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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재/정리: 김병기·김지은 기자
- 사진: 남소연 기자


▲ 지은희 여성부 장관
ⓒ 오마이뉴스 남소연

"역사적인 일이다."

9월 4일, 법무부의 '호주제 폐지 민법개정안'이 입법 예고되던 날 만난 지은희 여성부장관이 다소 감격에 겨운 표정을 지어보이며 한 말이다. 사실 건국 이래 정부가 '호주제 폐지'가 담긴 법개정안을 내놓긴 이번이 처음이다.

지 장관은 특히 4일 오후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지금까지의 가족은 가부장적 가족이었고 호주를 중심으로 호주와의 관계로 가족의 범위를 정하고, 호주는 남계 중심으로 승계되는 관계였다"면서 "이제 호주가 없어지면서 가족을 혼자 책임져야 한다는 남성들만의 스트레스가 감소할 뿐만 아니라, 가족이 붕괴된다는 '가상공포'도 잘못된 인식이었음이 드러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지 장관은 또 호주제 폐지 민법개정안 관련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통과 가능성에 대해서는 "일대일로 의원들을 만나 일일이 설명하겠다"며 강한 의욕을 내비친 뒤, 지난 5월27일 이미경 민주당 의원이 대표 입법 발의한 민법개정안과 비교해가며 "이번 정부안에서는 부성강제 조항을 완전 삭제하지 않았으니 한결 통과가 쉬울 것"이라고 낙관했다.

지 장관은 또 "성매매는 국제적으로도 한국의 위신을 심각히 추락시키고 있다"며 "임기동안 적어도 현재 성매매 행위의 1/3은 근절시키고 싶다"고 피력했다.

이어 지난 해 9월 조배숙 민주당 의원 등이 발의해 현재 국회 법사위에 상정돼 있는 성매매방지법안(성매매알선등행위의처벌및방지에관한법률안)에 대해서도 "이 법이 연내 통과가 되면 이를 집행하기 위한 추가 계획을 세울 것이지만, 통과가 지연된다면 정부입법 등 보완입법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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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은희 여성부 장관
ⓒ 오마이뉴스 남소연
지 장관은 김화중 보건복지부 장관이 여성부로의 이관 의사를 밝힌 보육문제에 대해서도 견해를 밝혔다. 이같은 이관 계획이 담긴 정부조직개편안이 국회를 통과하게 되면 여성부가 내년부터 보육 사업을 전담하게 된다.

지 장관은 "보육은 현재 정부의 지원을 받는 시설과 아동의 수를 전체의 50% 수준으로 올려보려고 노력 중"이라며 "현재 저소득층을 두 계층으로 나눠 지원하고 있는 것을 3∼4 단계로 세분화해 지원하는 '차등 보육료 제도'를 도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 장관은 우리 사회의 여성인권지수가 낮은 이유에 대해서는 "국회의원들의 보수적인 생각이 문제"라며 "아무리 (여성) 관련법을 (국회에) 올려도 통과가 돼야 실행이 될 수 있는 것인데, 일반 국민의 의식수준과 국회의원 의식간의 격차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김두관 행정자치부 장관 해임안의 국회 통과 등에 대해서도 솔직한 심경을 밝혔다. 지 장관은 "(한나라당·자민련 등이 해임안을 통과시키는 것을 보고) 참 착잡했다"며 "성숙하지 못한 정치문화가 아직도 계속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운 생각이 아주 심각하게 들었다"고 토로했다.

지 장관과의 이번 인터뷰는 4일 오후 세종로 정부청사 장관실에서 약 1시간 동안 진행됐다. 지 장관은 시종일관 미소를 띤 표정과 조리있는 말투로 인터뷰에 응했다. 장관실 한 켠에 마련된 컴퓨터와 그 곁에 놓인 남편인 주영길 국민건강보험공단 상임이사와 찍은 사진이 담긴 액자가 눈에 띄었다.

(지은희 여성부 장관과의 인터뷰 전문은 아래의 이어진 기사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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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호주제폐지안' 무엇이 담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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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는 4일 '호주제 폐지'를 골자로 한 민법개정안을 입법예고 했다. 정부가 호주제 폐지가 담긴 법 개정안을 내놓긴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개정안은 법제처심사와 차관회의-국무회의-국회의결 등 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민법 개정안의 경우 공포시점부터 2년 후에 시행토록 하고 있어 이번 정기국회에서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이르면 2006년부터 시행된다.

이번 개정안은 현행 민법의 호주에 관한 규정 및 호주제도를 전제로 한 입적·복적·일가 창립·분가에 관한 규정을 없애고 호주와 가족구성원과의 관계로 정의된 가족 규정(민법 제778조·제796조)을 삭제했다.

또 자녀의 부성 승계조항은 그대로 두되 예외조항을 뒀다. 개정안에 따르면 자녀의 성(姓)과 본(本)은 부의 성과 본을 따르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혼인 신고시 부모의 협의하에 모의 성과 본을 따를 수 있다(현행 민법 제781조 삭제 및 제865조의2제1항 신설). 자녀가 성장한 뒤에도 성과 본을 바꿀 수 있도록해 이혼 및 재혼 가정의 자녀가 성을 바꿀 수 있는 길을 터줬다.

개정안은 자녀의 복리를 위해서 성과 본을 변경할 필요가 있을 때에도 부와 모 중 한쪽의 청구에 의해 가정법원의 허가를 얻어 이를 변경할 수 있게 했다(현행 민법 제865조의2제5항 신설). 지난 5월 이미경 민주당 의원 등이 발의한 '호주제폐지 민법개정안'에서는 부성강제조항을 완전 삭제했었다.

법무부는 그동안 여성부·여성단체·가정법률상담소 등 정·관·학계 전문가 10명으로 구성된 '가족법 개정 특별위원회'(이하 가족법 특위)를 통해 이번 개정안을 마련했다.

법무부는 이번 개정안을 입법예고 하면서 "호주를 중심으로 가(家)를 구성하는 호주 제도가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남녀평등과 개인의 존엄과 가치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시대적 변화에 따른 다양한 가족형태에 부합하지 않고 있으므로, 가(家) 개념 및 호주제를 전면 폐지하여 헌법이념에 충실하고 현실의 가족생활에 부합하는 선진적이고 평등한 가족제도를 구현하려는 것"이라고 그 취지를 밝혔다.

한편 이번 민법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호적업무를 감독하는 주무 기관인 대법원은 호적법을 대체할 새로운 신분등록제도를 마련할 계획이다. 대법원의 한 관계자는 "현재 각계 전문가로 구성된 호적제도 개선위원회가 꾸려져 호적제도 개선작업을 추진 중"이라며 "가족부와 개인별신분등록제 두 방식 모두를 고려하고 있고, 때에 따라서는 두 경우에 따른 법안을 모두 마련해두는 방법까지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새 신분등록제로는 부부 중 1인을 기준인으로 부부와 그들의 미혼자녀를 편제 단위로 한 가족별 편제 방식(가족부)과 개인을 기준인으로 하는 개인별신분등록제(1인1적제)가 물망에 오르고 있다.

이를 두고 여성계 및 여성부에서는 "가족부 방식은 1인1적제의 과도기적 방법에 지나지 않으며, 한부모 가정 등은 여전히 비정상적으로 보게 되는 문제점이 있다"며 "1인1적제로 가야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또한 이번 개정안을 마련한 가족법 특위에서도 향후 호적법을 대체할 대안에 대해 '개인별신분등록제'가 더 적합하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 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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