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대담 : 조은희 우먼타임스 편집위원장
정리 : 박이은경 김유진 기자


ⓒ 우먼타임스 장철영
지은희 여성부장관은 지난 14일 <우먼타임스>와의 단독 인터뷰를 통해 “1인1적제가 비용이 덜 들고 정부안도 그렇게 가는 것으로 논의가 됐기 때문에 1인1적제로 가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호주제 폐지 이후의 대안으로 1인1적제가 시행될 가능성이 높음을 시사해 주목된다.

이는 참여정부 출범 직전 여성부의 공식 입장인지를 놓고 논란이 됐던 호주제 폐지 이후의 대안이 ‘1인1적제’로 결정될 것이라는 점을 관련 부처 장관이 공식적으로 밝힌 첫 발언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호주제 폐지안, 의원 자유투표로 맡기면 국회 통과

지 장관은 또 호주제 폐지안의 국회 통과 전망과 관련해서는 “각 당이 당론으로 정하지 말고 개별의원의 자유 투표로 맡겨두면 통과될 것”이라고 말해 9월 정기 국회가 자유투표가 될 경우 국회 통과 가능성이 높음을 시사했다.

아울러 “부성강제조항이 호주제의 쟁점 사항이라고 생각하며 부성강제조항을 조금 유연하게 보면 호주제 폐지에 찬성하는 의원들이 많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참여정부 출범 초기부터 국민적 관심이 집중됐던 ‘보육업무의 여성부 이관’과 관련해 지 장관은 “국무회의에서 이미 교통정리가 끝난 것으로 보건복지부와도 2003년 예산 협의 등 원활한 업무 협조 관계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하고 “앞으로 여성부는 보육 발전 5개년 계획의 수립 및 참여정부의 보육 비전 제시 등을 통해 업무의 부처 이관을 둘러싼 소모적인 논쟁을 뛰어넘어 사회적 합의 속에 보육 정책을 발전시켜 나갈 수 있도록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 장관에 따르면 내년 1월 1일부터 이관단이 구성돼 본격적인 보육 업무 이관 작업을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의 여성관과 관련해 지 장관은 “젊다. 그만큼 진보적”이라고 평가하면서 “‘호주제를 폐지하겠다’거나 가장 진보적인 여성운동을 했던 나를 장관에 임명한 것 등을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라며 노 대통령의 여성관에 후한 점수를 주기도 했다.

지 장관은 또 “청와대의 조정 없이 해당 부처에 업무가 맡겨진 참여정부 시스템에 대해 전혀 불편함이 없다”고 말해 참여정부의 국정운영 방향을 실현하는데 소위 ‘코드’가 일치하는 장관이란 세간의 평가를 재확인했다.

특히 “처음 정책을 입안할 때 시민단체와 같이 해야 효율성이 높아진다”는 소신을 밝히면서 “수요자는 국민이고 국민에게 필요한 일을 하는 것이 정부라면 국민이 뭘 원하는지 함께 해야 하고 공익성을 가진 시민단체가 국민을 대변한다고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거듭 주장해 NGO 출신 장관으로서의 인식을 분명히 드러내기도 했다.

여성부의 업무와 관련해 지 장관은 “너무 작은 초미니 부서이다 보니 역할과 권한은 적은데 관련 민원이 모든 부처와 연관되는 때가 많다는 점이 어렵다”고 털어놓는 한편 “여성운동계 쪽에서 지속적으로 지적해온 가족정책의 실현을 여성부가 담당하기 위해 평등가족기본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해 여성부의 정책 관할 범위의 확대를 시사하기도 했다.

지난 5월 노무현 정부 90일을 맞아 총리 등 20명의 국무위원들에 대한 전문가 그룹의 평가를 실시한 결과 지은희 여성부장관이 1위를 차지했다. 시민단체장 출신인 그가 1위를 한 것에 대해 스스로는 “조사 지표가 600명의 전문가 그룹이던데, 개혁성이라는 점과 NGO 출신이 유리한 지표라 그런 결과가 나온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며 겸손해 했다.

다음은 지은희 여성부장관과의 일문일답.

-여성단체 출신의 장관으로서 스스로의 장점을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 우먼타임스 장철영
“업무 자체가 생소하지 않았다. 오랫동안 여성운동단체에서 해왔던 일이 큰 도움이 됐다. 핵심 내용을 파악하고 있다는 점 때문에 어렵지 않게 업무를 수행할 수 있었다.”

