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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규상

촛불은 어김없이 16일에도 켜졌다.

예정된 7시가 되자 스피커를 통해 흥겨운 음악이 흘러 나왔다. 시민들은 저마다 스스로 촛불을 밝히고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었다.

이날의 인기품목은 첫선을 보인 탄핵 무효 김밥. 기금 마련을 위해 한줄 2천원에 공급되는 김밥은 금새 바닥을 보였다. 시간 맞춰 나오느랴 제때 끼니를 해결하지 못한 사람이 많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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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부터 벌이고 있는 탄핵무효 거리서명대도 발 디딜 틈이 없었다. 특히 중고생이 집단으로 참여 했다.

자신을 '호수돈 여고 학생'이라고 밝힌 한 학생은 "우리도 알만큼 안다"며 "우리반 아이들에게 여론조사하면 반 학생 전체가 탄핵무효에 투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틀 동안 참여한 서명자 수만도 2천여명에 달한다.

'탄핵무효 할아버지'도 등장했다. 송영중(80. 동구 비룡동)씨가 주인공. 송씨는 지난 일요일부터 오직 촛불을 켜기 위해 20리 길을 오가고 있다. 이날도 오후 7시가 되자 어김없이 촛불을 켜고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송씨는 "20리나 떨어진 곳에서 촛불을 밝히기 위해 지난 일요일부터 참여했다"며 "우리 손으로 뽑은 대통령을 국민도 모르게 내쫓는 것을 알고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송씨는 "그렇게 정의감에 불타는 야당의원들이 정작 나라살림 거덜내고, 친일하고, 도적질을 밥 먹듯 한 대통령들은 상전 모시듯 떠받들었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송씨는 "젊은 사람들이 참 대견한 일을 한단다"며 "기운이 떨어질 때까지 촛불시위 하러 매일 나오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시민발언대에 오른 백승기(구성동)씨는 "3월 12일은 꽃샘추위가 너무 심했다"며 "추위를 이기고 결실을 맺는 승리하는 역사를 일궈내자"고 말했다.

사람들 틈에서 개들도 촛불시위에 참여하고 있다. 험비(5살)와 해리(1살). 주인을 따라 15일부터 이틀째 시위에 참가하고 있다.

한편 (가칭)탄핵무효 부패정치청산 대전범국민행동(준)은 17일 오전 11시 대전환경운동연합 회관에서 국민행동 발족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다. 충남도 오후 1시 천안 전교조 사무실에서 발족 기자회견을 갖는다.

"국민은 바보가 아니다, 바보는 너희들이다"
[오늘의 시민 발언대] 서구 둔산동 정한섭씨

▲ 둔산동 정한섭씨
"하고 싶은 얘기가 너무 많습니다. 여의도 국회에 사는 사람들은 도둑질 외에 할 일이 없겠지만 우리들은 학교로, 직장으로, 생활 현장에 나서야 하기 때문에 낮에는 시간이 없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저녁이 돼야만 마음 졸이며 촛불이라고 켤 수 있습니다.

생활인들의 모습은 한결같습니다. 그런데 야간에는 집회를 할 수 없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단언컨대 그들은 생활인이 아닐 것입니다.

한 정치인은 일주일만 지나면 조용해 질 것이라고 하더군요. 어느 정치인은 우리들이 멋모르고 하는 일이라 하더군요. 하지만 대부분이 사람들이 이 자리에 오고 싶어도 오지 못하는 생활인임을 우리는 잘 압니다.

그래서 오늘은 내가, 내일은 다른 사람이 돌아가며 이곳을 지켜야 합니다. 하루 이틀 지키다보면 어김없이 토요일이 올 것이고 그 날은 대전역 광장을 가득 메울 것입니다. 그래서 그날 다시 한번 진짜 바보가 누구인지 드러나게 될 것입니다.

반드시 촛불을 지킵시다. 모두 함께 외쳐 봅시다. '국민은 바보가 아니다! 바보는 너희들이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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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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