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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차산생태공원의 자생식물 관찰로 입구
ⓒ 박정민
옛부터 서울에는 내사산과 외사산이라는 개념이 있다. 내사산은 동서남북으로 각각 혜화동 낙산, 경복궁 왼쪽의 인왕산, 남산, 경복궁 뒤쪽의 북악산으로 한양 땅을 지켜온 천연성벽이었다. 그리고 그 밖으로 용마산, 덕양산, 관악산, 북한산이 외사산이 되어 이중의 수비벽을 구축해온 것이다.

용마산과 아차산은 이어져 있다. 봉우리는 용마산이 더 높은데도 예전부터 이름이 난 것은 아차산 쪽이었다. 한성백제 시대의 석성인 아차산성 덕이 아닐까. 더구나―학계에서는 논란이 분분하다고 하지만―바보 온달과 평강공주 이야기로 유명한 고구려의 온달 장군이 이곳에서 전사했다는 이야기까지 곁들여지고 있으니 말이다.

이번에 소개할 곳은 이 아차산의 남쪽 밑자락, 주택가가 끝나고 등산로가 시작되는 지점에 자리잡은 산기슭 생태공원이다. 그러나 연재의 여섯 번째로 다뤘던 우면산자연생태공원과는 모습이 좀 다르다. 규모로 따져도 연재 중 가장 작은 7000평 남짓밖에 되지 않으며(다른 곳들은 보통 5만평을 넘는다), 경관 역시 자연 그대로라기보다는 인공조성된 야생화 동산에 가깝다.

▲ 습지원 전경
ⓒ 박정민
이런 차이에는 물론 이유가 있다. 우선 이 일대가 수십 년 전부터 주민들의 휴식공간으로 활용되어왔기 때문에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지금도 주변에 체육시설, 휴게소(사실상 등산객 대상의 술집), 약수터, 야외무대 등이 산재해 있다.

공원으로 조성된 공간 자체도 숲이 아니라 논밭으로 쓰던 사유지였다고 한다. 그것을 국가나 시가 아닌 광진구가 매입해서 생태공원으로 꾸민 것이다. 복원의 어려움과 예산 및 행정상의 한계 등이 겹쳐 야생화 동산이라는 타협점으로 귀결된 것으로 보인다.

▲ 공원에는 지금 배롱나무가 한창이다. 목백일홍이라고도 부르는 배롱나무는 중국이 원산으로, 여름에서 가을에 이르기까지 붉디붉은 꽃을 자랑한다. 초본식물인 백일홍과는 전혀 다른 종이다.
ⓒ 박정민

▲ 꿩의다리. 꿩의비름, 꿩의바람꽃 등 이름 앞에 '꿩'이 붙는 식물들은 숲 속에서 자란다.
ⓒ 박정민

▲ 금불초. 흔히 볼 수 있는 들국화류의 일종이다. '들국화'는 '참나무'처럼 통칭 삼아 쓰는 말로 산국, 감국, 벌개미취, 쑥부쟁이, 구절초 등이 포함된다. 이들 대다수는 가을이 아니라 여름부터 꽃을 피운다.
ⓒ 박정민
그런 탓에 이곳은 생태공원과 보통 공원의 중간쯤 되는 모습을 하고 있다. 면적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야생화동산과 자그마한 습지원(연못), 교육용 안내판들이 전자의 체면을 살려주고 있다면 정자와 조각, 주차장과 만남의 광장, 지압보도 등은 후자의 성격도 겸하고 있음을 증명한다. 요일마다 다양한 내용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생태관찰 및 학습 프로그램마저 없다면 영락없는 동네 뒷산의 야생화 단지다.

성격 자체를 두고 시비를 가리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길동생태공원처럼 까다롭게 운영되는 교육과 보전 위주의 공간도 필요하고 강서나 샛강처럼 보전과 자유이용이 중심인 곳도 의미가 있다. 그리고 이곳처럼 가볍게 아이들 데리고 나와 꽃구경 하고 바람 쐴 곳도 필요한 것이다. 문제가 있다면 오히려 서울에 이런 공간이 많이 부족하다는 쪽일 것이다.