-여성부의 규모가 작다, 어려움은 없는지?
“역시… 너무 작다. 초미니부서인데… 역할이나 권한은 적은데 관련 민원이 모든 부처와 연관되는 때가 많다. 여성부 민원 만족도가 낮아 이유가 뭔가 알아봤더니 우리가 해결할 수 없는 민원이 대부분이었다. 국민들로서는 이해가 안 되는 일일 수밖에 없다. 노동부가 담당하는 일인 경우 우리는 권한도 없고 예산도 없고… 작은 부서로서의 문제점이다. 할 수 있는 영역이 제한돼 있다.”

“보육업무 내년부터 이관, 여성부가 제대로 해보겠다”

-보육과 관련해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반대가 심할 텐데?
“복지위 관련 사안이 아니라 정부조직법 관련 사안이기 때문에 행자위에서 처리할 것이다. 이번 국회에서 통과되리라고 본다. 이관단을 만들고 내년 1월 1일부터 이관단에서 업무 이관작업을 진행할 것이다.”

-여성부의 명칭이 바뀔 수도 있는가.
“그 논의는 하지 않고 있다. 여성부가 만들어지면서 여성 운동계 쪽에서 가족정책이 비어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실제로 출산율은 최하위고, 이혼율은 최고인 것은 여성들의 평등의식의 향상과 기존의 현실이 맞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니 결혼을 안 하거나 만약 한다 해도 늦고 애도 낳지 않는 등의 결과가 생기는 것 아닌가. 이 문제를 푸는 핵심이 여성이다. 이런 점에서 여성부가 가족의 의미, 새로운 가족이라는 것에 대해 교육과 법을 통해 만들어 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3월부터 평등가족기본법을 만들어서 하겠다고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복지부는 건강가정을 육성하기 위한 필요한 제도와 여건을 추진하도록 하는 ‘건강가정육성법’을 만든다고 하는데?
“알고 있다. 보육 문제 소관 부처가 여성부냐 보건복지부냐 하는 논의가 있으면서 보육문제에 대한 관심을 끌었고 복지부는 보육과를 만들기도 했다. 국민들이 이런 논의를 생산적으로 봐주면 좋겠다. 사회적으로 토론이 되고 하는 과정을 부처 갈등으로 보지 않았으면 한다. 국민 입장에서 보면 여성부가 하든 복지부가 하든 수혜자 입장에서는 중요한 것이 아니다. 문제는 제대로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평등가족기본법 제정은 언제쯤으로 생각하고 있는지?
“이 안을 가지고 심도 있는 국민적 토론과 쟁점화가 우선돼야 한다. 이는 우리 사회에서 새로운 영역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모여 진지한 토론회가 진행돼야 한다. 아무리 빨라도 총선 이후, 내년쯤 될 것 같다.”

-노 대통령과는 자주 만나는가.
“과거와는 다르다. 대통령과 전화통화하고 그럴 것이 없는 것이 전자정부이기 때문에 컴퓨터를 클릭하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한눈에 알 수 있다. 그러니 대통령께서 전화해서 물어보고 할 필요가 없다. 시스템 작동 방식이 틀리다. 특별히 대통령을 만날 이유가 없다.”

- 출산안정법안, 생리대 부과세 면세 규정 등 모성보호권 인정과 관련한 법안 발의가 러시를 이루고 있는데 정치적인 의도가 있다고 보지 않나?
“긍정적으로 보고 싶다. 어떤 목소리든지 주장한 것은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남자들이 별로 흥미로워하는 주제가 아닌데 굉장한 발전이다.”

- 50만 일자리 창출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노동부의 250만개도 그렇고 숫자에 얽매이지 말자는 말을 하고 싶다. 여성부로서는 일자리가 창출될 때 여성이라는 변수를 부둥켜안고 가는 것이 중요하다.”


남편 주영길 국민건강보험공단 상임이사 인터뷰

결혼초부터 ‘지은희의 남편’ 장관 하는 동안 외조 최선

결혼 초기부터 ‘지은희씨의 남편’이라 불렸는데, 아내가 장관이 되고 나니 이런 관례(?)가 더 심해졌다고 거리낌없이 행복한 불평을 하는 남편 주영길(56) 국민건강보험공단 상임이사.

인터뷰를 하는 중간 중간에도 “난 만날 ‘보조출연’하는 사람이구먼”이라는 농담을 건네곤 했다.

