 간판이 있는 샛길로 우회전 → 비닐하우스 촌을 가로질러 가다 나오는 육갑문을 통과하면 입구가 나타난다. 승용차로는 올림픽대로로 하남시 쪽으로 가다가 강동구 음식물재활용센터 옆의 진입로로 들어가면 된다.
▲ 문의: 한강시민공원 광나루지구사무소. 3780-0501~4.
▲ 관련 사이트: 고덕 수변생태복원지 지킴이 http://cafe.daum.net/gdv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유포터'에도 송고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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