▲ 노랑띠하늘소. 숲과 꽃이 있으므로 당연히 곤충도 다양하다. 아이들은 꽃을 따고 곤충을 잡으려는 습성이 있다. 눈으로만 관찰할 수 있도록 부모님들이 지도해줬으면 좋겠다.
ⓒ 박정민
그럼에도 '생태공원'이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있는 한, 다소 이름값에 못 미치는 것은 사실이다. 공간의 협소성은 그렇다 쳐도 설계와 운영에 있어 자연생태계의 복원이 주관심사가 아닌 것만은 확실해보인다. 야생화만 해도 길거리의 조경식물처럼 사람의 손에 의해 계속 관리되고 있는 모습이 목도된다.

"서양등골나물은 보는 즉시 뽑으라"고 씌어 있는 안내문이나 주변 경관과 엇박자를 보이는 몽골 게르(천막)와 인어공주상도 짚어둘 필요가 있을 듯하다. 대다수의 시민은 서양등골나물이라는 이름조차 낯설 텐데 어떻게 식별을 하고 뽑아 없애라는 것일까. 외래종을 보는 시각에 대한 생태학적 논의는 미룬다 하더라도 말이다.

또한 산기슭의 몽골 게르까지는 자매결연의 산물이라니 애교로 봐준다 해도, 삼국시대 유적지가 지척인 자생식물 연못 한가운데 앉아 있는 인어공주는 영 어색하다. 물과의 연관성이라면 심황후도 있고 선묘낭자도 있을텐데, '퓨전'치고는 좀 과도했던 것이 아닐지. 이에 대해서는 많은 지적이 있어왔던 것으로 알고 있다.

▲ 문제의 인어공주 상. 한국적인 얼굴에서 볼 수 있듯 창작 의도도 남다르고 세금을 들여 세운 게 아니라 기증받은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문제는 어울림이다. 공주님이 터를 잘못 잡으신 것 같다.
ⓒ 박정민
하지만 계속 연구하고 시도하면서 점차 개선되어가기를 기대한다. 앞서 말했듯 이런 공간이 있어서가 아니라 없어서 문제인 곳이 서울 아닌가. 지방에서는 생태공원을 만든답시고 멀쩡한 산과 들을 파헤쳐서 문제가 되곤 한다지만 서울은 경우가 다르다.

가장 좋은 방법은 기존의 공원과 유휴지를 생태공원으로 바꿔나가는 것이다. 아차산생태공원 또한 좋은 시범케이스가 될 것이다. 적어도 구마다 하나씩은 이런 곳이 생겨나기를 바라는 마음, 시장이 앞서 '환경도시'를 외치는 시대에 과욕은 아니리라 본다.

아차산생태공원은...

▲ 생태공원의 가족상과 정자
ⓒ박정민

▲ 위치: 광진구 광장동 370번지 일대
▲ 연혁: 2002년 3월 개장
▲ 규모: 약 7000평
▲ 이용: 연중무휴 상시 자유이용 가능
▲ 교통: 5호선 광나루역에서 도보 15분 거리에 있다. 1번 출구로 나와 조금 가다가 표지판을 따라 우회전한 후 광장중·초를 왼쪽으로 끼고 걷다 보면 올 6월에 새로 조성된 '아차산 오솔길'이 나온다. 이 길을 따라 올라가면 된다. 공원이 등산로 초입에 있으니 등반객들을 따라가도 좋다.
▲ 관련 사이트:
광진구 홈페이지: http://www.gwangjin.go.kr/kor/tour/Dd_1_5.jsp
아차산생태공원 인터넷 까페: http://cafe.daum.net/achasanecopark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유포터'에도 송고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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