- 지 장관처럼 한 여성이 유능한 인력으로 성장하기까지는 남편의 역할이 상당할 것 같다.
ⓒ 우먼타임스 장철영
“그런 부분은 개인마다 다르기에 일반화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중요한 점은 각기 상대편 분야와 영역을 존중하면서 서로를 인정하면 특별한 문제는 없지 않겠는가. 웬만큼 이해되는 부분은 별로 말 안하고 (스트레스 줄까봐) 가만히 있는 편이다.”

- 아내가 ‘장관’이 된 후 외조 역할이 더 커졌을 것 같은데.
“이전에 여성운동가의 남편으로 외조했던 것과는 역할이 좀 달라졌을 뿐, 특별한 점은 없다. 상하 개념? 그런 건 전혀 없다. 더구나 (장관 자리가 자리인 만큼) 아내가 이 자리에 오래 있겠느냐? 그래서 장관자리에 있는 동안만이라도 일 잘하게 더 신경 써주고 싶다.”

- 20여년의 결혼생활 중 가장 보람 있었던 일을 꼽는다면.
“여성운동연합 대표 시절, 아내는 어딜 가나 당당했다. 그릇된 것은 따지고 비판하고. 이제 장관이 됐으니 예전처럼 그렇게 못할 테고… 어떤 면에선 권력(?)이 약화됐다(웃음). 그래도 운동하던 것을 (장관이 돼) 실제 정책으로 밀고 나갈 수 있으니 보람 아닌가.”

- 두 분은 ‘평등부부’라 할 수 있을 텐데.
“서로의 형편에 따라 가정을 운영한다는 점에선 그렇다. 누구든지 먼저 들어오는 사람이 밥상을 차리고 먼저 일어나는 사람이 상대편을 깨워주고 등등. 그런데, 집사람은 장모님 손맛을 닮아서인지 요리를 아주 잘한다. 본래 머리도 좋고 눈썰미도 있어 누가 요리하는 것을 어깨너머로 한번 보면 더 감칠맛 나게 요리를 해낸다.”

- 여성문제에 대해 조언하는 편인가.
“관심은 많아도 토론은 잘 안 하는 편이다. 난 불쑥 의견을 말하곤 하는 스타일인데, 집사람은 꼼꼼히 따지고 들어 드러내놓고 토론을 하면 결론도 나지 않고… 내가 지는 편이다. 집사람이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한 전문가 의견이나 요즘 쟁점화 되고 있는 주변의 여성문제 등을 전해주는 편이다.”

- 우리나라 여성문제 중 해결이 가장 시급하다고 생각되는 문제는.
“여성문제라기보다는 사회 전체적으로 빈곤, 농어민문제 등 소외계층의 현실이 바뀌는 것이 시급하다. 개인적으론 주위 사람들 모두 여성과 남성이 사이좋게 손잡고 살아주길 바란다.”

- 지 장관의 외동딸 교육은 독특했다고 들었다. 남편 입장에선 어떤가.
“난 내 안에 있는 모든 부성을 쏟아 딸을 키우고 싶었는데, 집사람은 ‘독립적으로 강하게 키우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내 입장에선 딸에게 더욱 더 관심을 갖고 해주고 싶은 것이 많았는데, 집사람의 엄격함에 가로막혀 못해주기도 하고… 충돌이 좀 있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론 집사람이 딸 교육면에선 앞서간 것 같다.”

- 딸이 어떤 여성이 되길 바라는가.
“고학력 여성답게 자신이 받은 혜택으로 모든 사람들에게 기여하는 삶을 살았으면 한다. 구체적으론 국제기구 같은 세계 무대에서 역량을 발휘했으면 좋겠는데, 딸에겐 어느 정도 소양이 있다고 본다.”

- 마지막으로, 이 시대를 사는 남성들의 문제를 무엇이라 보는가.
“우선, 남성문제가 따로 있을까? 생리적 차별성은 있을지 모르지만, ‘사회적 인간’으로 겪는 남성과 여성의 문제는 같다고 생각한다. 남성과 여성이 같이 협력해 활동해야 한다. 그래야만 남성만이 일방적으로 가해자가 되지 않을 것이다.”

주영길씨는 서울대 부설 인구 및 발전문제연구소 근무를 시작으로, 대한의학협회 기획연구실 연구원을 거쳐 1977년 의료보험 탄생의 시발점으로 설립된 전국의료보험협의회에 몸담았다. 이후 이 분야의 전문가로 일관, 2001년 국민건강보험공단 상임이사에 이르렀다. 그간의 공로로 보건사회부장관 표창(86년), 국무총리 표창(94년), 대통령훈장(석류장) 포장(98년)을 수상했다.

