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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준공예정인 월전미술관 부지
ⓒ 송민희

경기도 이천시가 국민 혈세 50여억원을 들여 친일행적 논란이 일고 있는 한 화가의 미술관 건립을 밀어붙이기 식으로 추진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매년 도자기 축제가 열리는 곳으로 경관이 아름다워 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경기도 이천시의 설봉공원 내에는 서희 장군 동상과 함께 이천시가 충절의 고장을 내세우며 이기룡 반민특위 경기위원장 등 애국지사 22명 등을 기린 충효동산이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충효동산 바로 앞 부지에는 친일경력으로 논란이 일고 있는 월전 장우성 화백을 기념하는 '월전미술관'이 들어설 예정이다.

▲ 월전미술관 건립을 강행하는 경기도 이천시
ⓒ 송민희
이천시는 미술관 지원 사업비로 국비와 도비 각각 15억 가량과 자체 예산 20억 등 총 50억원을 충당할 계획이지만 예산 배정의 어려움 때문에 국비와 도비 지원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의회 문화공보위원회 신종철 도의원은 “월전미술관 지원문제와 관련해서 충분한 친일문제에 대한 해명이 있지 않는 한 도비 지원이 이뤄지는 건 적절치 않다고 보며 행정사무감사를 통해서 이 부분에 대한 정책적인 지원문제를 점검해볼 생각이다”라며 “이천시도 그 정책문제를 충분히 검토한 후에 미술관을 추진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본다”라고 도비 지원에 회의를 나타냈다.

친일 논란이 되고 있는 장우성 화백은 근대 한국화의 산증인으로 손꼽히고 있다.

장우성 화백은 평생을 한국화에 바치며 현충사의 이충무공 창정, 김유신 장군 초상화, 윤봉길 의사 영정, 유관순 열사의 영정 등을 그리기도 하였다. 하지만 최근 유관순 열사 영정이 왜곡된 모습과 장 화백의 행적으로 문제가 되고, 이를 재제작하는 하는 과정에서 장 화백이 다시 맡아 논란이 되었다.

ⓒ 송민희
이에 대해 월전문화재단측에서는 유관순 열사 영정과 미술관 건립·이전이 논란이 되자 답변을 피하며 이천시가 너무 성급히 발표했다며 책임을 돌리고 있다.

이천시 담당자는 친일논란이 있는 인물의 기념미술관 건립에 대해 “친일행적이 사실이 아니라고 드러나면 그 땐 어떻게 책임지겠는가”라고 반문하며 “사업을 하다보면 논란이 된다 하더라도 결과가 나오지 않는 이상은 어쩔 수가 없다고 본다”라며 박물관 건립 강행 의사를 비쳤다.

민족문제연구소에 따르면 지금까지 드러난 장우성 화백의 친일활동은 세 차례에 걸쳐 친일성격이 뚜렷한 단체에 활동하거나 미술전에 참여한 것에서 알 수 있다.

▲ 장우성, <조선미전 수상식 답사> 매일신보, 1943. 6.16
ⓒ 민족문제연구소
1943년 6월 조선미술전람회 창덕궁상 수상 시상식 대야(大野) 학무국장이 "결전하 예술가의 두 어깨에 지워진 임무가 중대함을 강조하는 열렬한 인사를 하자 일동을 대표하여 동양화이 장우성 화백은 감격에 떨리는 목소리로 총후 국민예술 건설에 심혼을 경주하여 매진할 것을 굳게 맹세하는 답사를 한 후 동 1시 40분 경에 이 수상식은 끝났다"

<매일신보 1943년 6월 16일자>


1932년부터 친일미술단체인 '조선미술전람회'에 참여하여 다수 입상하였으며 이에 대한 기록은 수상식을 보도한 총독부 기관지 <매일신보>에도 나타나있다. '조선미술전람회'는 ‘유치한 조선미술을 보육조장하고, 정조를 고아케 하며, 민중의 사상을 순화케 하여 사회 교화의 일조’를 목적으로 조직된 친일미술 단체이다.

또한 1943년에는 대표적인 친일미술 단체인 조선미술가협회가 주최하고 총독부정보과와 국민총력조선연맹이 후원한 '반도총후미술전람회'에 일본화부 추천작가로 참여하였다. '반도총후미술전람회'는 조선미술전람회보다 더욱 노골적으로 전쟁동원을 선동한 미술전람회였다.

최근에는 1944년 3월부터 경성일보사가 주최하고 조선군 보도부, 조선총독부 정보과, 국민총력조선연맹 조선미술가협회가 후원한 미술전으로 군국주의를 찬양하고 황국신민의 정신을 고취하기 위해 열린 '결전미술전'에 참가한 것이 드러나기도 하였다.

이러한 장우성 화백의 친일행적은 1996년 당시 서울대 미대 김민수 교수가 그의 학술논문에 거론하면서 알려지기 시작하였다. 이로 인해 김민수 교수는 서울대 재임용에서 탈락되었으며 아직까지도 복직투쟁을 벌이고 있다.

▲ 전 서울대 미대 김민수 교수는 6년째 복직 투쟁을 계속하고 있다.
ⓒ 송민희
김민수 전 교수는 “월전 장우성은 언론· 방송을 통해서 친일활동을 부인해왔다”며 “역사적 평가가 이루어지지 않는 이상 이천시 당국이 사실을 알고서도 시민들의 뜻과 무관하게 미술관 건립을 추진한다는 것은 큰 문제가 된다고 본다”며 입장을 밝혔다.

이천시의 일방적인 미술관 건립에 대해 이천의 시민단체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김기환 민족문제연구소 경기이천지회장은 “의로운 고장 이천에 반민족행위를 한 월전 장우성 화백의 미술기념관이 들어선다는 것에 대해 치욕감을 느낀다”며 “민족문제연구소가 중심이 되어 경실련, 기독교연합회, 전교조 등과 연합을 해서 대책위를 구성해 백지화가 될 때까지 계속 싸울 것이다”라고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

과거사 진상규명에 대한 국민들의 열망이 뜨거운 가운데 박정희 기념관, 조두남 음악관, 난파기념관 등 지자체의 무리한 친일논란 인사 기념사업은 여전하다.

민족문제연구소 방학진 사무국장은 “지자체의 무분별하고 몰역사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기념사업에 대해서 앞으로 제도적인 사전 검증 장치가 시급하다”라고 시정을 촉구했다.

이천시는 국민의 혈세로 굳이 친일경력 논란이 가시지도 않은 인물의 미술관을 무조건 짓기 전에 과연 기념할 만한 기념관인지 역사에게 국민들에게 우선 되묻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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