이 부부가 사는 법
아내는 운동현장, 남편은 직장...같은 이상 실현 20년 동반자

지은희 여성부장관과 주영길 국민건강보험공단 상임이사 부부는 같은 철학과 같은 사회적 이상을 갖고 만나 20여년 간을 함께 노력해왔다. 사회적 약자와 소외계층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아내는 여성·시민사회운동으로, 남편은 이에 대한 사회정책을 실현할 수 있는 직장(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의 ‘한 우물 파기’와 아내 외조로 실현해왔다.

두 사람은 “부부간의 철학 공유는 기본”이라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주 이사는 오랜 사회생활 경험상 부부가 아무리 많은 이상을 공유하더라도 “둘 다 같은 일을 할 수는 없다. 나눠서 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그는 한때 대학을 다니면서 당시 70년대 대학생들처럼 부패정권에 대한 나름대로의 항거도 했었다. 주 이사는 여전히 “항상 내겐 사회적 부채가 있다”는 말로써 사회운동 현장에서 직접 뛰지 못한 답답함과 늘 그 ‘현장’에 있었던 아내에 대한 존경심을 표현했다.

지은희 장관과 주영길 이사는 사회학 동기인 한 친구의 약혼식에서 첫 대면을 했다. 지 장관과 주 이사 역시 각각 이화여대와 서울대에서 사회학을 전공했기에 축하객 중에 섞여 있었다. 주 이사는 지 장관을 보는 순간 “열정과 지적 영리함, 서울내기다운 세련됨에 빠져들었다”고 한다. 그러나 당시 병역 중이었던 주 이사는 경제적 독립을 못했기에 지 장관에게 적극적인 프로포즈를 할 순 없었다. 그는 제대 후 6개월만에 안정된 직장을 잡자마자 32세 동갑내기인 지 장관과 결혼했다.

그들의 결혼식은 당시 지인들 사이에서 화제였다.

신부 신랑 동시 입장에다가 사회자도 여성(신혜수 유엔여성차별철폐위원회 부의장)이었기 때문. 결혼식에 대한 이 기발한 아이디어는 부부 서로 거의 공동으로 냈지만, 주장은 남편 주 이사가 더 강력히 했던 것 같다. 단, 주 이사는 “서울내기라 지방(전남 목포) 촌놈인 나보다 더 발이 넓어 아내가 실행력(?)은 더 뛰어났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그만큼 주 이사는 합리적인 사고로 아내의 여성운동을 뒷받침할 준비가 결혼 초기부터 단단히 돼 있었던 셈.

주 이사는 처음에 그가 반했던 아내의 이런저런 점에다 결혼생활을 통해 알게 된 그녀의 알뜰살뜰함과 애교를 장점에 덧붙였다. 그러나 그가 무엇보다도 아내의 장점으로 꼽는 것은 그녀에 대해 느끼는 절대적인 신뢰감. 그는 지 장관을 곁에서 지켜보며 “과격하지도 않고 일 처리도 합리적”이라며 일련의 경험을 통해 “분별력이 있어 늘 바른 결정을 내릴 것을 확신하곤 했다”고 말했다.

지 장관은 주 이사와 결혼하기 전 선후배로부터 그에 대한 칭찬을 많이 들어 이미 호감은 느끼고 있는 상태였다. 그러나 결혼생활을 하면서 느낀 문화적 이질감으로 여느 부부들처럼 싸우기도 많이 했다.

“기분이 내켜 영화를 보러가자 해도 이 사람은 ‘영화 볼 거 뭐 있냐. TV보면 되지’ 하는가 하면, ‘딸에게 피아노 한 대 사주자 하면 ‘피아노는 동네 교회에 한 대 있으면 되지’ 이런 식이었다. 물론 지금은 많이 달라졌지만.”

“재산은 공동명의로 돼 있느냐”는 질문에 “공동명의로 할 재산 자체가 없다. 단, 집은 이 사람(주 이사)의 수입으로 마련한 거니까 남편 명의로 돼 있다”는 부부. “가끔 가다 화나는 일도 있고 속상한 일도 있지만… 결혼은 운명이라 후회하지 않는다”는 이들 부부에게선 여느 부부와 다름없으면서도 사회적 이상을 20여년의 세월 속에 녹여낸 범상치 않은 조화가 느껴졌다.
/ 우먼타임스 김유진기자


태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